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29년전 신경영 선언...네델란드 독일 프랑스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네덜란드 등 유럽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네덜란드 등 유럽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 나섰다. 삼성에 따르면 7일 이 부회장은 네델란드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을 찾아 반도체 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 장비 확보와 삼성SDI 배터리 사업 확대에 나선다. 일정은 오는 18일까지다. 이 부회장이 출장길에 오른 이날은 부친인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독일에서 '신경영 선언(1993년 6월7일)을 한 날이기도 하다.  

- 반도체 협력 더욱 확대할지 주목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에서는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다. EUV 장비는 한 대에 2000억~3000억원의 고가인 데다 한 해 생산량이 40여 대에 불과하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EUV 장비 확보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은 2020년에도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난 바 있다.

이번 출장 기간 중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통화하며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행선지로는 네덜란드만 공개됐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인접 국가도 함께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 출장길에는 최윤호 사장 등 삼성SDI 임원 4명이 동행했다. 삼성SDI 경영진이 이 부회장과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신경영선언 한 날 출장길 올라

이 부회장의 이번 해외 출장은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 만이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재판 일정 등에 발목이 잡혀 해외 출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를 의식하듯 출국장에서 만난 취재진들이 구체적인 일정과 취업제한 규정 위반 논란 등에 대해 묻자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출장 일정과 행선지가 외부에 알려진 것도 지난 2일 치러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관련 공판에서 삼성 측 변호인이 해당 기간 출장에 따른 재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하면서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경제계 안팎의 목소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이 세계시장에서 활발히 뛸 수 있어야 한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의 사면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출장을 떠나는 7일은 29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1993년 6월 7일)이 나온 날이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은 독일 출장 중이던 1993년 6월 7일 임원들을 불러 모아 놓고 “바꾸려면 철저히 다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하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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