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방어용? 승계 자금? 경영권 확보 차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주식시장 부진이 지속되면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오너 및 최고경영진이 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174개사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은 주가방어용 또는 저가에 매입해 승계 자금 마련 및 경영권 확보 차원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손 회장은 11만3127주의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자사주 매입에는 이원덕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그룹 임원진들도 참여했다.

- 손태승 회장-조석래 명예회장 직접 사모아

효성티앤씨는 같은 날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조 명예회장이 675주를 추가 매수했다고 밝혔다. 조 명예회장은 2월 4일부터 5월 23일까지 25차례 거래를 통해 1만3140주를 사들였다. 매수 금액은 총 54억3911만원이다. 지분율은 8.19%(작년 12월)에서 8.49%로 상승했다.

조 명예회장은 올해 들어 효성,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등 다른 그룹사 주식도 사들였다. 효성티앤씨를 포함한 올해 그룹사 주식 매수 규모는 약 100억원이다.

조 명예회장이 그룹사 주식을 산 것은 2017년 장남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총수 자리를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이다.

이외에도 올해 1분기에만 셀트리온, 휴젤, 휴온스, 한올바이오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 소식을 전했다. 

- 책임경영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

자사주 매입 소식을 전한 기업들은 대부분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행보라고 밝혔다. 업계도 우리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와 관련해 경영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 관리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평가된 주식 매수를 통해 주가 방어용 또는 후계 승계를 위한 밑거름으로 쓰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조 명예회장이 그룹사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매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자사주 취득은 주가 방어에 힘이 된다. 회사가 주가 부양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또 외부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는 역할도 가능하다. 

또 다른 분석은 '후계 승계 밑거름'이다. 저평가된 주식을 취득한 2~3세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경우 지배력 강화까지 노릴 수 있어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주식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올리가는 효과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또는 최고영여자의 자사주 매집은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내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며 “책임경영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후계구도 진행 과정에서 활용될 여지도 있어 밑작업용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도 더러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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