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기우 언론인] 6·1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과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직후 혁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당 쇄신에, 국민의힘은 공천제도 정비 등에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과거 민주당 혁신위가 내세웠던 4선 연임 금지조항이 혁신 경쟁의 핵심이자 정치권의 핵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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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이재명, 0선 윤석열 금뱃지 늘리기 혈안
윤핵관윤석열, ‘친명계이재명 당 장악 시나리오 착수

6·1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여야 모두 혁신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혁신 경쟁이라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혁신이라는 명분아래 당내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싸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를 계기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간 권력다툼이 최고조에 이르게 됐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 따른 혁신 비대위를 띄웠으나 비대위가 혁신을 추진할 수 있을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선거 패배를 고리로 친명(친이재명)과 친문(친문재인) 간 갈등만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 손질 혁신위 띄운 , 이준석 임기 채울지 변수

국민의힘은 조만간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이 한 명씩 추천하기로 한 혁신위원에는 초선인 정희용 의원과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가 추천된 상태다. 또 당 안팎에서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활동하는 인사들을 추천하기 위해 적합한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 주요 과제는 공천 규정 재정비가 될 전망이다.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최재형 의원은 예측 가능한 공천시스템을 만들어 새로운 사람들도 준비하고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행 당원 투표 70%·일반 여론조사 30%’로 정해진 경선 공천 룰의 변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4선 연임 금지조항 여부도 혁신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대표가 공천시스템 개혁을 통해 차기 총선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포석과 함께 권력 투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럴 경우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관계인 안철수 의원 및 이른바 윤핵관 그룹과 대립할 수 있다.

관건은 이번 혁신위의 공천 시스템 개편이 차기 총선에 적용될 수 있느냐다. 이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한 품위유지 위반 의혹에 대한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 징계가 24일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 대표는 성상납을 받지 않았고, 김철근 정무실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만큼, 징계대상이 아니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경찰 수사와 별개로 당의 품위를 훼손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징계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인사는 윤리위가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윤핵관들이 당권을 찾아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표의 징계를 받고 물러난다면 새 지도부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그러면 새 지도부는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으나 윤핵관이 밀어붙이는 당권주자가 새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내년 6월 이후 공천권을 행사하는 새 지도부에 윤핵관 인사들이 전면 포진할 수 있다. 반면, 이 대표도 윤리위 징계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차기 전대에 재출마해 공천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인사는 친윤 그룹은 공통적으로 집권 초반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 뒷받침을 내세워 윤 대통령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사를 당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고 있다그 배경에는 친윤계 인사가 당권을 잡아 ‘0인 윤 대통령의 당내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리위 징계 여부가 최대 변수다. 이 대표의 향후 전대 재출마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리형에 가까운 혁신위, 물 건너가나

국회본회의장 모습. 뉴시스
국회본회의장 모습. 뉴시스

민주당도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웠다. 비대위는 연이은 선거 참패로 다시 꾸려진 만큼, 8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기 전까지 당을 잡으면서 쇄신을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다. 그 책무를 4선의 우상호 의원이 맡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비대위가 독자적인 당 혁신안을 추진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그러나 시작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혁신이냐, 관리냐를 놓고 벌써부터 파열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의 혁신과 변화는 정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차기 지도부가 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비대위원에 내정된 한 의원도 비대위가 혁신안을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초선 몫 비대위원에 내정된 이용우 의원은 관리형 비대위로 전당대회만 잘 치른다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쇄신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도 혁신형 비대위라고 규정했기에 대선을 평가하면서 어떻게 혁신할지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의 비대위는 혁신보단 관리형이란 평가가 나온다. 활동 기간이 2개월에 불과한데다 당내 내분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로 갈린 내홍을 봉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재명 책임론으로 시작된 계파 갈등은 전당대회 룰로 번지며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확보한 친이재명계는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높이자는 입장이고, 친문재인계는 현행 규정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계파 갈등이 다른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되면서 지방선거 참패 이후 기대했던 반성과 쇄신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권 장악과 2년 뒤 공천을 위한 이익 갈등에 매몰되면서 정작 중요한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4선연임 제한 새지도부 몫, 공천권 쥐어야 혁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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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당내 갈등 국면이 마무리가 되거나 공천권을 가진 새 지도부에서 혁신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본격적인 혁신 경쟁이 시작되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불리는 ‘4선 연임 금지가 혁신 경쟁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는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의원이 발의했고, 국민의힘에서는 박수영 의원이 발의했다. 국회의원을 12년 이상 연이어 하지 못하도록 하는 ‘4연임 제한은 결국 세대교체를 시스템화하자는 게 주된 골자다.

선거 때마다 세대교체 여론이 나오지만 현재로선 인적 쇄신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는 없는 상태다. 사실상 다선 의원들의 자진 불출마가 유일한 대안이다. 다만 중진의원들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선수로만 한계를 정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감정적 동요와 함께 전문성을 갖춘 행정부 장차관을 상대하려면 12년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논리적 주장도 제기된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명제에 동의하면서도 제도화에는 부정적이다. 결국 여야의 의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세대교체를 빌미로 민주당은 이재명당, 국민의힘은 친윤당을 만들겠다는 당권 장악 시나리오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만 살펴봐도 그렇다.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이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친문 진영 등에서 이 의원을 견제하고 있으나 이 의원의 대항마는 마땅치 않은 상태다. 다선 의원 상당수는 친문계와 586이다. 이에 따라 친명계 중심인 초재선 의원과 친명계 인사로 세대교체해 이재명당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4선 연임 제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국민의힘 역시 윤심 인사가 당권을 장악한다면 ‘0인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심복을 국회로 진출시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윤심 인사가 당을 장악하지 못하면 당대(·대통령실) 관계는 삐거덕거리면서 윤 대통령과의 긴장관계가 형성될 소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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