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피해자 대표, "명백한 사기다"주장, 분쟁조정 추가 의견서 공개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투자자들의 피해 호소가 계속되고 있다. 양수광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피해자 대표는  본지에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분쟁조정 추가 의견서'를 보내왔다.

피해자들은 이 추가의견서에서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를 주장했다. 이는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최대 80%배상하라는 판결에 따른 조치다. 이와 별개로 전 정권의 사모펀드 사건들인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는만큼 대규모 환매 사태를 맞은 사모펀드 부실 피해가 해소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피해자들, 분쟁조정 결과 거부하고 손해배상 소송할 계획
-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계약취소 결정으로 시금석 마련해야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 13일 하나은행 헬스케어펀드의 불완전판매 등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투자자(1명) 손해배상비율을 최대한도 수준인 80%로 결정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투자대상자산의 부실 가능성 등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고 안전성만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감원은 1등급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내부통제 미비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투자자별(2건)로 각각 80%, 75% 배상을 결정했다. 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와 달리 헬스케어 펀드에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처음부터 자산이 부실화된 상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라임펀드의 무역금융펀드는 운용사가 처음부터 자산의 부실을 인지하고도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사실상 금융사기에 해당했고, 이는 100% 배상 결정으로 이어졌다.

- 금감원, 하나은행에게 면죄부 부여 논란

소식이 알려진 직후 헬스케어 펀드 피해자들은 부당한 분쟁조정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분쟁조정 결과를 거부하고 정당한 결과를 얻기 위해 계약취소 소송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들이 본지에 보내 온 추가의견서에도 이들이 주장하는 부당함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의견서에는 "해당 펀드 상품 설명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난 주식회사 한남어드바이져스, CBIM(Cross Border Investment Management LLC)을 사실상 소유하고 운영해 온 김 모씨가 회수가 극도로 어려운 엑스트라 버짓을 과도하게 매입했다"며 "(이후)투자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김 모씨 본인이 실질적으로 소유 운영하고 있는 한남어드바이져스를 통해 김 모씨, CBIM이 금전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자산관리사를 설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채권을 과도하게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청인 등 가입자를 기망하였으므로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센트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불완전판매’ 결론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명백한 부실상품이었던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를 단순 불완전판매로 결론지은 금감원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금감원은 부실상품을 거짓으로 판매한 하나은행이 아니라, 부실상품인줄 몰랐던 피해자들에게 ‘왜 몰랐냐’라면서 책임을 묻는 황당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핵심은 쏙 빠진 반쪽짜리 분쟁조정인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이복현 원장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명백히 사기인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내리고, 금융소비자 보호와 사모펀드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고려하여 더 이상 분조위를 연기시켜서는 안 되며, 이번에는 반드시 ‘계약취소’ 결론을 내려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 했다. 

이에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들은 "시장친화적인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사임하고, 검찰 출신 이복현 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이번 결과로 실망감이 매우 크다"며 "또한 대신증권 라임펀드(기본 배상비율 80%)보다 낮은 기본배상비율(60%)을 보면서 배신감까지 든다"고 호소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서울남부지검과 금융감독원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사건 등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진 대형 금융·증권 사건을 강도높게 수사·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왼쪽 사진)은 지난달 23일 취임사에서 “(금융)범죄에 보다 엄정하게 대응해달라”고 했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종결된 사건도) 지금 시스템으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했다.

- 대규모 환매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회 개최

한편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부실 사모펀드 피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설치하고 금융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 14일 진선미·오기형·이용우 국회의원,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는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잇따른 역외펀드 부실 피해, 왜 발생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독일헤리티지펀드,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연대 대표들이 직접 참석해 피해사례를 설명했다.

발제에 나선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독립기구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운영의 독립성 제고'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독립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수광 하나은행이탈리아헬스케어피해자연대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에서 개인 책임으로 감염원인을 논하지 않는 것처럼, 사모펀드 사태 논의에 있어 투자자 개인 책임으로 손실사태의 원인을 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사태의 발생원인으로 판매사의 탐욕과 금감원의 무능함을 꼽았다.

그는 특히 "금감원이나 수사당국은 일반 피해자들보다 현저하게 정보력에서 뒤쳐져 있었다"며 "은행들이 정부와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상임(상근)감사를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로 신임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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