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레일·LH 경영평가 '낙제점'…한전 기관장 성과급 반납권고
- 방만경영 빚더미 기업들 전전긍긍...호화 청사 매각해야할 판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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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윤석열 정부의 매서운 칼날이 공공기관을 향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기업들이 늘고 이들 기업의 사업 개선 의지가 불투명한 사실이 지적되면서 정부 차원의 고강도 개혁 움직임이 포착된다. 일부 기관에는 기관장 해임 또는 성과급 반납까지 권고한다. 호화청사를 보유한 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 중이다. 철발통으로 맹위를 떨친 공공기관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형국이다.  

- 기관장 1명 해임건의, 3명 경고

정부는 최근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20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열어 공기업 36개, 준정부기관 57개, 강소형기관 37개의 경영실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확정해 발표했다. 

평가 결과 종합등급 'E(아주 미흡)'를 받은 기관은 한국철도공사가 공기업 부문에서 유일했다. 준정부기관으로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과 우체국물류지원단'이 꼽혔다. 'D(미흡)'를 받은 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마사회, 대한석탄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주), 한국소비자원,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등 15개였다. 'C(보통)'를 받은 기관은 '강원랜드.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전력거래소,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등 40개사다. 

이외에도 'B(양호)'는 48개, 'A(우수)'는 23개였으며 'S(탁월)' 등급은 한국동서발전 1개가 받았다. 공운위는 'E'를 받거나 2년 연속 'D'를 받은 8개 기관 중 현재 재임 중인 해양교통안전공단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을 건의했다.

코레일, 마사회, LH 등 나머지 7개 기관은 2021년 말 기준으로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이거나 이미 임기가 만료돼 해임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운위는 'D'를 받은 기관 중 6개월 이상 재임요건 등을 충족한 LH, 산림복지진흥원, 청소년활동진흥원 등 3개 기관장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공운위는 재무상황이 악화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필요한 기관에 대해서는 기관장·감사·상임이사 성과급의 자율 반납을 권고했다.

특히 한전과 9개 자회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한국철도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등 11개 공기업을 비롯한 총 21개 공공기관 경영진에게 지난해 성과급을 전액 반납할 것을 권고했다. 빚더미에 앉아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현재까지 한전과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만 반납 의사를 밝혔다.

- 공공기관, 잔치는 끝났다

정부는 또 전국 350개 공공기관의 청사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1차 조사 항목은 공공기관별 청사 부지면적과 연면적, 기관장 집무실과 부속실, 접견실 등 사무실 면적 등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호화 청사’로 언급한 공공기관으로는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거론된다. 복수 매체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14년 대구로 이전하면서 32조 원의 부채를 안은 채 2900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축구장·수영장·테니스장 등을 갖춘 사옥을 지었다. LH 경남 진주 신사옥에는 4100억 원, 적자난에 허덕이는 한전의 전남 나주 신사옥에는 2900억 원이 투입됐다.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83조 원에 이른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과감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하고 공공기관 개혁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히 하고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혁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라며 "예전 시민의 한사람으로 봤을 때도 공공기관이 시내에 굉장히 큰 건물과 큰 사무실이 있는 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했다"며, "넓은 사무공간을 축소하고 호화로운 청사도 과감하게 매각하는 등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연봉 임원의 경우 스스로 받았던 대우를 반납하고 과도한 복지제도도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이 회의에서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면서 공공기관의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도 “한국전력은 개혁할 부분이 많다. 민간기업이었으면 이미 도산했을 것”이라고 비판하며 “(공공기관 혁신이) 이번에는 흐지부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부터 ‘수술대’에 올린 건 5대 부문 구조개혁의 동력을 얻기 위한 첫 단추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장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알박기’ 인사로 임명됐다는 점도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바라보는 이유로 꼽힌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은 5대 부문(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구조개혁의 일원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장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알박기’ 인사로 임명됐다는 점도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바라보는 이유로 꼽힌다. 이에 따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마련된 새 대통령 집무실보다 큰 공간을 이용하는 기관장에 대해서는 축소 권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추청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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