[퇴행성슬관절염]
전신쇠약·피곤 증상없이 무릎관절 부위 국소 통증 지속

자동차 부품 서스펜션(Suspension)은 주행할 때 노면에서 받는 충격을 차체나 탑승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도록 차체의 손상을 방지하고 승차감을 유지하는 장치다. 

인체의 무릎관절에는 마치 자동차의 서스펜션과 같은 역할을 하는 ‘연골’이 있다. 이 연골은 관절의 운동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마찰로부터 관절을 보호하고 체중으로부터 하중을 지탱하며 충격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연골의 노후화, 외적인 충격을 받거나 반복된 사용으로 연골이 손상되면 관절을 보호하는 기능이 약해지게 된다. 이것을 퇴행성슬관절염이라고 한다. 

퇴행성슬관절염이란 나이가 들면서 무릎의 관절연골이 퇴행화되어 손상된 구조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50대 이후에 발병하게 되며 전 인구의 10~15%가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흔한 질환으로 노년층에서 대부분 나타나는 무릎관절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퇴행성슬관절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릎관절 부위의 국소적인 통증이다. 초기에는 관절을 쓸 때 심해지나, 병이 진행되면서 움직임과 상관없이 지속적인 통증을 보일 수 있다. 주로 오래 걷거나 서 있을 때, 오랫동안 앉아있다가 일어설 때 통증이 생긴다. 혹은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쪼그려 앉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

간혹 무리한 날에는 통증으로 밤에 잠을 자기 어려울 수도 있다. 관절통으로 다리를 쓰지 않으면 오히려 무릎 주변의 근육이 약해져 다리가 가늘어지고 체중의 무게가 근육에 분산되지 못하고 관절에 직접적으로 부하되기 때문에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다만 류머티즘 관절염과는 달리 퇴행성관절염은 전신쇠약이나 피곤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퇴행성 슬관절염의 원인으로는 ▲노화로 인한 관절의 퇴행성 변화 ▲지나친 운동이나 외부적 충격으로 연골이 손상되는 경우 ▲관절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인해 연골이 닳게 되는 경우 ▲비만으로 인한 관절연골에 대한 과도한 체중부하 ▲근육과 뼈에 영양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특히 허벅지 근육이 약한 경우 발생빈도가 높다. ▲이외의 유전적, 체질적 소인으로 관절이 약하게 타고난 경우 등이 있다. 

퇴행성 슬관절염의 초기단계에서는 연골이 얇아지면서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고, 중기에 들어서면 연골의 마모가 심해지면서 균열도 깊어진다. 그리고 말기가 되면 연골이 얇아지다 못해 마모되어 아예 없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뼈끼리 부딪치면서 마찰로 인해 관절 표면이 거칠어지고 관절의 변형이 일어나 골극(骨棘)을 형성하거나 극심한 통증과 염증이 생긴다.

그래서 무릎관절의 건강을 위해서는 관절염 초기 단계에 염증을 치료해 연골이 분해되는 것을 막고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 보호막인 연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퇴행성슬관절염의 치료 및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항상 관절 부위를 따뜻하게 하여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고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침, 부항요법, 뜸 치료, 약침치료, 한약치료, 물리치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발표한 ‘한의표준임상지침’에서는 퇴행성 슬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주(主) 혈자리로는 내슬안, 외슬안(독비), 양릉천, 슬양관, 양구, 혈해, 족삼리의 경혈과 환자의 증상에 따른 혈자리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일반 침 치료와 함께 온침(침병에 쑥을 부착해 침 자극과 온열자극을 동시에 가하는 방법), 화침(침을 직접적으로 가열하는 방식으로 보다 강한 온열자극을 주고 싶을 때 사용), 봉약침(벌독을 경혈에 주입하여 국소 부위로 면역물질을 유도하여 소염 효과가 우수), 연골 약침(녹용, 홍화 등으로 구성되어 무릎 조골세포, 연골세포의 합성을 촉진하는 약물을 경혈에 주입)을 적절하게 병행할 때 보다 유의한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총점, 통증, 강직, 신체기능) 및 삶의 질 개선(신체 건강)이 확인됐다.

연골 건강을 위해서는 연골의 보호, 재생 기능을 강화하고, 관절의 변형 억제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한약 처방을 통해 관절염의 진행을 늦춰야 한다. 연골의 구성성분은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이 주 구성성분인데, 우리말로 교원질(膠原質)이라고 부른다. 콜라겐은 돼지껍질, 닭발, 닭날개, 멸치, 전어, 뱅어포 등 통째로 먹는 음식들, 가오리, 홍어, 아구 등의 생선이나 생선껍질, 지느러미와 같은 음식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와 함께 연골과 근골격을 강화시키는 한약재가 결합되면 민간에서 쓸 수 있는 멋진 처방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약재들은 체질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기에 약으로 처방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체질 전문가의 조언을 받은 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체질에 따른 콜라겐이 풍부한 한약재는 두충(소음인), 홍화(태음인), 우슬(소양인·태양인), 해동피(태음인), 오가피(태양인)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관절과 연골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체중이 높아지면 관절에 받는 부담도 높아지기 때문에 반드시 운동과 식이요법 등을 통해 적정 체중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무릎관절은 온도가 떨어지면 관절 내 근육, 혈관, 인대 등 주변 조직들이 수축하고 경직되어 통증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날씨가 추울 때는 따뜻한 찜질 등을 통해 국소부위의 혈행 순환을 높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평소 양반다리로 바닥에 앉는 것은 무릎 관절에 상당한 부담을 주어 통증을 일으키거나, 관절염 자체가 악화되기도 한다. 되도록 바닥보다는 의자에 앉는 것이 좋다. 염두해야 할 점은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근육, 인대 등 주변 조직을 강화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칭과 운동이다. 

이미 관절에 통증이 있다면 과도한 근력 운동보다는 스트레칭과 걷기, 수영 등이 좋고 치료를 통해 관절 통증이 잦아들면 조금씩 운동 강도를 높여가며 관절 주변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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