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超黨) 정치 시험대 올린 김동연의 ‘뉴 리더십’ 성공할까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우측) [뉴시스]

- 與 인사들과 릴레이 회동, 인수위 ‘국힘 지분’ 남겨둬  
- 與 경기도당과의 갈등 미봉에 현실장벽 여전히 높아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경제통’, ‘흙수저 출신’, ‘정치 초보’, ‘한국판 마크롱’. 모두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최근 김 당선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레토릭은 단연 프랑스의 정치혁명을 주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벤치마킹한 ‘초당(超黨) 정치’일 것이다. 경기지사로 공식 취임하기 전 인수위 단계에서 그가 보인 여당과의 협치 행보가 이를 방증한다. 이는 경기지사를 넘어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둔 중장기 시나리오라는 게 정치권의 중평이다. 지난 지방선거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한 뒤로 야권 정치인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김 당선인에겐 이마저도 초당정치 구현을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정치판은 그야말로 여야의 정쟁(政爭) 무대다. 초당적 가치가 설 자리는 없다. 협치를 내세운 김 당선인의 ‘뉴 리더십’은 대중들에게 새로운 정치 비전을 제시했지만, 여야 대립구도가 뚜렷한 현실 장벽을 뚫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여당인 국민의힘은 김 당선인의 ‘협치 노크’에 ‘경기지사 당선 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김동연표 협치 모델’이 차기 대권지형을 갈아엎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6.1 지방선거 승리 후 ‘실사구시 정책’과 ‘초당적 협치’라는 정치 이상향을 제시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생 중심의 정책 입안과 여당과의 정치노선을 공유를 투 트랙으로 병행하며 ‘정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 이는 중도 민심과의 접점을 늘리며 대권가도를 닦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최근 김 당선인이 고향인 충북 음성 등 충청권을 방문한 것도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 행보라는 해석이 잇따랐다. 김 당선인은 지난 18일 충북 음성과 진천을 방문해 “경제, 교육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부터 바꿔나가야 한다”며 “진영과 이념을 뛰어넘는 정치를 통해 경기도부터 바꿔나가겠다”라며 협치 의지를 다졌다. 대선 등 굵직한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아온 충청권에서 일찌감치 표심을 닦아놓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읽힌다. 여의도 정가에선 경기도지사가 ‘대권 필수코스’라는 인식이 뿌리 깊은 만큼, 김 당선인의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전직 다선 의원을 지낸 한 정계 원로는 본지에 “김 당선인의 차기 대권 도전은 예견된 수순”이라며 “김 당선인에게 민주당은 명함에 불과하다. 자신의 정치 담론을 풀어낼 플랫폼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 도정(道政)에서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 낸다면 분명 유력 대권주자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당선인은 지난 3.9 대선을 앞두고서도 대권주자로서 이른바 중도 지지층이 결집한 ‘제3지대’에 머물며 여야 거대 정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후 민주당과 전격 합당하면서 당적을 바꾼 데 대해 ‘제3지대를 등졌다’는 비판도 뒤따랐으나, 경기지사 당선 후 김동연 인수위가 보인 ‘중용(中庸) 행보’는 그런 우려와 지적들을 일소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수위 구성부터 與 인사들과 릴레이 회동까지...金 ‘이색 행보’ 

김 당선인은 정통 경제 관료 출신답게 경기도지사직인수위원회(인수위)부터 정당 소속이나 이념보다 실사구시에 부합한 전문가들로 채워 넣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경기도당이 추천하는 인사들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 제안이다. 다만 지난 24일 현재까지도 국민의힘이 인사 추천을 하지 않아 인수위는 현재 18명의 민주당 측 위원들과 2명의 외부 전문가로 운영되고 있다.

김동연 인수위가 추진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의제에서도 김 당선인의 협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 24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정책토론회에선 국민의힘 김성원 경기도당 위원장과 민주당 김민철 의원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의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이색 풍경이 연출됐다.

김 당선인은 현재 경기도의회가 여야 의원 78명씩 동수를 이룬 가운데, 차기 의장 선출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역량이 출중한 인물로 선출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경기도당 소속 의원은 지난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당선인이) 11대 의장을 민주당에서 꼭 배출해야 한다는 진영 논리는 지양하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어떻게 협치를 이어나갈 것인지 고민해달라는 메시지를 최근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앞서 국민의힘 인사들과도 릴레이 회동을 가졌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를 만나 정무적 조언을 구한 데 이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을 차례로 만나 정치 공조 가능성을 타진했다. 

특히 그는 남 전 지사와의 회동 직후 “(남 전 지사가) 기초자치단체장과의 소통 문제, 의사 결정에 있어서 그 권한은 나누면서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을 굉장히 강조하셨다”며 “남 전 지사가 하셨던 ‘연정 모델’은 제가 하는 협치보다 훨씬 많이 나아간 모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연정 모델’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도뿐 아니라 중앙정치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중앙정치의 연정 모델을 거론한 것은 잠정적으로 자신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경기도지사직인수위원회 현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경기도지사직인수위원회 현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與 ‘김동연 인수위’ 불참...협치 현실화, 갈 길 멀다 

다만 ‘김동연표 초당 정치’가 국내 정치판에 뿌리를 내리기엔 실상이 녹록치 않다. 경기도지사직인수위원회에 국민의힘 인사를 참여시키겠다는 김 당선인의 파격 제안에도 국민의힘은 경계심을 거두지 않은 모양새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 당선인이 여당과의 협치를 공식화하자 ‘생색내기’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동연 인수위는 지난 9일 공식 출범과 동시에 국민의힘 경기도당과 합의를 거쳐 인수위원 인사 2명을 추천받기로 했으나,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당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엔 6.1 지방선거에서 김동연-김은혜 캠프 간 고소‧고발 난타전으로 쌓인 앙금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경기 도정에서 여당과 성공적인 협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김 당선인 측이 국민의힘 경기도당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물밑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지난 23일 인수위에 따르면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추천 인사 통보를 미루고 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인수위 연대‧협치 특위에서 김 당선인과 경합했던 김은혜 후보나 윤석열 정부의 공약들을 다방면으로 검토해 도정에 반영할 방침”이라면서 “국민의힘 측 인사들이 인수위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그래도 여당 측 답변이 있을 때까지 일단은 기다려 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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