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현실적으로 주 92시간 근무 가능” 주장은 사실 아냐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뉴시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뉴시스]

- 현행 근로기준법상 1일 최대 11시간 30분 초과 근로 불가
- 양 위원장 주장대로라면 주말 포함 매일 13시간 근무해야

[검증 개요]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현행 ‘주(週) 52시간제’ 개편 작업에 착수한 것.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는 전임 정권에서 추진, 안착한 근로법을 백지화하고 과거 초장시간 근로 문화로 회귀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현 정부가 밝힌 노동 개혁의 취지는 전체 근로 시간은 기존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상황에 따라 추가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선 “노동 시간 무한정 연장”, “아무런 제한 없는 초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도 “노동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노동 개악”이라며 이들과 노선을 같이했다. 과연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법 개정의 본질이 야당과 노동계가 주장하는 ‘초장시간 노동 강요’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검증 대상]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지난 6월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극단적인 경우 주당 최대 92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산수가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나’라고 묻는 진행자 질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며 “과거에 그렇게 일을 했으니까”라고 답했다. 이에 ‘주 52시간제’ 개편으로 주 최대 92시간 근무가 현실적으로도 가능하다는 양 위원장의 발언을 검증해 봤다. 

[검증 내용]
앞서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미래 국정 과제로 ‘주 52시간제 유연화’와 ‘포괄임금제 규제’를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이러한 정책 기조를 실행에 옮겼고, 현 정권의 ‘주 52시간제 개혁’ 의제는 노동계와 정치권을 강타하며 저항에 맞닥뜨린 모양새다.   

지난 2018년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1주일 법정 최대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 제도로, 주 단위로 기본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연장근무 시간은 최대 12시간으로 제한한 것이 핵심이다. 또한 근무자가 자발적으로 초과근무를 했다고 해도 주 52시간을 넘기면 해당 사업체는 처벌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구상의 핵심은 이렇듯 주 단위로 계산되는 현행 추가 근무시간 계산 방식을 월(月) 단위로 바꾸는 것이다. 지난 6월 2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따르면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월 단위로 전환, 연장근로시간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취지다. 전체 근로시간은 기존 주 52시간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나, 근로시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체로 현행 노동법 개혁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노동계 일각에선 주 52시간제를 월 단위로 바꿀 경우 한 주에 최대 92시간 근무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지난 6월 2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 방송에서 “노동자들한테 일하다 죽으라는 ‘사망 선고’”로 규정하며 현실적으로도 주 92시간 근무가 가능하냐는 진행자의 말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제시한 연장근로시간 ‘월 단위 개편’으로 과연 주 최대 ‘92시간’ 근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고용노동부는 ‘주당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월 52시간’으로 바꿔 사업체와 근로자들이 초과 근로시간을 한 달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시행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노동계는 현 정부의 계획대로 월 단위 초과근무시간이 적용되면 월 52시간의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한 주에 몰아서 쓰게 될 경우, 기본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월 52시간까지 더해 최대 92시간까지 근무를 하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토‧일 주말 풀(full) 근무’라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산술적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야당이 주장하는 ‘초장시간 근무 이론’은 퇴근 이후 다음 날 출근까지 11시간의 의무적 휴식시간을 배제한 비현실적 가정이다. 퇴근하고 나서 이튿날 출근까지 법정 휴게시간이 11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3시간에 불과하다. 이를 법정 주 최대 근로일인 6일에 적용하더라도 78시간에 불과하다. 더욱이 현행 근로기준법상 4시간을 일하면 반드시 30분 이상 휴식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는 만큼, 1일 최대 근무시간은 11시간 30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6일 동안 매일같이 11시간 30분씩 일을 한다고 해도 주 69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통상 1주일 내내 11시간이 넘는 근로시간을 채워서 자발적으로 근무를 하는 근로자나 이를 요구하는 사업체도 드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야당인 민주당과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저임금 근로 확대’ 우려도 설득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전환하더라도 총량은 주 52시간제와 동일한 데다, 근로자가 연장‧휴일 근로를 하게 되더라도 받게 되는 가산수당 규정도 현행대로 유지될 전망이기 때문. 초과근무시간을 주 단위로 균등 제한했던 것을 월 단위로 바꾼다고 해서 임금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란 논리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등 현 정부에서도 이번 노동 개편 어젠다는 근로시간 총량을 연장하거나 주 52시간제를 전면 수정하는 것이 아닌 유연성을 부여하는 차원의 정책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업무 진행상황에 따라 부득이하게 주 52시간을 초과하게 될 경우, 다른 주의 연장근로시간을 당겨 쓸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검증 방법]
고용노동부 ‘주 52시간제 유연화’ 계획에 근거한 자체 분석

[검증 결과]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주 52시간제 유연화 계획에 대해 지난 6월 24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현실적으로 한 주에 최대 92시간 근무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이는 기본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월 52시간을 더한 단순 산술적 계산에 불과하다. 

현행 근로법상 퇴근 후 다음 날 출근까지 1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있고, 4시간을 일하게 되면 30분의 의무 휴식이 주어지는 만큼 1일 최대 근로시간은 11시간 30분을 초과할 수 없다. 게다가 현행법상 주 7일 근무를 금지하고 있어 6일 내내 최대 근로시간인 11시간 30분씩 근무를 한다고 해도 최대 69시간을 넘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양 위원장이 주장한 ‘92시간 근로설’은 현행 근로기준법과 현실성을 배제한 산술적 판단에 따른 발언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