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 무효…연령차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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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고용법 제19조에 따른 법정 정년(60세) 이상으로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salary peak system)’를 도입하고 있는 사업장이 다수 있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근로자의 계속 고용을 위해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대신에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고령자 고용법 및 고용보험법령 등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에 대한 인건비 지원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26일 대법원(2017다292343, 2022년 5월26일 선고)은 ‘임금피크제도’의 유효요건에 관한 판결을 했고, 이에 따라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판결 내용에 따라 기존에 운영 중인 임금피크제도의 방식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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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업과 노동조합은 2008년 6월 신인사제도의 시행에 관한 합의를 했고, 합의의 주요 내용은 승진, 승급 방식을 변경하고, 성과연급제를 도입하며, 명예퇴직제 시행 등이 포함돼 있었다. 회사는 합의 결과를 반영한 성과연급제 운영요령을 작성해 2009년부터 시행하고, 2013년 해당 규정을 임금피크제 운영요령으로 대체해 운영했다. 

문제가 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는 회사에 근무 중인 만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직원들이 만 55세 이상이 되면 그 이전까지의 직급과 역량등급과 무관한 등급을 적용해 기준연급(임금)을 지급하도록 했고, 그 외에 성과평가 결과에 따른 변동연급의 비율이 기존과 비교해 일부 조정됐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는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가 고령자 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임금 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과 이미 지급받은 임금 등의 차액을 청구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 61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55세 이상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이고, 경영혁신과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는데, 실제로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월급여는 최소 93만원에서 최대 283만원까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회사가 제출한 자료에는 51세~55세 미만 정규직 직원들의 수주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 비해 떨어지고 있음에도 오히려 55세 이상 직원들의 임금만 감소했고, 제도 시행에 따라 55세 이상 근로자의 업무 내용이 변경되거나 목표 수준이 낮게 설정돼 업무량이 감소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없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① 고령자 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규정(모집ㆍ채용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이 강행규정인지 여부 ② 고령자 고용법 제4조의4의 위반(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③ 이 사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가 고령자 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는지를 이번 사건의 쟁점으로 보았다. 

- 대법원 2017다292343, 2022.05.26. 선고의 판단 요지 

첫째, 대법원은 고령자 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규정을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해당 법령 내용, 연령차별을 당한 사람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인권위원회는 구제조치와 시정명령이 내릴 수 있으며,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해당 규정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둘째, 고령자 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위반 여부, 즉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연령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 고용법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셋째, 이번 사건에서 문제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는 고령자 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는데, 그 이유는 ▲회사의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성과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이러한 목적을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려운 점 ▲임금피크제로 인해 해당 근로자는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등 불이익을 입었고, 업무 감축 등 적정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은 점 ▲해당 제도의 도입 전후해 해당 근로자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보았을 때 연령차별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따라서 고령자 고용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 이번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는 사업장이나 향후 도입할 계획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판결의 내용을 참고해 제도를 개선 또는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해당 기업(피고)의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는 ① 피고(회사)의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그 목적을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려운 점(예시 : 만 55세 이후 직원들의 생산성이나 실적이 감소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음.), ②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해 원고(근로자)는 임금이 대폭 감소하는 불이익이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적정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은 점(예시 : 근로시간이나 업무의 감축 조치 등이 없고, 정년도 기존대로 유지된 점 등), ③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 원고(근로자)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없었던 점에서 연령차별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의 내용이 ‘임금피크제도’ 자체가 무효라거나 무조건적으로 고령자 고용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어떤 기업의 임금피크제가 적법한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따라 연령차별에 대한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유효한 임금피크제도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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