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600억 원 자금 투입...정기선 사장 체제 구축 노렸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아산사회복지재단(이하 아산재단)이 올 들어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옛 현대중공업 지주) 주식 114만 주를 사들이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HD현대 정기선 사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주식거래인 만큼 앞으로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제기된다. 주식을 사모으는 아산재단 이사장이 정 사장의 아버지 정몽준 이사장이기 때문에 관련 의혹은 더욱 짙다.

표면적으로는 아산재단의 배당수익 확대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 사장의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 아산재단 이사장은 () 정몽준 이사장...천문학적 증여세 부담 피하려 주식 매입
- 정 사장 신사업 영역 확장하며 후계구도 시나리오 구축...황태자 등극 시간 문제


아산재단이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HD현대 주식 37만1809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보유주식 수가 265만8041주로 늘어났고 지분율이 3.36%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보유 주식 수는 152만여 주에 그쳐 지분율이 1.92% 수준이었지만 9개월 만에 75% 증가한 것이다.

아산재단은 올 초 현대중공업그룹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 조선 해양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HD현대를 사들이고 있다. 아산재단이 지난해 말 보유한 한국조선해양 지분은 2.38%(168만4436주)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지분율은 0.98%(69만4436주)로 떨어졌다. 

- 아산재단, HD현대 지분 3.95%까지 늘린다

앞서도 아산재단은 연내 HD현대 지분율을 기존 1.93%에서 3.95%까지 확대한다고 지난 2월 공시한 바 있다. 실제 아산재단은 지난 2월 말 이사회에서 이를 결정한 이후 최근일까지 지분 매입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네이버 백과 '나무위키'에 따르면 아산재단은 1977년 7월 1일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모회사인 현대건설 창립 30주년 기념사업의 목적으로 개인 재산을 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설립취지에 따라 의료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사장은 정 사장의 아버지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라는 이름 때문에 재단의 성격을 '사회복지법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병원 설립이 가능한 '재단법인'에 속한다. 현재도 아산병원을 운영 중이다. 

아산재단은 최근 거래되는 HD현대 주식 매입과 관련한 공시에서도 '자금운용 상의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일각에서는 HD현대의 배당 수익을 노린 실용적 목적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이 회사가 지난 2월 결정한 중장기(2022~2024년) 배당 정책을 보면, 별도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의 70% 이상을 배당하고 연 1회 중간배당도 시행할 방침이다.

지난해는 보통주 1주당 5550원을 배당한 바 있다. 아산재단이 현재까지 확보한 HD현대 주식(약 215만주)을 작년 기준에 맞춰 단순 계산해도 기대되는 배당금만 119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아산재단의 연간 영업이익이 1562억 원 규모였던 점을 고려하면 알짜 투자처다.

- 표면적 이유는 '배당수익 확대'...업계는 상속세에 주목

하지만 재계는 표면적으로는 아산재단의 배당수익 확대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 사장의 그룹 지배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는 현재 정 이사장이 전체 지분의 26.60%를 갖고 있고, 승계 과정을 밟고 있는 정 사장은 5.26%를 보유 중이다. 정 사장이 지주사 사장에 오르면서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지분 승계가 마무리돼야 후계 자로서의 실질적인 지배력 강화가 이뤄질 수 있다.

또한 현 세율을 고려할 때 정 이사장의 전체 지분 증여 시 80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당장 단행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에 아산사회복지재단을 활용해 정 사장이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서 추가 지분 확보 여력을 아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은 계열사 지분을 5%까지 보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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