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일본기업' 부담스러워하던 롯데...이번 공시 이례적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롯데지주는 국내 계열회사에 직·간접 출자한 국외 계열회사 현황을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여기에는 호텔롯데의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롯데홀딩스를 통해 간접 출자하고 있는 광윤사도 포함됐다. 그동안 롯데는 일본 관계사들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공개 이유가 없었다. 또한 일본 기업 이미지 노출이 부담스러워 공개를 꺼려했다.

하지만 이번 공개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일본 롯데의 주주 및 출자 현황 정보가 외부에 공식화 됐다. 이에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롯데 공시를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일본 롯데케미칼 상무의 후계구도와 연결 짓기도 한다. 

- 신동빈회장, 일본 롯데홀딩스·광윤사 지분 각각 2.69%, 39.03%
- 신 회장 아들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의 후계구도 나오나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는 롯데홀딩스다.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를 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분 2.69%를 보유했다. 친족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3.15%,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77%, 신유미 전 롯데호텔 고문은 1.46%를 보유해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은 9.97%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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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홀딩스의 지분 3.21%를 보유한 경유물산은 신유미 전 롯데호텔 고문의 자산관리회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비영리법인인 롯데재단이 0.22%를 보유한 점도 새로 공개됐다.

- 신동빈 日 롯데 14곳 대표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 지분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28%, 신동빈 회장이 39.03%,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부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10.00%,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0.28%를 보유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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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개 일본 롯데 회사가 13개 한국 롯데 회사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 회사 19곳 중 14곳에서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의 자체 공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2016년 2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외 계열사 현황을 발표한 적은 있다.  

6년 전과 비교하면 롯데홀딩스의 롯데 총수일가의 지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당시 총수 일가의 지분은 3.46%였는데 지금은 9.97%까지 늘어났다. 신 회장의 지분이 2.69%고,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3.15%를 보유하고 있다. 신격호 창립자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77%, 딸 신유미 전 롯데호텔 고문이 1.46%를 갖고 있다.  또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관계사인 일본 회사 19개 중 14개 기업의 대표이사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일본 롯데홀딩스와 최대주주인 광윤사는 비상장사여서 관련 정보가 거의 없었다. 또한 롯데가 일본 기업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에대한 부담도 작용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롯데의 '국적논란'은 해묵은 논쟁이다. 증권경제신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한국인 근로자를 채용한다는 점에서 한국기업으로 비쳐지지만 오너 일가가 일본에 뿌리를 두고 일본 유력 가문들과 혼맥을 맺어온 점, 오너가 대부분이 한국말에 서툴다는 점 등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온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룹 내 자금 흐름도에서도 신 회장 일가는 신 회장 일가는 일본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한국에서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로서 호텔롯데가 지분을 보유한 한국 계열사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롯데가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을 희석하면 ‘롯데=일본기업’이라는 반기업 정서를 잠재우는데도 일조할 수 있어서다.

또한  신 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제4차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참석해 “롯데는 일본 기업이 아니다”고 단언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날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재벌 총수 9명이 참석했다. 당시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롯데그룹 일본 기업 아니냐”라는 질문에 신 회장은 “롯데그룹은 한국기업”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이 의원 “롯데홀딩스가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데 롯데가 한국 기업이냐”는 질문에 신 회장은 “롯데호텔을 상장하려 했지만 검찰 수사 때문에 무산 됐다”고 말하는 등 롯데 국적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후계구도 연결...아직은 시기상조

이 때문에 이번 공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너무나도 이례적인 공개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후계구도를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상무의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입사를 3세 경영 준비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다. 신 상무는 지난 5월 입사했다. 그는  2020년 일본 롯데와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 후 최근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신 회장이 일본에서 추진해왔던 인수합병(M&A) 작업을 신 상무가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경영 승계 코스는 국적 문제 등이 얽혀있기 때문에 대를 이어서도 계속해서 비슷할 것”이라며 “일본 국적을 가진 신유열 상무는 병역 문제가 해결된 뒤 한국 롯데에서 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롯데홀딩스가 일본에 있고, 일본 롯데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후계자가 인맥과 경험을 쌓는데 한국보다 나은 환경”이라고 했다.  

다민 신 상무가 후계구도 밑그림을 그린다는 분석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롯데 측은 이번 공시와 관련해 “법에 따라 일본 측의 협조를 받아서 성실하게 회사 현황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롯데의 이번 공시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한 국외 계열사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된 데 따른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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