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尹 지지층 껴안으며 ‘세력화’ 물밑작업? 姜 “단순 격려행사”

대통령비서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4일 전 윤석열 선대본부 특위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정두현 기자]
대통령비서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4일 전 윤석열 선대본부 특위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정두현 기자]

- 4일 ‘前 윤석열 선대본부 특위 간담회’ 외부 비공개 개최 
- ‘姜 측근’ 김대남 전 尹선대본부 조직국장 행사 주최‧주관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전(前)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산하 특별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지난 4일 서울 모처에서 ‘윤석열 선대본부 특별위원회 간담회’를 명목으로 비공개 회합을 가졌다. 이날 강승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이 참석해 정권교체에 일조한 대선 캠프 실무진과 지지자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일견 국민의힘 선대본부 산하 조직 구성원들의 대선 활약상을 치하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당부하는 차원의 행사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 3개월 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며 진행된 이날 행사의 주최 배경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에서 대선 캠프 출신 주요 인사들과 지지자들이 이렇듯 ‘등잔 밑 회동’을 가지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이에 일각에선 강 수석이 윤석열 대통령을 내세워 사조직화를 도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 컷오프로 제도권에서 멀어졌던 강 수석이 대통령실 입성을 발판으로 여의도 정치를 재개하려는 일종의 ‘복선’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지난 3.9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보수정당이 정권교체 숙원을 이루기까지 중추적 역할을 도맡았던 조직이다. 대선 당시 기존 매머드급 선거 조직을 슬림화하는 과정에서 선대본부 산하 80여 개의 특위가 구성됐고, 그중 하나가 선대본부 산하 조직본부 특위다.  

윤석열 국민캠프(선대위)에서 조직총괄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던 강승규 수석은 기존 선대위가 선대본부로 재편되면서 조직본부 특위의 조직강화단장으로 보임했고, 특위 살림을 총괄하는 조직국장에는 김대남 전 선대위 조직국장이 재지명됐다. 윤석열 캠프 조직본부 특위는 사실상 강승규-김대남 투톱 체제로 운영된 셈이다. 여기에 전·현직 의원, 각계각층에서 전문성을 갖춘 저명인사들이 특위로 대거 합류했다. 조직본부 특위는 방대한 선대본부 산하 조직들을 원팀으로 묶는 가교 역할과 다양한 정책 건의 등 대선 활약상을 보이며 윤석열 캠프의 중추 조직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강 수석은 캠프 조직력 제고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실 초대 시민사회수석으로 전격 발탁됐다. 2012년 총선 새누리당 공천 컷오프, 2016년 총선 낙마 등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구 MB(이명박)계 낭인으로 정치권 외곽을 전전한 끝에 중앙정치에 다시 발을 들인 것. 강 수석으로선 정치적 ‘커리어 하이(career high)’에 재도전하는 전기를 맞은 셈이다. 여의도 정가에선 용산으로 입성한 강 수석이 시민사회와의 스킨십 확대로 정치 체급을 키워 오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도 모르는 행사에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이?     

윤석열 대선 캠프의 핵심 퍼즐인 조직본부 특위 출신 인사들이 지난 4일(토) 오후 4시부터 2시간가량 서울 서초구 서초동 모처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87일 만에 내부적으로 마련된 자리다. 이날 행사에는 특위 참여자 및 현 정권 지지자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거조직을 진두지휘했던 강 수석(전 특위 조직강화단장)도 행사장에 모습을 비췄다. 

6.1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 장제원‧이철규 의원 등 소위 친윤(親尹)계 의원들의 사적 모임인 ‘민들레’가 두각을 나타내며 최근 정치권 화두에 오르자, 당사자들은 모임의 취지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의 ‘서초동 암행’을 심상찮게 보는 시각들도 엄존한다.  

주최 측은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고 외부 취재를 제재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본지는 이날 일요서울TV 영상팀을 대동해 행사 취재를 시도했으나, 주최 측은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내부 촬영과 인터뷰를 거부했다. 간담회 주최 측 김흥수 전 KBS 아나운서실 국장은 이날 행사 전 본지에 “사전 협의가 없었기 때문에 영상 촬영과 (관계자) 인터뷰는 불가하다”며 “캠프 인사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일개 행사에 불과한데, 침소봉대하는 언론 보도가 나갈 수 있어 그렇다. 양해 바란다”고 행사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다른 주최 측 직원은 취재를 위해 행사장에 들어간 본지 기자에게 “사진 촬영을 금하고 있다”고 거듭 당부하며 핸드폰에 촬영된 현장 사진이 있으면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강 수석의 인사말과 행사 진행을 맡은 김대남 전 선대본부 조직국장의 캠프 해산 후 시민연대 활동 계획 브리핑, 식후 만찬 등의 식순으로 이어졌다.

연단에 오른 강 수석은 인사말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캠프를 위해 애써주신 여러분들을 위해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곧장 달려왔다”면서 “시민사회수석으로서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청취해 윤 대통령께 전달토록 하겠다”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그는 “대통령께서 캠프 인사들의 노고에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면서 향후 선대본부 참여 인사들에 대한 역할 분배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에 기용되지 못한 일부 캠프 출신 인사들을 다독인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그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오는 6월 말경에는 완공될 것”이라고 윤 대통령과 관련한 근황을 전하며, 향후 선대본부 출신 인사들과 다양한 채널로 소통할 계획이라고도 첨언했다. 

전 윤석열 선대본부 특별위원회 간담회 공지 포스터
전 윤석열 선대본부 특별위원회 간담회 공지 포스터

문제는 이번 선대본부 특위 간담회가 행사 당일까지도 주최 측이 명시되지 않은 데다, 대선 이후 3개월가량 지난 뒤에야 음성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특히 윤 대통령도 이번 행사에 관해 금시초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강 수석이 캠프 출신 인사들을 규합하며 ‘별동대’ 결성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본지가 입수한 선대본부 특위 간담회 공지 포스터에는 주최 측이 명시되지 않았을 뿐더러, 윤 대통령의 사진이 첨부(상위 이미지 참조)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행사를 주최한 장본인은 강 수석을 보좌해 조직본부 특위 실무를 총괄했던 김대남 전 조직국장이다. 선대본부 특위 간담회는 대통령실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기획, 진행했다는 게 김 전 국장의 전언이다. 강 수석도 지난 10일 ‘윤 대통령께서도 전 선대본부 특위 간담회에 대해 알고 계셨나’라고 묻는 기자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단답의 문자 회신을 보내왔다. 윤 대통령에게 행사 관련 사후 보고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강승규, 특위 간담회 주최 측 “단순 격려 차원의 행사”

강 수석과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정권교체에 기여한 인사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가벼운 자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 전 국장은 지난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간담회는 제가 주관한 게 맞다”면서도 “국정 초기 국민통합 기치를 내건 윤 대통령이나 여당에서 자칫 이번 행사를 불편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조용히 진행하게 됐다”고 단순 친목 행사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 3개월 뒤에 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지난 지방선거 때 (김 전 국장 본인이) 구청장에 출마하면서 일정이 뒤로 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국장은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강남구청장 예비후보로 출마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현재 ‘정치개혁’을 모토로 지난해 4월 출범한 착한정치시민연대의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전 국장은 강 수석의 간담회 참석에 대해선 “시민사회수석이 아닌 전직 선대본부 본부장 자격으로 격려 차원에서 참석한 것”이라며 “행사 취지를 정치적 의도와 연관 짓는 것은 강 수석님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정치적으로 전혀 확대해석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강 수석 본인도 일요서울 취재진이 이번 선대본부 간담회의 취지를 묻자 대해 “단순 격려행사”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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