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vs생태계 부활 ‘논란’... 검․경 전방위 수사 '향방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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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가상화폐 시장 대혼란을 불러온 루나․테라USD(UST)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루나 창립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새로운 버전의 '루나2.0'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우려가 크다. 권 대표는 새로운 루나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발행을 강행했다. 검찰과 경찰은 이와 별개로 테라폼랩스 내부의 횡령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루나 테라 전 직원 참고인 조사...시세 조정 여부 조사
- 금융수장들 "루나 28만명 투자...해외당국과 규제 심도있게 논의"


권 대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테라 2.0 출범 이후 트위터를 통해 테라 2.0의 시작과 함께 루나 코인의 새로운 체인 명칭이 ‘루나2(LUNA2)’라고 했다. 그는 루나2를 얼마나 보유 중인지를 보려면 테라 스테이션에 들어가 로그인하고 페이지를 새로 고침하면 된다고 안내 했다.

테라폼랩스는 홈페이지에는 “테라 2.0이 왔다(Terra 2.0 is here)”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면서 “열정적인 커뮤니티와 깊이 있는 개발자 풀에 의해 추진되기 때문에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탈중앙화된 것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저녁브리핑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온체인에 올린 '테라 생태계 복원 계획' 제안이 한국시간으로 26일 새벽에 통과하면서 '테라2.0'의 출시가 확정됐다"며 "이에 바이낸스, FTX 등 해외 주요 거래소는 공식적으로 테라2.0을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쿠코인, 후오비, 바이비트 등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 0.5달러에 상장된 루나 2.0은 거래 첫날 30달러(60%)까지 오르며 가치가 뛰었지만 반나절만 에 최고점 대비 88% 폭락했다. 이후에도 하루 등락률 40%를 넘나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비트 등 주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상장이 어렵다고 보지만, 기존 투자자들에게 무료로 루나 2.0을 배포하는 이른바 '에어드랍(무상배분)'은 이미 이뤄졌다. 테라폼 랩스 측은 새 루나의 약 35%는 가치 폭락 전 루나 클래식을 보유했던 사람에게, 약 10%는 가치 폭락 전 UST 보유자에게 돌아간다.

또 25%는 가치 폭락 후에도 여전히 루나나 UST가 있는 트레이더에게 할당된다. 나머지 약 30%는 테라 커뮤니티의 투자자 풀(pool)에 분배될 예정이다. 28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루나 투자자들이 제공받은 셈이다. 코인으로 해외 거래소에 몰려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 테라2.0 발행"..."성공엔 회의적"

하지만 경찰과 합수단 등이 테라폼랩스 법인과 권 대표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고 국내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테라의 거래를 종료한 상황에서 테라2.0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는 평가다. 또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수습도 안 된 상황에서 또 다른 가상화폐 출시로 추가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위원장 윤창현)은 당정책위원회(정책위의장 성일종 의원)와 공동으로 지난달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은’을 주제로 한 긴급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윤 의원은  “루나‧테라 외에도 불분명한 검증 절차를 거쳐 거래소 마음대로 코인을 발행‧유통했다가 다시 불투명한 이유로 상장 폐지된 코인이 8개 거래소에만 541개에 이른다”며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사실상 방관에 가까운 비정상적인 거리두기로 소리 없이 눈물 흘려야 했던 수많은 투자자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태가 증명하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문제는 한 사람의 도덕 불감증이나 능력 부족에 기인하지 않으며, 제2의 루나‧테라 사태를 방지하고 600만여 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건강한 시장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더욱 정밀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보안입법안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에 투자자와 개발자, 사업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규율과 정책이 정립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7일 테라USD(UST)와 루나(Luna) 토큰의 가격급락 사태와 관련한 회의 진행 직후 배포한 자료에서 “가상자산시장의 신뢰도 저하 및 이용자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관계법령 부재에 따라 감독당국의 역할이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한 피해상황 및 발생원인 등을 파악 중”이라며 “앞으로 제정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불공정거래 방지, 소비자피해 예방, 적격 ICO 요건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금감원장은 “역외거래 중심의 가상자산시장의 특성상 앞으로 해외 주요감독당국과도 가상자산 규율체계와 관련한 심도있는 논의도 진행할 것”을 당부했다. 같은 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 거래업자 등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 관련 조치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 위원장은 "법적으로 제도화가 돼있지 않다 보니까 구체적으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투자자 보호 관련해서는 가상자산업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별도 조치는 어려운 상황이라 한계가 있다"고 했다.

-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달 23일 “5월 중순경 테라폼랩스 직원으로 추정되는 자가 법인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횡령 의심 직원을 추적하는 한편, 테라폼랩스와 이 업체를 지원한 재단 '루나파운데이션가드'의 자금 거래 내역을 분석해 불법 자금 규모를 특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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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테라와 루나의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지난 19일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창업자 등을 서울남부지검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부활한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은 지난 20일 1호 사건으로 루나·테라 폭락 사태의 수사에 나선 상태다.

합수단은 최근 '루나·테라' 초기 개발에 관여한 테라폼랩스 전 직원 A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테라의 설계상 결함 등 폭락 위험'을 알고도 판매했는지 등을 집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의 이번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동결 요청은 투자자들의 고소와는 별개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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