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계약한 궤도용품 업체서‘리베이트 받았나?’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철도기술공사(이하 KRTC)는 철도용역 관련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궤도용품업체와 이면계약을 맺고 업체가 가진 특허나 아이디어를 무상으로 공영 받아 제품설계에 반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설계용역 입찰 시 특허의 보유로 인한 PQ(입찰자격사전심사) 점수를 가산 받아 낙찰률을 높이고 이면 계약한 궤도용품 업체로부터 설계 금액의 2~5% 리베이트를 공공연히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시리즈로 보도하고 있는 철도기술공사와 철도시설관리공단 유착 의혹 3탄으로 궤도설계업무 관련 의혹들을 알아봤다.

㈜KRTC가 궤도건설에 주로 리베이트를 취하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은 LVT(Low Vibration Track, 저진동 궤도시스템) 궤도공법이다. LVT 궤도는 콘크리트도상구조로서 도상콘크리트내 단독으로 콘크리트 침목을 삽입해 철도 레일을 지지하는 저진동 궤도이다.

이는 미국의 궤도전문설계회사인 ‘Sonnevile’사가 개발한 궤도구조로 한국의 독점대리점인 Y사가 시공하고 있다.

주 구성품인 침목은 T사 그리고 또 다른 구성품인 부츠와 방진패드는 D사와 독점적으로 계약해 시공해 왔다.

특히 독점 대리점인 Y사의 경우 합법적 계약을 가장한 기술료의 상당부분이 LVT 궤도를 설계해주는 용역사인 (주)KRTC에 리베이트로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자료에 나타났다. 철도업계에서는 통상 독점계약에 따른 기술료는 설계금액의 2~5% 정도로 침목은 원가 비중이 높아 기술료가 작고, 방진부츠 및 패드는 상대적으로 원가 비중이 낮아 기술료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설계된 LVT 궤도는 현재 인천 지하철, 신공항철도, 분당선, 서울도시철도, 일반철도 터널 구간 등에서 시공불량, 방진패드의 조기열화, 방진 상자의 파손 등으로 방진성능의 감소와 레일의 파상마모, 도상파괴 등의 문제로 2007년 감사원 감사에서 보완을 지적받은 바 있다.


최소 9억~20억 리베이트…발주처 로비자금?

실제로 워싱턴 메트로지에 의하면 미국에선 더 이상 ‘LVT 궤도 구조’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수서-선릉 구간인 ‘분당선’에 시공된 LVT 궤도 구조도 심각한 설계 하자로 열차의 주행안전성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설계사인 (주)KRTC에 책임도 묻지 못하고 국가예산으로 보수하고 있다고 이 문건은 밝혔다.

LVT 궤도가 시공이 완료된 철도로는 인천지하철 1호선, 대구지하철 1호선, 부산지하철 3호선, 전라선, 분당선(연장), 인천국제공항철도 등 약 150km 정도 부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설계에 반영된 것이 약 56km가 있어서 여기에서만 최소 9억~최대 20억 정도가 리베이트로 (주)KRTC로 전달되었고 상당부분이 발주처 로비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이밖에 N사, Y산업 등도 (주)KRTC에 보유하던 특허의 지분을 양도하고 제품이 설계에 반영되면 약정된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문건에는 침목제작관련 (주)KRTC는 발주처의 묵인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침목제작감리를 수행해 현재까지 수십억원의 폭리를 취한 사실이 2007년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는데 이 이득금의 상당액은 발주처인 ‘철도시설공단’ 및 상급기관인 ‘국토해양부’에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KRTC는 2006년 시공사들로부터 침목제작검정용역의 폐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과거 재래식 제조설비에서 공정 불량률이 과다해 공정을 관리.감독하는 감독자를 운영하며 2년간 이중감리에 따른 이득금 20여억원을 수령했다고 이 자료는 밝혔다.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주)KRTC의 감리비 이중산정 관행을 공공연히 용인했다는 지적이다.

본지에 제보한 자료에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특혜 업체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건 말미에는 ‘제언’이라는 제목하에 우선적으로 구정권 시절 철도관련 비리의 몸통인 (주)KRTC와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의 주요 간부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그 핵심은 최대 주주이자 감사인 L모씨이며 특히 (주)KRTC 소유지분 5% 이상 인사들의 주식납입 관련계좌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또한 두 번째로 경부고속철 2단계 설계과정에서 독점적 특혜를 입은 기업들과 (주)KRTC의 궤도설계 관련 리베이트 의혹 기업들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세 번째로 (주)KRTC의 법인전환 과정, 경부고속철 2단계 설계과정에서 불법.탈법을 방조한 인사들을 가려내야 국민들이 안전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고 국가 예산의 절감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KRTC는 이미 침목이 문제가 된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에서 설계에서부터 시공감리, 심지어 이번에 문제가 된 침목 등의 용품감리까지 모두 독식해 업체 선정에 문제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검·경 기술공사-철도공단 관계자 ‘무더기’ 입건

또한 경찰과 검찰에서는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 공사와 관련 회사공금을 횡령한 시공업체관계자들과 이들에게 향응을 제공받은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을 무더기 입건해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중부경찰서에서는 지난달 29일 동대구에서 부산까지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을 시공하면서 분식회계를 통해 각각 수십억원대 회자금을 빼돌린 S업체 대표와 K업체 상무 등 시공업체 관계자 9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한 이들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뇌물 수수)로 철도시설공단 전.현직 직원 7명을 불구속입건했다.

특히 철도시설공단 전.현직 직원들은 시공업체로부터 1천126만원 상당의 골프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는 방법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이 시공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는지 여부를 중점 수사했으나 아직까지는 명확히 드러난 것이 없다”며 “이들 가운데 2명에 대해서는 검찰과 조율이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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