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익추구 의혹 제기된 '존 리, 강방천 전 대표'에 일침

[일요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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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뼈 있는 발언에 자산운용사들이 바짝 긴장 중이다. 특히 최근 자산운용사 전 CEO(대표)의 사익추구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들은 더 그렇다. 업계도 이 원장의 최근 발언이 특정 CEO를 겨냥한 것도 맞지만, 자산운용사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함께 담긴 것으로 풀이한다.

- 차명투자 의혹에 자리서 물러나 두 전직 CEO

이 원장은 지난 9일 임원회의에서 자산운용사 경영진의 부적절한 사익추구 의혹에 대해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옛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경영진 스스로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도덕적 잣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이해 상충 소지가 있거나 직무 관련 정보이용을 의심받을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를 단념하고 고객자금의 운용관리자로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또 "최근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면서 자산운용산업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라며 "경영진부터 준법·윤리 의식 수준을 이전보다 훨씬 더 높여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 원장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금융 업계는 최근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차명투자 의혹에 대한 일침으로 해석한다.

앞서 금감원은 존리 전 대표가 2016년 지인이 설립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업체 A사에 아내 명의로 지분을 투자한 의혹을 조사하였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지난 6월 7일까지 메르츠 운용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했고, 현재까지 현장조사 내용을 토대로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은 2018년 사모펀드를 출시한 이후 설정액 60억 원을 모두 A사의 부동산 P2P 상품에 투자했다. 해당 사모펀드 중 1~3호는 이미 청산됐고, 현재 4호가 남아 있는 상태다. A사는 존리 대표의 지인이 설립한 회사이고, 존리 대표의 아내는 회사 지분의 6.57%를 가진 주주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출시한 사모펀드가 A사 투자상품에 투자한 것은 이해관계 충돌 여지가 있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자산운용은 “해당 의혹이 성립하려면 펀드에 손실이 있어야 하지만 연 12% 수준의 수익을 내 부실이 없었다”며 "되레 이익을 거둔 만큼 사익 추구나 배임과는 무관하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메리츠자산운용의 투자로 A사가 수익을 올리고 그에 따른 배당을 아내 J씨가 받았다면 ‘사익 추구’로 볼 수 있다고 반박한다.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도 차명투자 의혹 등으로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자 회장직과 등기이사를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충격을 안겼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대상으로 한 수시검사에서 강 회장이 자기매매 정황을 포착하고 제재를 위한 조치 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감원은 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업체 '원더플러스'에 본인 자금을 대여해준 뒤 법인 명의로 자산 운용한 행위를 일종의 '차명 투자'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 자산운용업계 조사 벌일까...예의주시 중

한편 '동학 개미운동' 이후 투자자들의 멘토 역할을 한 두 인물이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금융당국의 조사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자 자산투자업계 전반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조사가 진행됐을 뿐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자산투자업계는 이 원장의 경고성 메시지가 나온 만큼 조만간 대대적 조사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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