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이 좌향좌(左向左)‘ 전략을 내세우며 새로운 보수당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5·18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역대 보수 대통령과는 다른 발언과 행보를 보여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에도 당 지도부와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한 점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는 대구·경북 등 영남 텃밭에 안주해온 역대 보수정당과는 차별화를 두기 위한 시발점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선거 승리 시 외연확장을 통해 중도층 포용 등 과거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이러한 전략의 막후에 김한길 전 국민통합위원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묵념하고 있다. 2022.02.06.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묵념하고 있다. 2022.02.06. 뉴시스

- 대통령 5.18 기념사.여당 지도부 노무현 추모식 참여 외연확장
지방선거 압승시 국정장악 커진 국힘 보수정당 변신 도모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5·18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인 23일 봉화마을을 찾는 등 통합에 대한 의지를 연일 드러내고 있다.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극우 이미지 벗고 합리적 보수로 탈바꿈

실제 검찰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 처벌을 받은 사법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255·18 민주화운동 관련 유죄판결이나 기소유예 처분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이들에 대해 명예회복 절차를 진행하도록 일선 검찰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일선 검찰에서는 관련 사건이 있는지 확인한 후 법원에 직권재심을 청구하거나 재기를 위한 무혐의 처분 등 피해 회복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문재인 정부에서 5·18 관련 유죄판결을 받은 183명에 대해 직권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검찰이 적극적으로 시국사건 가담자의 명예회복을 추진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검수완박 논란을 겪으며 무소불위 권력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상당하다. 중도층을 포용하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검찰이 자체적으로 이 같은 조치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념식 일정으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보수정권 대통령으로는 처음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대통령수석비서관, 장관, 국민의힘 의원 99명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며 저는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며 그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 말미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는 발언도 즉석에서 덧붙였다.

5·18을 활용한 윤 대통령과 보수 여권의 이 같은 포지셔닝 전략은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극우 이미지를 벗고 중도와 진보까지 아우르는 합리적 보수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국민들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516~20일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2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50.1%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정수행 평가도 긍정 평가가 52.1%.

국민통합 강조하며 영남당 이미지 탈피 시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후보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2021.11.11. 뉴시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후보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2021.11.11. 뉴시스

외연 확장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인 23일 봉화마을로 집결했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이 야권 지지층 결집의 분수령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을 견제, 통합에 대한 여권의 의지를 강조하는 등 보수정당으로서는 이례적 행보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3주기 추도식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도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이 방문했다. 특히 한 총리의 추도식 참석은 보수 정권 총리 중 첫 참석이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 때 일정상 봉하마을로 내려가진 못했지만 김대기 비서실장을 통해 권 여사에게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건희 여사와 권양숙 여사가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을 통해 권 여사 측에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 여사님도 찾아뵙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며 양측이 서로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여권의 이같은 행보는 국민통합 의지를 강조하면서 두 행사를 야권만의 기회로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은 지금까지 진보 지지층 결집의 분수령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부터는 보수가 국민통합을 향한 의지를 먼저 강하게 내비치면서 새로운 프레임 전환의 기회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당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KTX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 그날 모든 언론 보도의 중심이 됐다선거 국면에서 이슈를 주도하는 면에서나, 외연 확장을 강조하며 중도층의 마음을 끌어오는 면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거에서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는 항상 중도층이 가지고 있었다영남 텃밭 안주해온 역대 보수정당에서 탈피하기 위한 시발점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보수당의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로도 비쳐진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외연확장 전략은 지난 대선 과정 중에서도 예고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인 지난해 11월 봉화마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민적이고 소탈한, 대중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는 그런 모습들이 많이 생각난다며 통합 행보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국민 통합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담당할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출범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 국민통합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한 것으로, 새 정부 출범 후 첫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초대 위원장엔 해당 조직을 이끌었던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내정됐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김 전 대표가 막후에서 외연 확대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곤혹스러운 민주당 조명은 국민의힘 다받아

윤석열 대통령과 김한길 위원장,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한길 위원장, 뉴시스

민주당으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곤혹스럽다. 586세대가 주류인 민주당으로서는 5·18, 노 전 대통령 추도식 등의 조명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인사는 윤석열 정부가 5·18정신을 내세우는 동시에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여권 인사들이 총출동하면서 정부 여당과 각을 세우기 어려워졌다국가적으론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지방선거에는 분명한 악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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