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첫 공식 대외 행보...'90% 폭락' 루나 사태 막을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루나·테라USD(UST) 폭락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와 국민의 힘이 손 잡았다. 13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 대책 긴급점검 당정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달 24일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당정 간담회다. 이번 간담회에는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후 첫 대외행보라 더욱 주목받았다. 간담회 현장에 일요서울도 함께 했다.

- 시스템, 소비자 보호 적극 나설 것

이날 간담회는 루나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개최됐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전반기 국회 정무위원장을 지낸 윤재옥 의원, 후반기 정무위 간사로 내정된 윤한홍 의원과 가상자산특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신임 금감원장은 취임 후 첫 공식적인 대외 행보라 더욱 주목 받았다. 이외에도 금융정보분석원(FIU)과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 대표들이 참석했다.

모두발언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코나 사태 이후 시장에서 문제점 개선 보안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지방선거 기간동안에도 업계 정부 국회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며 "전 정부가 화폐도 아니라고 했던 가상화폐가 이제는 일상속으로 들어와서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간담회를 통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통해 어떻게 하면 제도적으로 피해를 줄이고 상장 상폐에 있어 업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장을 잘 만들 수있을지 고민을 해왔다"며 "이 자리도(오늘 간담회) 그런 자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만큼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도 투자자 보호에 역점을 두고 좋은 말씀을 주실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보안하는데 노력하겠다"며 "향후에는 이 블럭체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플랫품에 기본법을 제정법으로 만들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범정부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최근 루나 사태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금전적 피해를 입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사 현장 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업계의 자율 규제가 특히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가상자산 거래는 대규모·비대면 거래로 인해 정보 비대칭, 불공정 거래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합리적인 규제 체계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복잡성, 예측이 곤란한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민간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시장 자율규제의 확립이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감독원도 민간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자 피해가 예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국제적 정합성 제고를 위해 해외 감독당국, 국제기구 등과의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5대 원화거래소는 이날 간담회에 재발방지 대책으로 자율규약안을 보고 했다.

이 초안에는 코인 상장 심사 과정에 대한 정기 심사, 상장 및 상장 폐지에 대한 규약의 공통 심사, 거래소 간 공동협의체 구축 등을 통해 루나·테라USD(UST) 폭락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예방하는 방안이 담겼다.

당정은 향후 협의를 거쳐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가상자산특위위원장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신뢰를 잃으면 시장은 어렵게 된다. 루나 테라 사태가 계솓된다면 투자자가 떠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시장은 없어진다"고 했다. 이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라도 다 같이 노력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해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에도 나서야 시장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며 "시장 지속 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지털 과제라고 생각한다. 오늘 협의를 토대로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루나 코인에 대해 서로 다른 상장·상폐 기준을 적용했다. 코어닥스, 프로비트 등 일부 가상자산거래소는 루나 리스크를 우려해 코인 상장을 하지 않았지만 5대 거래소는 이를 상장했다. 코인원·코빗·고팍스는 지난달 10일, 빗썸은 지난달 11일 입금이나 출금을 중단했지만 업비트는 지난달 13일에야 중단했다. 상폐 시점도 제각각이었다.

- 전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투자 경고 확산

한편 가상화폐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루나(LUNA)'는 지난달 28일 '루나2.0'으로 돌아왔지만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열흘 새 9분의 1 토막 났다. 루나를 발행하는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CEO(최고경영자)는 루나2.0을 상장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적극 홍보했지만 현재는 트위터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2.0'은 지난 10일 오후 4시 기준 1.96달러에 거래됐다. 12일 전 루나2.0이 상장됐을 때 가격인 17.8달러와 비교하면 89% 떨어졌다. 투자 피해자만 2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루나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권씨를 사기 등 혐의로 잇따라 고소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2의 테라 사태를 막기 위해 스테이블코인(특정 자산에 가치가 연동된 가상화폐)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추세다. 국내 5개 가상화폐 거래소도 루나와 테라를 상장폐지하기도 했다.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의 리서치센터는 최근 '테라 사태 이후 스테이블코인 안정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테라USD(UST) 디페깅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의 양적 성장보다 수요처가 한정적이거나 대량의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때 발생한다”며 “알고리즘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내외부 충격이 악순환 고리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스테이블코인의 관건은 각각의 페깅(코인당 1달러에 고정) 유지 원리가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안정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발전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모든 스테이블코인의 관건은 각각의 페깅 유지 메커니즘이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은 자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지속적인 발전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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