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미재계회의가 신호탄...새 정부서 위상 회복하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패싱' 논란의 대상이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재계 맏형'으로 부활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재계회의가 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도 나온다. 과연 전경련이 5년간의 설움을 딛고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지 알아본다. 

- 국정농단 사태로 5년간 신뢰 추락…'오명' 벗을까 '주목'
- 4대 그룹 재가입 숙제...대한상의와 '맏형' 대결 불가피


전경련은 1961년 설립 이후 최대 경제단체로 기업의 대변인을 겸한 맏형 역할을 줄곧 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회원 수입과 임직원 수가 크게 줄며 위상이 급락한 상태다. 이를 대신해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가 재계의 구심점을 해왔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는 부활을 시도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 4대 그룹이 부활의 열쇠 쥐고 있어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오는 9월 서울에서 제34차 한미재계회의를 공동 개최할 계획이다. 이 행사에는 양국 주요 기업인과 경제단체 인사는 물론 미국 전 대통령이나 부통령 등 VIP급 인사 참석도 추친된다. 

이 행사를 계기로 4대 그룹 복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전경련의 재계 내 입지도 강화되는만큼 4대 그룹의 입장에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더욱이 앞서 개최된 한일재계회의에 4대 그룹 대기업 사장단들(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이 이례적으로 대거 참석했고, 15대 기업이 기획재정부와 함께한 ‘신정부 조세정책 방향과 세제 관련 기업애로 및 개선의견’ 비공개 간담회에도 참석한만큼 전경련 회의에서도 4대 그룹 총수를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이 회원사 복귀와 관련해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과거 명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며 "(결국) 전경련 위상 회복은 4대 그룹 결단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달 5일에도 여당인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함께 '신산업 글로벌 선두를 위한 정책 토론회'도 개최했다. 전경련이 여당과 정책간담회를 연 것은 2015년 새누리당(현재 국민의힘)과 함께 한 '한국경제 발전 방향 모색' 간담회 이후 7년 만이다.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는 패싱 당했다. 2019년에 전경련이 민주당과 주요 기업 현안 간담회를 열었지만, 민주당은 당 차원이 아니라 개별 의원 방문이었다며 개최 여부를 극구 부인했었다.

윤 대통령의 과거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주요 경제단체장과 만나는 자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더욱이 허창수 회장이 경제계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건의하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관련 업계가 예의주시한 바 있다. 문 정부 시절에는 전경련을 대신해 주로 참석해온 중견기업연합회가 포함됐었다. 

- 尹정부서 경제단체 지각변동 오나

이처럼 점차 위상을 회복 중인 전경련 주최 해외 행사에는 과거 5년과 다르게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CEO 제주하계포럼의 참가 기업인 수가 500여명으로, 역대 행사 중 가장 규모가 컷던 것으로 전해진다. 첫 날 축사를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았다. 한 총리와 더불어 허창수 전경련 회장,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 등이 연사로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전경련과 재계 맏형 자리를 놓고 물밑 주도권 경쟁을 벌였던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이보다 앞서 13일부터 2박 3일간의 제주포럼을 개최했다. 

전경련이 그간의 설움을 딛기 위한 노력을 할수록 대한상의와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이 불기피할 전망이다. 전경련이 역대 정부에서 했던 정부와 재계간 연락책 역할을 지난 정부에서 대한상의가 대신해왔다. 업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이 주요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진행하는 행사에서 예전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중이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며 "경제단체의 맏형 자리 회복을 위해 현 정부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만큼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전경련이 부활 신호탄은 쏘아졌지만 과거 위상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도 있다. 

한편 전경련은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참고해 만든 국내 대기업 대표 경제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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