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차대전 후 동·서냉 전은 1991년 소련 공산 제국이 붕괴되면서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92년 ‘역사의 종언’에서 냉전 이후 인간 존엄성·자유민주·자본주의가 공산독재를 이겨내고 주요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러나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미국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비관론에 직면했다. 고대 로마제국의 몰락을 방불케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상 이슬람 극단주의자 오사마 빈 라덴 측의 미국 뉴욕 여객기 납치 테러,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평정 실패,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국제금융위기 촉발, 유례없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및 지지 세력의 의사당 난입,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은 미국이 쇠락의 길로 가고 있다는 감을 금치 못하게 했다. 

그 밖에도 중국 공산당 1당 독재가 자유민주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주장도 고개 들었다. 중국 은 작년 ‘중국의 민주주의’란 백서를 발행, 중국 ‘인민 민주’가 ‘인류 정치문명에의 중대 기여이자 인류 사회의 거대한 진보’라고 자찬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동양은 떠오르고 서양은 저물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독재권력이 ‘인류 사회의 거대한 진보’가 아니라 거대한 재앙임을 입증한다. 만약 푸틴 권력이 언론 자유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유 국가였다면,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무모한 도발은 상상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결사항전에 부닥칠 거라고 푸틴에게 경고한 쓴소리도 없었다. 자유진영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경제재재에 적극 나서리라고 직언한 측근도 없었다. 푸틴은 1만 명의 병력, 탱크 1000대, 전투기 30기를 잃고 매일 2억 2000달러 전비를 쏟아부으면서도 우크라이나 점령에 실패, 러시아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러시아 경제를 망가트리고 자유민주 국가들의 결속을 강화시켰다. 겉으로만 강해 보이는 독재 권력의 허상을 노정시킨 것이다. 

푸틴은 과거 소련 공산제 국주의 팽창 향수에 젖어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2004년 ‘오렌지 혁명’ 등 자유 확산을 눈에 든 가시로 여겼다. 그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에 우크라이나가 결사 항전하지 못하자 기고만장해져 아예 본토 도륙에 나섰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자 미국을 쇠망한 나라로 얕잡아 보았다. 결국 푸틴은 오판 속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 러시아 경제를 거덜 내며 ‘전범’ ‘도살자’로 전락되고 말았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독재 국가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을 재확인케 했다. 전투 수송차량은 너무 낡고 고장이 잦아 24km마다 정비병을 대기시켜야 한다. 쌍방향 무전기·항생제 등도 달려 민간인들의 기증에 의존하기도 한다. 전투 군인들에게는 20년 지난 전투식량도 배급된다. 전투 지휘는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모스크바 군 수뇌들이 독점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 공산당 1당 독제도 경제*외교적 한계에 부닥쳤다. 경제는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코비드19 확산에 상하이 2천5000만 인구 전체를 봉쇄, 1당 독재의 경직성을 드러냈다. 경제적으로 거덜 난 북한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독재 권력은 재앙이고 자유민주 체제가 시끄럽기는 해도 ‘인류 사회의 거대한 진보’였음을 실증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유민주 체제에 자긍심을 느낀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중국과 북한 등 겉으로만 강해 보이는 독재 권력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푸틴 보다 더 잔혹한 독재자다. 더 경직되고 더 비효율적이며 더 독단적이다. 김정은도 푸틴처럼 오판 속에 남침할 수 있다. 그가 수소폭탄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손에 쥐고 있다는 데서 더욱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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