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이명아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이명아 변호사]

1. 들어가며
 
청소년의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요즘,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학교 폭력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 폭력은 크게 언어폭력, 금품갈취, 강요,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 폭력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의결에 따른 가해학생 조치는 즉시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제1호 내지 제3호 처분 제외) 졸업 전까지 삭제되지 않으며 조치에 따라서는 졸업 후 2년이 지난 후까지 기록에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가해 학생의 입시, 진로 등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2. 교내 절차상 특성 - 사안 조사의 전문성 부족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는 최우선적으로 관련 학생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후 학교폭력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이 사안조사를 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후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전담기구의 심의 결과에 따라 학교폭력심의위위원회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된다.
전담기구나 소속 교원에 의한 사안조사를 바탕으로 사실관계가 확정되며,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별도의 조사 절차 없이 위와 같이 확정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관련 학생에 대한 처분을 결정한다. 그런데 조사권을 가진 전담기구는 그 역할의 중요성에 비하여 전문성이 극히 부족하다. 전담기구는 학부모가 구성원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 하에 교감, 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책임교사, 학부모 등으로 구성되며, 학부모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추천으로 학교장이 위촉한다.

다시 말해, 사안 조사에 대해 전문성을 가졌다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에 의하여 관련 학생들의 행위를 비롯한 전후 사정, 동기 등 사실관계가 조사되고 특정되며, 따라서 판단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 사실이 공정하고 엄밀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극히 어렵다. 실제로 각 당사자의 대응 및 사건 성격에 따라서 일방적인 피해 사건이 쌍방 가해 사건으로 변모하기도 하고, 조사 과정 중에서 피해 사실이 축소되는 일도 있으며, 조사 과정 중 사건이 악화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3.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절차상 특성
정보의 비대칭 및 형평성에 대한 신뢰도 부족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을 충족하면서 피해 학생과 그 보자가 학교폭력심의위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개최된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역시 교내 전담기구와 마찬가지로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학부모로 위촉하여야 하므로, 역시 심의의 객관성, 형평성에 있어 전문성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위와 같이 교내 전담기구에 의해 확정된 사실관계는 관련 학생에게 구체적으로 통지되지 않으며, 전담기구가 작성한 사안조사보고서, 관련자들의 확인서 등 일체의 관련 자료 역시 정보공개 청구 공개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가해 학생은 자신의 어떤 행동이 징계 대상으로 심의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만약 교내 전담기구가 객관적 사실관계와 달리 사실관계를 확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시정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징계처분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한편, 피해 학생 역시 자신의 피해 사실이 정확히 반영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며 학교폭력심의위원회 개최 당일에도 가해학생은 자신의 발언권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형사절차상의 양형 기준이나 법원의 판결과 같은 일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각 교육청마다, 또 각 사건의 위원들 구성마다 판단 기준이 제각각이므로 가해 학생의 비행 정도와 징계 처분의 경중이 비례하지 않으며, 이에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이다. 형평성, 객관성, 일관성이 보장되지 않는 절차를 통한 징계처분을 정당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가해학생, 피해학생 모두에게 어려울 것이다.

그밖에도 절차적 신속성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학교폭력심의위원회 개최까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기일 변경도 불가능하며, 위원들은 관련 학생이 제출한 의견서를 심의위 개최 당일에 읽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위원들은 대체로 사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심의를 진행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 및 징계처분의 결정 등에 있어서 엄밀하고 공정한 심의가 보장되지 않는다.
 
4. 결어 - 변호사 조력의 필요성
 
학생과 학부모가 감당해야 할 처분 결과의 중대성, 학교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비하여 그 학교 폭력 사건 처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은 아직 요원하다고 보인다. 위와 같은 학교폭력 사건 처리 절차의 특성을 고려하건대, 피해학생의 보호 측면에서도, 가해학생의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도 변호사의 조력은 필수적이다.

피해학생은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피해 사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수 있도록 사안 조사 과정에서부터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한편, 가해학생은 자신이 하지 않은 일까지 책임을 지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안 조사부터 심의위원회 당일까지 단계별로 적절한 방식으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여야 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사죄와 반성을 통해 사건을 조기에 원만히 종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 이명아 변호사 ▲고려대학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변호사시험 합격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소속>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