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법조 1선 복귀한 ‘친윤·반문’ 검사들 韓 사단으로 재편 기류

한동훈 법무장관 [뉴시스]
한동훈 법무장관 [뉴시스]

- 장관 취임 후 연수원 27기 이하 기수들 韓 앞으로 헤쳐모여 
- 인사청문회 준비단, 검수완박 TF 등 ‘한동훈계 핵심’ 급부상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윤석열의 복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 핵심 실세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서슬 퍼런 검증 칼날에 빈틈없는 논리로 응수하며 야당에 ‘완패’ 굴욕을 안겼다. 결과적으로 공수가 뒤바뀐 이번 청문회로 한 장관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도 격상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한 장관을 차기 대통령감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한다. 흔히 언급되는 ‘소(小)통령’, ‘왕(王)장관’이 뜬금없는 수식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통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현 정부에서 법무부는 17개 중앙정부 부처 중 가장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통령 민정수석실의 고위 공직 인사검증 기능을 흡수한 법무부 직할 조직인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이 그 전조다. 이에 미래권력인 한 장관과 호흡을 맞추게 될 ‘서초동 파워그룹’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와 검찰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대를 잇는 ‘한동훈 사단’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동훈 법무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 있다. 한 장관은 국가 최고 권력자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며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부터 야당 견제가 집중되는 등 정국을 긴장시킨 인물이다. 

그는 지난 인사청문회 국면에선 철통 방어로 민주당의 인사검증 공세를 무력화시키며 범상치 않은 면모를 드러냈다. 흔히 고위 공직 후보자가 저자세로 어눌한 답변만 내놓는 기존 청문회 풍경과 달리, 한 장관은 차분하고 논리적인 대응으로 오히려 검증 주체인 의원들을 당혹케 하며 세간의 호평을 얻었다.

물론 당시 청문회에서 민주당이 ‘이모 교수의 논문’을 ‘이모(姨母)와 쓴 논문’으로 둔갑시키거나, 노트북 기증명세서에 표기된 ‘한xx 영리법인(한국쓰리엠)’을 한 장관의 딸로 지목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실축을 연발한 것이 한 장관에게 호재가 된 측면도 있다. 

한 장관은 윤석열 1기 내각에서도 최연소(1973년생)임에도 가장 주목도가 높은 국무위원이 됐다. 한 장관이 이를 계기로 향후 ‘정치인’으로서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그를 법무장관으로 낙점한 데에는 검찰 내부에서 ‘천재성’을 인정받은 수사·기획 능력과 법무행정에 대한 이해도, 사법제도 개혁 의지, 검수완박 후속 대응력 등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 부부와 막역한 친소관계도 한 장관의 입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듯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한 장관이 이명박 정부의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나 박근혜 정부의 ‘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과 같이 비선실세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윤석열 내각 ‘중용 1순위’ 한동훈은 누구

한 장관은 제37회(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 2001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근무를 시작으로 검사의 길을 걸어왔다. 이후 대검,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등 요직을 두루 꿰차며 ‘엘리트 검사’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윤 대통령과 함께 SK그룹 분식회계 및 대선 비자금(2003년), 현대자동차그룹 비리(2006년),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2006년), 국세청장 뇌물수수(2007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2016년) 등 뉴스 1면을 장식했던 사건들을 수사하며 특수통 검사로 명성을 쌓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파견돼 청와대에서 재직한 바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였던 그는 당시 윤석열 검사장과 2018년 뇌물·횡령 혐의가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소를 주도하며 그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자리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검사로서 꽃길만 걸었던 한 장관에겐 불운의 시기도 있었다. 이른바 ‘조국 사태’ 수사를 지휘했던 한 장관은 문재인 정권에서 ‘숙청 1순위’로 지목되며 4차례에 걸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으로 좌천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새 정부 출범으로 한 장관은 재전환점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또는 검찰총장으로 발탁될 것이란 예측과 달리 법무부 수장으로 중용되면서 검사 생활 21년 만에 권력 중심부로 발을 들인 것.

한동훈의 서초동 예비사단 리스트는

‘검사’ 한동훈의 역량은 익히 검증됐다는 평가지만, ‘법무장관’ 한동훈의 리더십은 아직 물음표다. 법무장관으로서 개인 역량은 물론, 그를 보좌할 유능한 참모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추후 한 장관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크게 갈릴 수 있다.   

