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유산]

최근 출생률의 저하로 국가의 존립 위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습관적 유산은 출생률 저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시적인 이유로 한번 정도 유산이 될 수 있지만 반복적인 유산은 산모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좋지 않다. 

유산이란 월경개시일(Last menstrual period. LMP) 후 임신 20주 이전에 임신이 종결된 경우를 이르는 것이고 습관성 유산(Recurrent miscarriage)이란 임신 20주 혹은 28주 이내에 임신 소실이 3회 이상 일어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연유산이 2회 연속되는 실질적인 빈도는 5%, 3회 연속되는 빈도는 1%로 조사되고 있으며 과거력에서 1회, 2회, 3회, 4회 임신 손실 후의 생족아 출생률은 각각 76%, 70%, 65%, 60%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회 연속되는 자연유산의 빈도가 9.3%로 조사되었다. 2회 연속 자연유산 후의 유산 재발률은 35%이고, 3회 연속 자연유산 후의 유산 재발률은 47%로서, 아직까지 논란은 있지만 유산이 반복될수록 생존아 출생 확률은 떨어지게 된다. 

습관성 유산의 서양의학적인 원인은 염색체 이상(5%), 면역학적 요인(50%), 해부학적 요인(12%), 내분비학 적요인(17%), 감염요인(5%)등으로 분류될 수 있고, 그 외 부가적 요소들이 10% 정도를 차지한다. 전체 유산 중 원인불명인 경우가 10~79%로 다양한 의견이 있으며, 최근 면역학적 인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원인불명 유산의 많은 경우가 면역학적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해부학적 원인의 선천적 원인으로는 자궁기형 및 자궁경관무력증이 우선적으로 지목되며 후천적인 원인으로는 자궁내막유착증 및 자궁근종 등이 있을 수 있고 자궁경관무력증이 후천적으로는 발생할 수 있다. 자궁경관무력증은 임신 중 주로 2분기 이상에서 자궁 경부의 무통성 확장으로 인한 반복 유산 또는 조산을 초래하는 질환으로 분만 중 열상, 전치태반으로 인한 경부 조직의 손실, 경관 절단술, 경관 원추 절제술, 소작술 등이 원인이 되며, 자궁 협부 혹은 경부의 결손뿐만 아니라 근종이나 다른 성장 조직과 같은 자궁 내부를 변형시키는 요소로 인해 생길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예방조치를 발달로 이와 같은 후천적 원인은 많이 감소하였고, 상대적으로 선천적인 자궁경관 무력증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반복 유산은 또한 자궁의 기형과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는 자궁경부의 결합조직이 빈약하여 발생하는데 기형의 종류에 따라서 임신 후의 예후가 달라진다. 
내분비학적 원인들로서는 고프로락틴 혈증이 가장 많고, 황체기 부족, 당뇨병, 갑상선 질환 등이 있다. 초기 임신유지는 임신 7~9주에 일어나는 황체에 의한 황체호르몬 형성에 의해 좌우된다. 임신 10주 전의 자연 유산은 황체호르몬의 자궁으로의 이동 단절이나 자궁내막과 탈락막 내의 황체호르몬 이동의 결여 등 황체가 적절한 양의 황체호르몬을 생산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반복 유산의 예후인자로는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산모의 나이, 이전의 유산 횟수와 유산 시기에 있어서 태아의 심박동 유무 등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출산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를 분석한 결과 고령 여부와 기저질환 유무로 나타났으며, 35세 미만인 경우 35세 이상인 여성보다 약 3,809배,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 비해 약 4,048배 높았다. 

습관성 유산의 양방의학에서의 치료는 다음과 같다. 
유전적 요인은 임신 시 양수 천자나 융모막 생검 제대 천자 등을 통해서 핵형 분석이나 분자생물학적 진단 등 부부의 염색체 검사를 통하여 반복 유산을 진단하지만, 특정 염색체 이상에 대해 공여 난자 또는 정자를 통한 임신 이외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내분비학적 유인 중 황체기 결함에서는 배란 유도 또는 progesterone을 투여한다. 배란 이후부터 황체호르몬을 질내로 투여하거나 또는 근주로서 임신 8주까지 투여한다. 이 외에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서는 임신 전에 갑상선 호르몬 투여가 유용하다. 

