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임기 끝난 사징이 고위직 인사 한 것...알박기 논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내부가 시끄럽다. 새정부 들어 탈탈원전 계획을 밝히면서 원전시설 재가동 등 분주한 가운데 최근 실시한 고위직 인사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가 퇴임을 앞둔 정재훈 사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내사람 알박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퇴임 앞두고 알박기 인사 논란

지난 24일 한수원은 '2022년 상반기 특별승격 시행 알림'을 통해 승진 인사 소식을 외부에 전했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 대상은 처·실장급 3명, 부장급 7명 등 총 10명이다. 한수원 측은 이번 승진인사 발표와 함께 '일하는 직원이 대우받는 원칙', '연공서열주의 타파' 등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인사가 사장 임기 종료를 앞둔 정재훈 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신규 사장 선임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정 사장의 인사권 행사는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다. 정 사장의 임기는 지난 4월4일까지였다. 공기업 사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등 별도의 사유가 없는 한 임기가 끝나도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는 사장 자리를 유지한다.

강창호 에너지흥사단장은 일요서울과의 전화 통화에서 "세상에 만상에...알박기가 낳는 알박기?"라며 이번 인사 발표를 비판했다. 

강 단장은 "‘일하는 직원이 대우받는 원칙’,’연공서열주의 타파’. 한수원이 공정한 인사를 한다고 하면서 한수원이 내세운 원칙인데 공감이 되느냐"며 "이런 일을 방관하는 것은 산업부가 지난 3월24일 인수위에 업무보고한 탈원전 백지화는 글씨로만 백지화 하는 것이고, 산업부 출신 정재훈 감싸는 추잡한 짓이다"라고 했다.

강 단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한수원이 이번 인사에서 내세운 ‘승격 소요연수 제외’, ‘직군 통합’과 같은 원칙을 두고서 뒷 맛이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누구에 입김이 가장 강력할까요? 상식적으로..."라는 글과 함께 "퇴임하는 그날까지 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건 규정에 어긋나는 일은 아닙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CEO”라는 평가가 나올지, “나갈 때까지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커질지는 두고 볼 것이 아니라 이것은 막아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퇴임하는 그날까지 사징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건 규정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다는 입장도 있다.  정 사장의 후임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25일 현재까지 차기 사장의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했다. 

한수원 사장 인사가 늦어지는 데는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 차질을 빚으면서 자연스럽게 한수원 인사도 늦쳐졌다는 분석이다. 한수원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신임 장관으로 이창양 KAIST 경영공학부 교수가 지난 13일에야 취임했다.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 미뤄지는 동안 지방선거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은 차기 한수원 사장 인사를 더욱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한수원 후임 사장 누가 되나?

다만 새 정부가 원전 재가동 등 탈탈원전 정책을 밝힌만큼 한수원 사장 자리를 놓고 많은 인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요 후보군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 1급 이상 관료들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박기영 제2차관, 강경성 에너지산업실장, 주영준 산업정책실장, 장영진 기획조정실장, 나승식 무역위상임위원, 전윤종 통상교섭실장, 정대진 통상차관보, 김정일 신통상질서전략실장, 문동민 무역투자실장,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 등이다. 역대 한수원 사장은 대부분 산업부 차관급 이상 관료 출신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원전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최태현 김앤장 고문과 유연백 민간발전협회 상근부회장 등 관료 출신들이 거명되고 있다. 최 고문은 행정고시 31회, 유 부회장은 행정고시 30회에 합격한 뒤 공직에 입문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전 지식경제부에서 원자력산업과장, 원전산업정책관 등을 지낸 인사들이다. 관료 출신 외에 김범년 전 한전KPS 사장, 전휘수 전 한수원 부사장 등도 후보군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사장 후임자 선정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주요 일정이 마무리돼야 한수원의 새 사장 인선이 본격화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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