한 장관(50)이 ‘최연소 법무장관’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기존 윤석열 사단이 한동훈 사단으로 대대적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체제에서 폐지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부활과 검수완박 위헌 태스크포스(TF) 발족이 그 신호탄이란 평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당분간 서초동 친윤(親尹)계 검사들은 ‘윤석열 사단’으로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종국적으론 한 장관(사법연수원 27기)과 연수원 동기 또는 후배 기수들을 중심으로 한동훈 사단이 결성될 공산이 크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 장관의 잠정 파워그룹의 주축으로 우선 한 장관과 사법연수원 27기 동기인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목된다. 이 차장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도 실력파로 알려진 특수통으로,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서초동 친윤 핵심이다. 한 장관과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17일 한 장관이 취임하고 그 이튿날인 5월 18일 신임 대검 차장검사로 공식 임명됐다. 이날 함께 발령이 난 송경호(29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신자용(28기) 법무부 검찰국장도 한 장관의 최측근 라인으로 전진 배치됐다는 분석이다.   

‘검수완박 위헌 TF’ 韓 라인 핵심 급부상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독주 입법한 검수완박에 후속 대응하는 ‘개정법률 시행 대책 태스크포스(TF)’ 구성원들도 한동훈 사단의 주축 멤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법무부는 지난 5월 26일 검수완박법 후속 대응 및 헌법 쟁송 대응책 마련을 위한 ‘개정법률 시행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검찰국장 직할인 법령제도개선TF와 헌법쟁점연구TF 등 2개 팀으로 각각 운영될 예정이다.

검수완박 위헌 프로젝트는 한 장관과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의제인 만큼, 검찰 내에서도 실력파 엘리트 검사들이 대거 차출됐다.

과거 위헌정당TF 팀장을 맡았던 김석우(27기) 서울고검 검사는 헌법쟁점연구TF 팀장을 맡았다. 과거 판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김 검사는 2009년 법무부 검찰제도개선TF 파견검사, 2014년 법무부 검찰제도개선기획단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형사법제 이론에 능통하다는 평가다. 헌법쟁점연구TF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위헌재판 실무를 전담하게 된다.

김 검사와 함께 헌법쟁점연구TF에서 위헌소송 실무를 꾸려갈 한상형(36기) 제주지검 부부장검사, 차호동(38기) 대구지검 기획검사, 남소정(39기) 울산지검 검사도 평소 한 장관이 신임이 두터운 인물들이다. 한 부부장검사는 법무부 검찰제도개선기획단과 법무부 형사법제과에서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차 검사는 검수완박 강행 국면에서 언론 인터뷰와 토론회 등을 통해 검찰 대변인으로서 활약했다. 남 검사도 지난 4월 검수완박 관련 평검사대표회의에 참석한 핵심 멤버다. 

이와 함께 법령제도개선TF 팀장을 맡은 윤원기(34기) 춘천지검 형사2부장도 한동훈표 반(反)검수완박TF의 주축을 담당하게 된다. 윤 부장검사는 법무부 형사법제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검찰연구관 등을 지낸 검찰 기획통으로 꼽힌다. 윤 부장검사와 호흡을 맞출 팀원으로 김태훈(35기)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 최형규(38기) 대전지검 검사, 정윤식(40기) 서울동부지검 검사 등이 발탁됐다. 이들 평검사들은 대검과 법무부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던 만큼, 기획 전문성이 요구되는 법제개선TF에 최적화된 인재들이라는 평가다.    

韓 등용문 통과 일조한 인사청문회 준비단 

한 장관과 함께 지난 인사청문회 국면을 돌파한 인사청문회 준비TF도 한 장관의 핵심 참모진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지난 청문 정국에서 민주당의 공세 포인트를 짚어내고,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을 골몰하며 주경야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대부분이 한동훈 법무부 출범과 함께 검찰·법무 주요 보직으로 전면 배치됐다.     

준비단장을 맡았던 주영환(27기) 대구지검장(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윤 대통령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봤을 정도로 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다. 한 장관 취임과 동시에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한 김후곤 전 대구지검장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또 준비단 신상팀장이었던 김창진(31기) 검찰과장(전 창원지검 진주지청장)과 준비단 공보팀장을 맡았던 권순정(29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전 부산지검 서부지청장)도 한 장관 취임의 일등공신들이다. 

아울러 지난 5월 18일 새롭게 인사 발령이 난 양석조(29기) 서울남부지검장(전 대전고검 인권보호관), 고형곤(31기) 서울중앙지검 4차장(전 대구지검 포항지청장), 박영진(31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도 인사청문회 준비단 출신이자 과거 한 장관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한솥밥을 먹었던 인사들이다. 

양 지검장은 ‘상갓집 항명 파동’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2020년 1월 당시 한 상갓집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사건’ 무혐의 처분과 관련,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해 항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박 차장검사는 한 장관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소위 ‘채널A’ 사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논란을 적극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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