해부학적 요인은 중격 자궁과 자궁경관 무력증, 자궁 내 유착증 등이 있다. 중격 자궁인 경우에는 중격 절제술을 시행하거나 개복수술로써 치료하게 된다. 이외 자궁 경관 무력증의 경우에는 자궁경관 봉합법을 사용하고, 자궁 내 유착증의 경우에는 유착박리 후 자궁 내 장치를 삽입하고 에스트로겐 요법으로 치료한다.

면역학적 유인에 의한 반복 유산은 결국 항체 반응의 이상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으며 자가면역 및 동종 면역으로 나뉜다. 자가 면역 반응에 의해 습관성 유산이 일어나는 이유는 항인지질 항체 때문인데, 항인지질 항체는 혈소판 및 혈관 내벽에 직접적으로 작용해서 혈전증, 자연유산 또는 태아 소실 등을 초래하게 된다.

동종 면역이란 태반이나 태아조직에 대한 비정상적인 모성 면역반응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반복유산의 원인을 말한다. 치료방법은 면역 요법을 실시하게 되는데, 배우자의 임파구를 투여하거나, 고백혈구 및 적혈구 혈장 또는 면역 글로불린 투여 등의 방법들이 있다. 면역요법은 모체와 태아의 면역체계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고 또한 치료의 필요성을 예견할 수 있는 특수 면역 검사가 없기 때문에 아직은 실험적 단계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의학에서 유산 및 조산은 타태(墮胎), 소산(小産)의 범주에 속하며, 특히 습관성 유산의 경우를 활태(滑胎)라고 하여 특별히 다루고 있다. 원인을 신허(腎虛), 기혈허약(氣血虛弱), 음허 내열(陰虛內熱), 어혈내저(瘀血內阻)로 대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 사회의 만혼 경향으로 인해 한방 난임 및 반복 유산 진료에 있어서 치료 대상 여성의 연령 증가가 높아지고 기저질환을 동반한 경향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35세 이상의 여성은 가임력 저하의 가능성이 높고,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은 직간접적으로 난임이나 반복유산의 불량한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복유산에 대한 한의학 치료는 약물의 치료의 경우 가감종용토사자환(加減蓯蓉菟絲子丸), 태산반석산(泰山磐石散), 보음전(保陰煎), 양지탕(兩地湯), 가감일음전(加減一陰煎)등을 사용한다. 침구요법의 경우에는 임신 전에는 침법과 구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나 임신 후에는 구법만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습관성 유산 환자의 한의학적 치료는 임신 전과 임신 후로 나눌 수 있다. 임신 전에 환자와 의사는 유산이 반복됨을 신속하게 인지하여 그 원인을 알아내려 노력한다. 유산은 거의 같은 시기에 반복되는데, 시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그 시기에 양태(養胎)하는 경락(經絡)이 허손(虛損)하여 태원(胎元)을 자양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신 전의 모체를 자양 하면 예방할 수 있다. 습관성 유산 환자의 임신 전 치료는 일반 불임환자와 같이 변증시치(辨證施治)를 우선적으로 활용한다.

임신 후의 치료원칙은 치병(治病)과 안태(安胎)를 같이 하는 것이다. 습관성 유산을 방지하기 위한 안태의 방법으로 임상적으로 유요한 여러 가지 검사와 조절, 그리고 주의 등이 언급되고 있는데, 안태법은 임신 후의 모체 및 태아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 임신 중 금기 법, 유산이 일어난 월수(月數)를 넘기는 법, 유산이 빈발하는 월(月)의 양태법 등을 포괄한다.

출산은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일이므로 결혼 등을 장려하는 사회적 노력뿐만 아니라 유산, 특히 습관적 유산을 효과적으로 치료하여 국가적, 사회적, 개인적인 어려움과 괴로움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참보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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