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 대통령 사저 앞 보수단체 집회…진보단체는 尹대통령 자택 앞 보복집회로 맞대응
정치권에선 ‘집시법 개정안’ 봇물…‘집회·결사의 자유’ 제약 우려 증폭

'서울의소리' 서초동 집회 현장. [뉴시스]
'서울의소리' 서초동 집회 현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 보수단체 집회에 진보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 보복 집회로 맞서면서, 여야 지지층이 정치 보복성 집회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전·현직 대통령의 사저와 집무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거주하는 서울 서초동 아파트 맞은편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확성기와 꽹가리, 북 등을 동원해 소음을 유발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여기에 보수단체 신자유연대가 맞불 집회까지 열면서, 서초동 일대 시민들은 통행 제약과 소음으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의소리’ 측 집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소음과 욕설을 동반한 집회를 여는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집회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 집회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양산 집회가 중단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해당 집회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나”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 보복 성격의 욕설·소음 집회에 이에 대한 보복 집회, 또 이에 맞서는 맞불 집회까지 열리면서 여야 지지층의 ‘집회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서의 갈등이 지지층 간 집회 대결로 번지면서, 이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산 평산마을 집회 모습. [뉴시스]
양산 평산마을 집회 모습. [뉴시스]

‘전·현직 대통령 지키기’ 나선 정치권…줄이은 집시법 개정안 발의

정치 보복 수단으로 전락한 집회에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몰린 가운데, 정작 사태의 원인인 정치권에선 지지층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보단 집회를 막기 위한 ‘입법 대결’에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와 관련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정청래 의원은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장소에 전직 대통령의 사저를 추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한병도 의원은 ‘악의적 표현으로 청각 등 신체나 정신에 장애를 유발할 정도의 소음을 발생해 신체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박광온 의원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영찬 의원은 1인 시위까지 시위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시위를 중계방송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냈다.

국민의힘에서도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를 막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됐다. 박대출 의원과 구자근 의원은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구역’에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약하는 여야의 입법 대결이 이어지면서, 정치권 안팎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치 보복 성격의 집회의 근본적인 원인인 정치적 갈등의 해소 대신 입법권을 이용해 ‘전·현직 대통령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의 개정안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의 법안 발의는) 지나치게 과잉 대응이 아닌가 생각한다.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는 데다, 기본적으로 법이란 것이 전국민에 적용되도록 해야지 전현직 대통령만을 위해 특별히 적용되는 법을 만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너무 과잉 충성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권이 오히려 표심을 결집시키기 위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법안을 만드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지지층을 선동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갈등을 대화로 풀어가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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