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 윤석열 지지 국회의원들은 가칭 ‘민들레’ 조직을 추진 중이다. ‘민들레’는 ‘민심 들어 볼래’의 준 말이라고 한다. 국정 현안과 관련, “의원뿐 아니라 행정부와 대통령실 인사들까지 참석해 당·정·대(대통령실)의 민심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6월10일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된다.”며 반대했다. 이준석 대표도 “당내 사조직”이라며 비판했다. 그러자 윤석열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장제원 의원은 “수많은 의원 모임이 다 사조직이냐”며 ‘민들레’ 편을 들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제기되자 ‘민들레’측은 주춤한다.

‘민들레’는 친윤 파벌 결성을 위한 사조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친윤에 맞서는 반윤이 들어설 수 있다. 당을 결국 분열시키는 촉발제가 된다. ‘민들레’는 국민의힘 통합에 독을 푸는 독초(毒草)로서 싹부터 도려내야 한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권력 하에서 0.73% 차이로 집권했다. 하지만 겨우 집권 한 달 만에 국민의힘 의원들에겐 고질적인 계파 분열증이 다시 도졌다.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통합’에도 역행하는 분열적 작태다. 뿐만 아니라 ‘민들레’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시절 ‘친박’ ‘반박’ ‘진박’으로 나뉘어 대결하다 끝내 내출혈(內出血)로 빈사상태에 빠졌던 과거를 잊어선 아니 된다. 그때 한나라당은 빈사상태에서 저항도 못한 채 박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당시 ‘반박’측은 박 대통령 탄핵을 앞장서서 주장하는 배신적 추태도 서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도 파벌로 들끓는다. 1980년대 대학학번 주축의 ‘더좋은 미래’, 김근태 계열 운동권 출신의 ‘민주평화국민연대’, 친문 의원들의 ‘민주주의4.0’,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등으로 갈리어 있다. 민주당 내 합리적 인사로 평가받는 이상민 의원은 6월13일 “찌들어 있는 계파가 여기저기 있다”며 해체되어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민주당도 “여기저기”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계파는 도려내야 한다.

역사적으로 한민족에게는 계파 간 분열과 갈등이 심했다. 조선조의 사색당파(四色黨波)로부터 오늘에 이른다. 동인 대 서인, 남인 대 북인, 대북 대 소북, 노론 대 소론 등으로 찢기어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해야 했다. 원래 정당(政黨)은 공공이익을 추구하며 권력 획득을 목표로 한다. 그에 반해 파벌(波閥)은 공공이익이 아니라 개인적 권력과 사조직 세몰이에 몰두하며 국익은 뒷전으로 제쳐놓는다.

‘민들레’ 추진 측은 민심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집권당·대통령실 ·행정부 사이에는 상호 민심을 소통하는 공조직이 마련돼 있다. 이걸로 충분하다. 그런데도 ‘민들레’측이 민심 소통 역할 하겠다는 주장은 삶은 소대가리도 웃을 일이다.  

물론 정당 내에 정치적 소견을 달리하는 그룹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진보적인 민주당과 보수적인 공화당도 당내 보수와 진보 의원들이 치열하게 내쟁한다. 정책을 둘러싼 민주적 당내 여론수렴 과정이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나라와 같이 친박·비박·더 좋은 미래·처럼회 처럼 사조직에 기대, 자기 보호를 위한 방패로 삼으며 몸값을 올리려 설치지 않는다. 그들은 각기 개별적 정치 신념과 소신에 따른 견해를 소신껏 표출할 따름이다.

‘민들레’ 추진세력은 설사 파벌적 계파가 아니고 당·정·대 민심 소통 창구 역할을 목표로 한다 해도 “여기저기 찌든” 파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자유민주 국가에서 정당 정치 아닌 파벌 정치는 민주발전에 독이 된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정당정치 발전을 병들게 하는 파벌정치 독초는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 구시대적 파벌 정치는 여기서 그쳐야 한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