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성동 임시 체제’ 흔들리자 공개 행보 돌입...차기 당권 도전설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뉴시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뉴시스]

- 與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1위 독식...복당 포석 마련
- 전국 당원‧지지층과 잇따라 스킨십...‘세 다지기’ 장기전 돌입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공개 행보를 자제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당원과의 소통 행보를 이어가며 존재감 과시에 나섰다. 여당 차기 지도부 구성을 놓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결속과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흔들리는 등 내부 혼란을 틈 타 제도권 밖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 선 것으로 보인다. 당 중앙윤리위원회 재심의 요청과 법적 대응 등 물리적 충돌을 자제하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장기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광주 무등산을 시작으로 부산, 강릉을 차례로 순회하며 지역 당원‧지지층과 스킨십을 가지는 한편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이 대표가 구상한 여의도 복귀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의결에 따라 당분간 여의도를 떠나게 됐다. 원칙적으론 6개월 뒤 국회 복귀가 가능하지만 ‘거취 결단’을 촉구하는 내부 인사들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 대표의 복권 수순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윤리위 징계 의결에 대해 ‘불복’ 의사를 내비쳤던 이 대표는 정치권 예상과 달리 윤리위 재심 청구를 하지 않고 지방 순회에만 집중하고 있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원톱으로 임시 지도부가 꾸려졌지만, 이내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등 내부 반발 여론이 터져 나오자 강경 대응을 접고 장외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 대표 1위...‘여론전’ 즉효 나타나

실제 이 대표의 이러한 전략이 당장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여당 차기 대표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다. 2030을 중심으로 이 대표가 ‘당권 투쟁의 희생양’이라는 동정 여론이 확산, 차기 당권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여권 인사들이 오히려 지지율 손해를 보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면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1일 발표한 국민의힘 당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지율 25.2%를 얻어 여권 당권주자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18.3%, 나경원 전 의원 9.2%, 김기현 의원 4.9%, 장제원 의원 4.4%,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3.1%, 권영세 통일부 장관 2.4%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이 대표의 TK·호남 지지율이다. 이 대표는 TK(대구·경북)에서 29.1% 지지율을 얻으며 2위를 기록한 안 의원(15.0%)을 오차범위 밖 격차로 제쳤다. 호남에선 이 대표가 여당 당권주자들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인 29.0%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선두를 달렸다. 여야의 전통 텃밭인 TK와 호남에서 내부 중징계로 외곽을 전전하고 있는 여당 대표에게 우호적 민심이 형성된 것. 이는 이준석표 장외 여론전의 지속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도 읽힌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이 대표의 정치 재개 동력이 될 것이란 평가다. 아울러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청년 당 대표에게 중징계 철퇴를 내린 여당과 당내 특정 세력의 ‘보신주의’로도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이 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대표가 지금의 흐름을 이어가며 영향력을 불린다면 정식 복당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의 ‘전국 순회’ 컨벤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사주 의혹’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여론이 크게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16~18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ARS를 통해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여론조사와 관련한 세부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이준석 ‘광주→부산→춘천’ 전국투어의 의미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 후 잠행을 이어가다 지난 13일 그동안 각별히 공을 들였던 광주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SNS로 알렸다. ‘무등산 등반’ 이미지를 공개하며 현지 당원들과도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가 서진(西進) 정책으로 심혈을 기울였던 호남에서 자신의 역할론과 영향력을 과시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후 이 대표는 지역 당원들과의 소통 행보에 나섰다. 그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동지들과 대화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분과 교류하고자 한다”며 모임 신청을 받았다. 당시 신청한 당원과 지지자들이 800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틀 뒤인 지난 16일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17일 부산, 19일 강원도 춘천에서 당원들과 교류를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창원에 이어 방문한 부산과 강원도는 지난 대선 때부터 꾸준히 갈등을 빚었던 ‘윤핵관’ 권성동(강릉)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의 지역구다. 이에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윤핵관에 대한 ‘무언 시위’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지난 22일 현재까지 이 대표는 광주와 제주, 전남, 경남 진주·창원, 부산, 강원 춘천, 충북 충주, 전북 전주 등을 오가며 당원‧시민과 스킨십 행보를 이어갔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이 대표는 수도권과 TK(대구‧경북) 방문을 남겨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전주를 방문한 당일 “(서울 모임에) 지금 2200명이 신청했다. 그래서 (행사를) 갈라서 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가 TK 방문 시 2030의 지지를 얻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남이 성사될 지도 관심사다.

이 대표가 징계 직후 잠행을 하다 최근 공개적으로 자신의 ‘전국 투어’ 행적을 적극 알리며 당원 가입을 홍보하고 있는 것은 당내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와 동시에 국민의힘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급속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권 대행은 윤 대통령을 만나고 곧이어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으며 직무대행 체제를 굳혔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행보다. 

그러나 권 대행과 장제원 의원의 불화설이 불거진 시점부터 이 대표는 잠행을 중단하고 SNS 등을 통해 공개 행보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당이 차기 지도부 구성을 놓고 파열음을 내자, 이 대표가 공격적 외연 확장에 나설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임시 지도부 체제를 둘러싼 내홍이 지속될 경우 이 대표의 영향력은 상승세를 탈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이 대표가 당원 가입을 연달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읽힌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제도권 밖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