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22년 상반기 치러진 두 차례의 연이은 여야 대격돌이 막을 내린 지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치열한 내전이 진행 중이다. 20대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민주당은 책임론을 놓고 계파 갈등이 극심한 상황이고, 이와 맞물려 당권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가 닻을 올리면서 어느 당권 주자와 코드 맞추기를 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파 갈등이 잠재워지지 않을 경우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민주당. 민주당의 미래는 선거 패배 책임론과 당권 경쟁이 복잡하게 맞물려 전개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자 경선 TV토론회가 진행된 서울 sbs 목동스튜디오에서 후보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의원, 이재명 전 성남시장, 양기대 전 광명시장. 2018.04.17. 뉴시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자 경선 TV토론회가 진행된 서울 sbs 목동스튜디오에서 후보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의원, 이재명 전 성남시장, 양기대 전 광명시장. 2018.04.17. 뉴시스

- 친문·이낙연계 vs 친명계 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당권 경쟁 전초전
- 책임론 논쟁 이재명 당권 도전 불가론으로 확대우상호는 누구의 손들어주나

더불어민주당은 20대 대통령 선거 및 6·1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과 당권 경쟁이 맞물려 치열한 계파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선거 패배 책임론은 당권 도전 불가론과 연결되면서 계파 간 권력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책임론을 꺼내든 것은 친문계와 이낙연계였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이 0.73% 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승부가 갈리면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또 곧바로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따질 시간을 갖지 못했다.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는 지방선거 이후로 일단 미뤄뒀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친문·이낙연계는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들고 공개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의원은 지방선거 기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동시에 당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를 이끌었다. 친문·이낙연계는 패장인 이 의원이 대선이 끝나자마자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과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것이 지방선거 참패에 직접적 원인이 됐다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친문·이낙연계 vs 친명계 책임론놓고 치고받기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에서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명확하게 민주당의 그런 잘못된 공천에 대한 심판을 그렇게 하신 것이라며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을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내가 해야 되겠다 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도 최근 MBC 라디오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민주당으로서는 정말 참사가 됐는데 가장 큰 원인이 이재명·송영길 두 분이 한 달 만에 출마한 게 저는 결정적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직후 책임론에 대해 대응을 자제하던 친명계는 시간이 갈수록 이재명 책임론이 거세지자 반박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남국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단 하루도 못 참고,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이재명 책임론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절망하고 계신다분열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진석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의 패배가 이재명 책임이라고? 그만들 좀 하시죠라며 대통령 취임 23일 만에 치르는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우상호 의원, 뉴시스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우상호 의원, 뉴시스

서로 전대 출마하면 안돼주도권 싸움 팽팽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은 곧바로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 불가론으로 이어졌다.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로운 지도부가 2년 뒤 치러지는 22대 총선의 공천권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에 각 계파가 선거 패배 책임론을 고리로 당권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당권 주자로는 이재명 의원과 함께 친문계 홍영표·전해철 의원, 이낙연계 설훈 의원, 김근태계·민주평화국민연대 출신이면서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의원 지지를 선언했던 우원식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계파색이 옅은 김부겸 전 총리와 원조 친노이광재 전 의원, 운동권 출신 86그룹(60년대생·80년대 학번)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이인영 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이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저는 그 문제는 상식적인 판단을 할 거라고 본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이 의원이 이번 선거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당권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본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는 자신의 전대 출마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이 이 상태로 지속된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본다반성과 쇄신, 혁신 이런 것들을 위해서 내가 앞장서야 되겠다는 생각에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지난 8B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의원 (전대) 출마는 본인이 아직까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경쟁자들이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비이성적인 처사라고 본다저는 오히려 그렇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주로 계파색이 짙던 분들이지 않나. 그분들은 출마를 자제하는 것이 이번 전대에는 맞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국회에 첫 출근을 한 이재명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 묻자 전당대회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한 질문에는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상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10일 중앙위원회의 투표를 거쳐 공식 출범했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문희상 전 국회의장, 유인태·이광재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됐지만 민주당은 지난 7일 의원총회를 열고 우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했다. 4선 중진으로 86그룹 대표 주자인 우상호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화합형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 의원은 당내 86그룹 중에서 가장 먼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비대위는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 말까지 활동하며 대선·지선 패배에 대한 평가, 전당대회 준비 등의 작업을 하게 된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당권 경쟁과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치유하고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우 위원장의 정무적 결정이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특정 당권 주자쪽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당내 갈등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각 계파 전대 룰 전쟁도 불붙어, 우상호 한쪽 편 들기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신임 송영길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홍영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2021.05.02.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신임 송영길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홍영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2021.05.02. 뉴시스

이미 각 계파는 전대를 앞두고 권리당원 투표권 부여 기준, 선거인단 투표 반영 비율, 지도체제 형태 등 전대 룰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민주당의 당규는 최소 6개월 전까지 입당한 권리당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10%, 일반 당원 5%로 투표결과 반영 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지도체제의 경우는 민주당은 현재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친명계에서는 권리당원 투표권 부여 기준을 완화하자는 주장과 함께 대의원 투표 결과 반영 비율을 낮추고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높이자는 주장 등을 내놓고 있다. 반면 친문계에서는 대체로 전대 룰 변경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지도체제 문제의 경우는 순수 집단지도체제로 당규를 바꾸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10MBC 라디오에서 권리당원이 많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권리당원 표의 가치가 떨어져 버린다대의원 표만 굉장히 가치가 올라가버리는 그런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이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도체제와 관련해서는 순수 집단지도체제로 갔을 때 당내에 여러 계파의 갈등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상시적 갈등을 내재하게 만들어서 일명 봉숭아학당이라고 하죠라며 일종의 계파 간 공천을 나눠 먹는, 지분을 챙기는 그런 문제도 가지고 있어서 국민들이 봤을 때는 구태정치, 또는 혁신과 거리가 먼 그런 지도체계로 비추어질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병원 의원은 지난 9일 민주당 재선의원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지도체제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가 좋겠다는 재선의원 다수의 의견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친문 성향이기도 한 강 의원은 최대한 국민께 다가가 민심을 반영하기 위한 지도체제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가 적합하다고 뜻을 모았다단일성 지도체제가 집행은 효율적이고 신속할 테지만 새로운 시대변화나 가치 등의 면에서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돼야 하고 (그 목소리를)수렴하는데 적합한 것이 통합형 집단체제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대 룰 변경 문제와 관련 건강한 문제 제기는 반영하고, 불가피한 점은 설명하면서 정리해나가는 수순을 밟겠다룰이라는 것은 전대에 나오려는 분들의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지 않으냐. 민의를 더 잘 반영하자는 취지는 반영하되 현저하게 (후보들의) 유불리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한쪽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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