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섭 또 결렬...부품 하나 없어 공장 중단까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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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이 오늘(14일)부로 8일째를 맞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국내 산업계 피해 규모가 약 1조6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번 협상이 언제 마무리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가동을 중단하는 공장이 늘고 물류 배송 피해를 토로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경기에도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 물류 대동맥 막히자 산업계 연쇄 피해

중랑구에 사는 한 소비자는 일 주일새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배송이 오래 걸려 배송 취소한 화장지가 배달이 됐고, 늦게 시킨 제품도 함께 도착했다. 화장지 배송 업체에 연락을 해 상황을 설명하자 회수해 가겠다고는 하면서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는 본지에 "업체가 미안하다고 했다. 물류 차량 배차가 원활하지 못해 자신들도 물류배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히려) 화장지 반품 회수를 좀 늦쳐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13일 오후 남양주시에서 물류 보관업을 하는 A대표는 "오전 내내 물류를 가져가고 채우려는 화물차들로 복잡한 이 곳이 지난주부터는 한적하다 못해 고요하다"며 "언제쯤 파업이 끝날지 모르고 쌓여있는 물품 중 부폐하는 것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고 했다.

산업 현장에서도 이번 장기화 파업으로 인한 피해 소식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제철소에서 만든 철강 제품을 실어 나를 방법이 없어 쌓아만 놓고 있다. 더 이상 둘 공간이 없자 급기야 일부 공장은 운영을 멈췄다. 국내 대표 철강회사인 포스코는 13일부터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제철 역시 전국 5개 사업장에서 하루 4만t가량의 철강제품 출하가 막히면서 생산 중단을 통한 생산량 조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설상가상 물류파업까지 덮친 자동차업계는 하루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매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신차 출시 과정에서 탁송 업무가 지연되면서 소비자 인도 절차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 개인로드 탁송으로 급한 불을 끄려고 노력 중이지만 신차 출시부터 100km를 달린 새 차를 받기 싫어하는 소비자들이 탁송을 거부하고 있어 신차 처리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자동차 영업사원 B씨는 "올 초에는 반도체 수급문제로 소비자들에게 신차 출시 지연 피해를 줬는데 이번에는 차를 다 만들어 놓고도 탁송 문제를 두고 소비자와 마찰을 빚고 있다"며 "일부 소비자들은 탁송일을 늦춰달라고 하는데 이럴 경우 신차 보관 문제로 인해 비용이 지출될 수 밖에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일부터 12일 6일간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총 1조5천868억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13일 밝혔다.

부문별로 보면 철강업계는 육상 운송을 통한 제품 반출이 제한되면서 총 45만t(톤)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철강제품의 평균 단가가 t당 155만 원임을 고려하면 6975억 원 규모의 피해를 본 셈이다.

특히 지난 6일간 극심한 제품 출하 차질로 인해 적재 공간의 한계에 다다른 업체가 늘고 있는 만큼 이번주부터는 생산 차질 피해가 본격화되면서 피해 규모가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이번 주 산업계 피해가 늘 수 있는 만큼 다각도로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 안전운임제 이견 속 사태 장기화 조짐

한편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12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경까지 8시간 넘게 협상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결렬 직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파업을 둘러싼 국토교통부와의 4차 교섭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안전운임제 반대로 결렬됐다. 무기한 총파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라며 "밤 9시 반쯤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확대에 대해 적극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안에 잠정 합의해 4자 공동성명을 내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이 타결 직전 합의를 번복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힘은 공동성명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토부와 화물연대, 화주단체의 합의 전체를 부정했다"고 덧붙였다.

화물연대는 지난 7일 0시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및 전차종·전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3년 일몰제'여서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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