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안와사]

이 번호에서는 과거 드라마 <허준>을 통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구안와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흔히 ‘추운 곳에서 자면 입 돌아간다’라고 알려진 구안와사(口眼喎斜)는 그 병명처럼 외견상 눈과 입 등 주위 근육이 마비되고, 비뚤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보통 좌측 또는 우측으로 편측성으로 증상이 발현되는 편이 일반적이다. 

여름보다는 찬 바람이 부는 쌀쌀한 겨울에 호발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것도 과거의 이야기일 뿐, 요즘처럼 실외는 너무 덥고 실내는 냉방을 강하게 하다 보니 기온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기온의 차이는 자연스럽게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를 교란시키고 면역력 저하를 유발하게 되어 발생될 수도 있는 것이 구안와사, 다른 말로는 안면신경마비다. 

구안와사(口眼喎斜)는 ‘얼굴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예로 한의학에서는 풍한(風寒)이 안면 경락을 침범하여 기혈순환이 되지 못하여 경혈과 근육을 자양 하지 못하여 생긴다고 보았다. 일반적으로는 안면의 국소 신경과 근육에 영양 하는 혈관의 허혈과 염증, 감염 등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주요 증상은 안면신경의 마비로 인한 근육의 마비로 인해 눈과 입이 비뚤어지는 증상이 발생되는 것을 일컫는데 뇌졸중 등으로 인한 중추성 안면마비가 아닌 경우 대부분 말초성 안면마비로 취급된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안면마비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현황을 살펴보면, 한의의료기관만을 이용한 경우가 45만 3,447명(64.7%)으로 가장 많았을 정도로 한의학 치료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질환에 속한다. 이러한 수요로 인해 구안와사(안면마비)의 경우 2020년도부터 시행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대상질환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말초성 안면마비는 병의 기전이 안면근에 있는 것이 아닌 뇌신경에 존재하는 안면신경질환에 속한다. 우리 몸에는 총 12쌍의 뇌신경이 존재하고 있고 그중 제7번 뇌신경인 안면신경에 바이러스나 세균 등 사기(邪氣)가 침투, 이로 인해 병리적 이상이 초래되면서 유발되는 병이 바로 말초성 안면마비이다. 
안면신경의 주행 경로가 유양돌기가 위치한 측두골 부위에서 좁고 긴 골관을 지나가기에 외부의 염증, 손상 등에 영향을 받기 쉽고, 신경 종양 등의 발생으로 인해서도 신경 마비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안면신경은 안면부 근육의 움직임 및 미각과 눈물샘, 침샘 등을 관장하고 있는 혼합성 신경이기에 안면신경의 병리적 이상으로 초래되는 구안와사에 걸렸을 경우 안면마비 증상 외에도 안구건조, 구강건조, 미각 소실, 청각 예민 등의 증상 역시 수반될 수 있다. 

가장 흔한 형태가 마비된 쪽의 눈이 감기지 않고 눈물이 흐르며 눈이 시린 현상(안륜근 마비), 마비된 이마 쪽 주름이 잡히지 않는다. (전두근의 마비), 마비된 쪽의 입술이 반대쪽으로 끌려가고 마비된 쪽의 안면 표정이 소실된다.

말초성 안면마비의 종류로는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질환이나 외상없이 한랭노출, 감정적 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등이 유인되며 가장 많은 비율(전체 안면마비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특발성 말초성 안면신경마비(Bell's Palsy)가 있고 그 외의 신경절의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되는 람세이헌트 증후군(이성 대상포진)이 있다. 

람세이헌트 증후군으로 인한 안면마비는 인두, 외이도 및 두 개의 피부에 수포성 발진이 동반되면서 발병일 2-3일 전 유양돌기 부위 등에 동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며 마비의 예후가 말초성 안면마비에 비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기타 외상이나 수술로 인한, 육아종(sarcoidosis), 부종, 당뇨합병증 등으로 인한 안면신경마비의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표정을 지을 때 의도하지 않은 쪽의 근육도 함께 움직이는 연합운동이나 경련, 미각 소실과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은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가 얼굴인 만큼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도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적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약 7.6%에서 안면마비의 재발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만일 구안와사가 발병했다면 지체 없이 한의원 등 구안와사 치료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내원 및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안면마비와 관련된 한의치료의 경우 침치료, 침전기자극술, 도침요법, 정안침요법, 매선요법, 봉약침 치료, 자하거 약침 치료, 미소안면침, 한약 처방 등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한다. 

양방치료로는 특발성 말초성 안면신경마비(Bell's Palsy)의 경우는 최대한 이른 시간에 스테로이드 제제를 처방받아 손상된 부위의 염증과 부종의 감소를 시행해야 하고 람세이헌트 증후군의 경우는 항바이러스제 복용, 기타 감염 등의 경우는 항생제의 병용을 고려한다. 병의 특성상 2~3일 경과가 지나면 증상이 갑자기 악화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초기에 매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앞서 설명한 안면마비의 기저질환이나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규명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많은 전문가들이 중요하게 참고하는 것은 바로 환자의 면역력 상태를 꼽고 있다. 실제 안면마비 환자들의 통계를 보면 발병 당시의 신체 상태가 육체적 혹은 정신적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 상태가 90% 이상이었다. 일단 안면마비가 발병했으면 회복하는 것은 환자의 면역력이 관건이다. 

평소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면역력을 관리하고, 이를 통해 구안와사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고 재발을 예방을 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수면, 식사, 운동 등 생활패턴으로 개선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 및 피로 누적을 피하며, 기온을 고려한 옷차림과 적절한 체온 유지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면역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또한 전문적인 치료와 함께 환자 스스로도 꾸준하게 마비된 안면근육을 회복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회복을 위한 안면 운동으로는 거울을 보면서 모음 운동(아에이오우), 휘파람 불기, 빨대 사용하기 등이 있다. 안면 운동을 할 때는 얼굴 근육에 억지로 힘을 주기보다 손을 이용해 원하는 표정이 만들어지도록 연습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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