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 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길 바랍니다.” 80년 만의 폭우가 내렸다. 예상치 못한 폭우에 상습 침수지역이던 강남을 비롯해 곳곳에 물난리가 났고, 인명피해마저 발생했다. 고민정은 이런 재난상황에서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 고립된 채 전화통화만 한 게 잘못이란다. 이 말도 일리가 있다. 쇼를 좋아했던 전직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이 노란 비옷 차림으로 현장에서 재난 담당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면 그림이 더 괜찮았을 테니까.

그런데 고민정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MBC 라디오에 나가 그녀가 한 말을 보자. “만약 청와대에서, 대통령 관저와 위기관리센터가 가까이 있는 그곳에서 다 (대응)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비판을 받았을까?” 탁현민 역시 비슷한 말을 한다. 그는 YTN 라디오에서 청와대를 안 쓰겠다고 했을 때부터 우려했던 문제들이다.” 이쯤되면 이상하단 생각이 든다. 취임한 지 이제 석달이 지난 지금, 이들은 왜 이미 일어난 청와대 이전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린 건 임기 초반 윤대통령의 가장 돋보이는 업적이다. 1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청와대를 찾았고, 야간개장이 시작되면서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내려는 인파들도 몰려들고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 집무실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과 더 긴밀히 소통할 수 있게 됐고,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지만 출근길마다 펼쳐지는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지지율 추락은 대통령실의 무능과 정당 내부의 갈등으로 인한 것일 뿐, 집무실 이전과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이번 폭우에 대통령이 그냥 퇴근한 건 아쉬운 대목이지만, 어차피 대통령이 직접 물을 퍼나르는 것은 아닌 이상,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었다고 해서 물난리의 피해가 더 적었을 것 같진 않다.

지리적 위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지 않아서 욕을 먹은 건 아닐 것이고, 북한 해역으로 표류해 간 우리나라 공무원이 죽임을 당할 때 청와대에 있던 문 전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한 것도 아니잖은가? 고민정은 대통령 자택이 위기관리센터와 떨어져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만, 이것 역시 조만간 해결될 일이다. 한남동에 있는 외교부 장관 공관의 리모델링이 8월 중순 정도면 완료되는데, 이 경우 대통령의 출퇴근 시간은 기존 10분에서 5분으로 줄어든다니 말이다.

출범한 지 두 달 넘어서까지 계속 반대하시는 이유가 뭔지 그게 더 궁금합니다.” 728, 한동훈 법무장관이 법사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 도중 한 말이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법무부산하 인사정보관리단 (관리단)에서 1차적인 인사검증을 담당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민주당이 아직까지 이걸 물고 늘어지고 있어서다. 대통령의 인사가 문제 있다면 그걸 따지면 될 일이지, 검증을 누가 하는가가 왜 그리 중요할까? 정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자기들이 정권을 잡은 뒤 바꾸면 되지 않은가?

사실 한 장관도, 상식적인 국민들도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관리단이 소속된 법무부의 수장이 현 정부의 실세인 한동훈이기 때문이다. 관리단을 국방부나 여가부 산하에 뒀다면, 저들이 이렇게까지 난리를 쳤겠는가? 윤 대통령도 아마 비슷한 질문을 하고 싶을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지 3개월을 넘어서까지 계속 반대하시는 이유가 뭔지 그게 더 궁금합니다.” 국민에게 돌려준 청와대를 다시 빼앗을 수 없다면 현 상황에서 더 잘하도록 훈수를 두는 게 맞지, 집무실 이전 왜 했느냐고 탓해 뭐하겠는가?

물론 윤 대통령은, 그리고 상식적인 국민들은, 저들이 왜 이러는지 알고 있다. 집무실 이전이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는 게 싫어서다. 어쩌면 고민정은, 그밖의 민주당 패거리들은, 집무실 이전을 비난할 만한 큰일이 일어나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고민정은 말한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나운서답지 않게 늘 비문투성이의 글만 쓰는 고민정에게 답한다. , 너만 못보는 거야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