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박지현 리스크에 떨고 있다. 이재명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싼 논란에 이어 박지현 변수마저 불거졌기 때문이다. 8.28 전당대회 출마가 좌절된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최근 페이스북 게시물은 물론 주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일 민주당을 저격하고 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의 좌충우돌식 갈짓자 행보에 민주당 안팎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20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 쇄신을 주도한 구원투수에서 당 안팎의 미움을 사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편중 인사와 잦은 실언으로 지지율이 폭락한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정국주도권을 쥘 절호의 기회지만 박지현 전 위원장의 돌출행동에 애를 먹고 있다. 갈 길 바쁜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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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구원투수, 이젠 민주당 애물단지로 전락
- 전대 출마 좌절 이재명 향한 전방위적 공세 높여
- 민주당 엑스맨으로 등극하면서 당 안팎 우려 커져

여야를 막론하고 20대 대선을 전후로 상한가를 쳤던 청년정치의 몰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선승리와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이지만 신상 문제로 윤리위 징계로 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박지현 전 위원장 역시 20대 대선을 전후로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민주당의 엑스맨으로 180도 다른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물론 여야 정당이 정치적 위기 극복을 위해 청년정치인에게 막대한 권력을 쥐어주면서 일회성으로 소비하다가 나중에 토사구팽하는 모습은 논란거리다. 다만 오랜 기간 다져진 정치적 내공과 문제해결 능력 없이 지나치게 개인 이미지에만 치중한 청년정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선 구원투수박지현, 야 청년정치 몰락 상징

박지현 전 위원장은 민주당 청년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국민의힘에 이준석 전 대표가 있다면 민주당에는 박 전 위원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비교할 때 전통적으로 젊은층의 지지세가 강했다. 다만 문재인정부 시절 이른바 조국사태의 여파로 20·30세대의 지지 철회가 이어졌다. 청년층의 최대 관심사인 공정 화두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6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통해 30대 중반 0선 당대표 이준석을 파격 선택하면서 '젊은층=민주당 지지'라는 공식은 사실상 깨졌다. 특히 초박빙 승부가 펼쳐진 20대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고전이 지속됐다. 대선 막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등장한 게 박 전 위원장이었다. 민주당이 젊은층 지지회복을 위해 내세운 히든카드의 결과는 놀라웠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0.73% 포인트 차이라는 박빙 승부를 만들어냈다. 박 전 위원장을 내세워 20·30 여성의 지지를 견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패배 이후 난파 위기에 내몰린 민주당의 수장이 됐다. 윤호중 원내대표와 더불어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의 위기수습을 도왔다. 20대 여성 당 대표의 등장은 그야말로 스타탄생이었다.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박 전 위원장은 기존 민주당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당을 운영했다. 운동권 특유의 내로남불 정서를 강력 비판한 것은 물론 성범죄에 상대적으로 온정적인 당내 풍토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민주당의 최대 고질병인 강성 팬덤과의 전투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대선 패배에 이어 6.1 지방선거마저 참패하면서 박 전 위원장은 2선으로 물러났다.

이후 전대 출마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어렵게 쌓아왔던 기존의 긍정적 이미지를 깎아먹었다. 친이재명계 김병욱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논란과 관련, “(박지현 전 위원장이) 청년정치의 대표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제는 자기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당 소속 의원들은 사석에서 박지현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공공연하게 토로할 정도였다.

물론 반론도 없지 않다. 민주당이 어려울 때 박 전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웠다가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서 버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시각이다. 박 전 위원장 역시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려고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을 하는 이 정치판에 남아 있는 것이 옳은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봤다고 답답한 마음을 느러냈다.

전대 출마비대위 불허출마강행좌충우돌?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예비후보 등록 신청 접수처 책상 위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등록 서류가 접수되지 않은 채 놓여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18.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예비후보 등록 신청 접수처 책상 위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등록 서류가 접수되지 않은 채 놓여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18. 뉴시스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다소 동정적이었던 여론이 뒤집힌 것은 8.28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싼 해프닝이었다. 박 전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 불허 결정에도 출마 고집을 꺾지 않으면서 크고작은 논란을 좌초했다.

