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가겠어요? 절 불러주지 않아서 하는 말이 아니예요!”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후배의 한탄이다. 윤석열 후보 대선캠프와 인수위에서 일했지만 아직은 백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의도 사람들을 배척하는 조짐은 있었다. 대통령 당선되고 윤 대통령의 일성이 캠프에서 일했던 여의도 사람들을 복귀시키거나 지방선거에 투입시켰다. 윤 대통령은 캠프에서 일을 도와줬지만 여의도 사람들을 전문성이 부족하고 자리만 탐하는 정치꾼내지 선거꾼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취한 인사들이 전문가 그룹인 고시출신이나 관료, 검찰출신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핵관 및 측근들이 추천한 각료중 한 인사는 대통령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인삿말이 나오는 진풍경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 새정치를 내세운 안철수 후보도 그랬다. 당시 캠프 구성원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눈 밖에 났거나 비주류였던 전현직 당직자, 의원.보좌관들이 안철수 캠프에 들어왔다. 하지만 교수, 법조인 등 안철수 측근, 소위 전문가 그룹이라는 인사들의 견제와 시기로 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찬밥신세였다. 오죽하면 이들을 겨냥해 캠프내 대통령에 당선돼도 자리는 탐하지 않는다는 연판장을 돌릴 정도로 후보자의 불신의 벽은 컸다.

그 결과 문재인 후보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양보했고 이후 안 의원은 롤러코스터식 정치를 했지만 여의도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거의 곁에 남아 있지 않다. 안 의원이 차기대권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여의도에 전무하디시피한 이유다.

윤 대통령이나 안철수 의원이 여의도 사람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경우 정치경험이 전무한데다 본인이 검찰에 재직시절 여의도 사람들이 보여준 행태가 일은 안하고 권력타령만 하면서 서로 죽자고 싸우는 것에 질렸을 것이다. 전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꾼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철저하게 전문가.엘리트라는 점을 내세워 정치인출신보다는 관료출신을 대통령실과 내각에 배치했다. 일례로 이번 8.15사면에 기업인은 사면.복권시키면서 정치인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일괄 배제했다. 한 마디로 기업인은 그나마 돈이라도 벌어 국익에 도움을 주지만 전직 대통령이건 차세대 주자건 여야 정치인을 풀어줘 봤자 시끄럽기만하고 국정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인식에 오류가 있으면 주변에서 직언을 해야하는 데 그런 사람들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칠 때 이재오 전 의원은 독대를 요청해 형님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직언을 해 지지율 탈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주변에는 이재오 전 의원 같은 인사를 찾기 힘들다. 아니 없다. 그나마 권성동, 장제원 의원 등이 있지만 윤 대통령 성향을 본다면 오히려 측근 그룹내 인적쇄신을 한다면 윤핵관이 1호가 될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그 정도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20%대의 낮은 지지율로 추락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인사스타일이 한몫하고 있다. 관료출신들은 일을 잘할 수 있지만 순종적이라 대통령에게 고언을 감히 못한다. 오죽하면 총리, 비서실장, 장관, 수석, 위원장자리를 가도 정무형 자리에 자기 사람조차 쓰지 못해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정책이야 전문가를 쓰면 되지만 정무형 자리는 총리든 장관이든, 비서실장이든 자신과 오랜기간 호흡을 맞춰온 사람과 일해야 효율성이 있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게 현 윤석열 정부의 임기초 현실이다.

취임한지 100일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인적쇄신을 운운하는 것은 너무 시기상조라는 해명이 그래서 맞지 않다.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에 대한 인식과 인사에 대한 마인드를 바꾸지 않는 이상 처가리스크, 측근리스크에 본인리스크는 계속될 것이고 그것이 쌓이다 보면 후배의 말처럼 “5년 갈수 있겠느냐는 한탄이 현실화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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