여야를 넘나든 킹메이커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조언도 소용이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과의 회동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대표라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때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지 그런 가능성이 없는데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무모한 것이라는 충고를 해줬다라면서 아무리 젊은 혈기가 좋다지만 그동안 정치적으로 쌓아온 자산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그것을 어떻게 간직하고 갈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논란을 되짚어보면 그야말로 코미디의 연속이다. 출마 자격은 물론 명분이 없다는 당 안팎의 지적에도 밀어붙이기식으로 출마 강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을 다시 국민을 위한 정당,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정당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다며 전대 출마를 의지를 내비쳤다. 또 당내 최대 주주인 이재명 의원의 전대 출마 문제에는 불출마를 주장했다. 아울러 피선거권 논란에는 피선거권을 부여받아 당헌에 의해 선출된 비대위원장이었고, 그간 당이 내게 준 피선거권을 박탈한 적이 없다공당으로서 절차와 규정을 준수해 달라. 당 지도부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해주길 바란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후 민주당 비대위는 박 전 위원장의 자격이 없다며 전대 출마를 불허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들은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소중한 인재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6개월 전 입당한 권리당원이어야 피선거권이 있다는 당헌·당규로 볼 때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강력 반발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의원은 무엇이 두려운가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수많은 영입 인사를 당에 모시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을 여성이자 청년, 당의 쇄신을 말한 사람에게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비꼬았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응천 의원은 이에 청년 혹은 여성을 박해한다, 핍박한다 혹은 토사구팽이다 이런 프레임을 거는 것 자체가 온당치 않다고 본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당 안팎의 비판여론 확산에도 박 전 위원장은 결국 길거리 출마 선언을 강행했다. 지난 15일 국회 정문 앞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열린 정당, 민생을 잘 챙기고 위기를 해결할 유능한 정당으로 민주당을 바꾸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위선과 이별하고 더 엄격한 민주당을 만들겠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원은 윤리위 징계뿐 아니라 형사 고발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박 전 위원장은 전대 후보자 등록을 강행했지만 피선거권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서류 접수 자체가 무산됐다.

박 전 위원장의 고집에 민주당 여론은 급격하게 돌아섰다. 특히 국회 소통관이 아닌 국회 정문앞 출마선언은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장소 예약을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나왔다. 박 전 위원장의 독단적인 행보에 민주당 의원들이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리스크 박지현 돌출변수, 커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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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반등의 계기를 잡았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상징되는 대내외적인 복합위기 상황에서 윤석열정부 헛발질을 거듭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 탓에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재명 의원의 전대 출마가 가져올 계파갈등 고조 및 당 분열 우려는 물론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파장이다. 또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을 전방위적으로 저격하는 공개 행보를 지속할 경우 당내 반발에 이에 따른 민주당의 신뢰도 저하 문제다.

민주당 비주류 소신파인 이상민 의원의 지적은 뼈아프다. 이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은 너무 많이 오염되어 있고 몰염치가 만연돼 있다. 최소한 대표적 몇 사람은 참 대오각성하고 개과천선해야 할 때라고 이재명 의원과 박 전 위원장을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전대 출마와 관련, “대선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큰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당대표 맡아 당개혁에 나서겠다고 분위기 띄운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박 전 위원장의 행보와 관련해서도 피선 자격이 있는 권리당원도 아니고 지방선거 대패에 대한 책임도 있음에도 당대표 출마 운운하면서 그 명분으로 5대 당혁신안 추진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내세운다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전대 출마 좌절 이후 좌충우돌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본인을 영입한 이재명 의원을 향해서는 연일 직격탄을 쏟아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두 번에 걸친 선거 참패와 때 이른 복귀로 잃어버린 이재명의 영토만 갖고는 총선 승리도, 집권도 불가능하다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선거는 혁신이 필요한 민주당과 대선 승리가 절실한 이재명 의원에게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정부가 이명박정부 초기 광우병사태와 같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었지만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크고작은 당 안팎의 우려에도 당권도전을 강행한 이재명 의원의 리스크는 물론 아무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좌충우돌 행보를 이어가는 박지현 전 위원장이 최대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8월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부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 분수령이라면서 차기 총선 공천권을 노린 주요 계파의 대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박지현 리스크마저 지속된다면 여권의 실정 지속에도 민주당의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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