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이 레임덕 수준의 위기국면 극복을 위해 정면돌파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윤석열정부 출범 초기는 혼선과 우왕좌왕의 연속이었다. 연이은 인사참사를 비롯한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유례가 없는 20%대의 낮은 지지율에 시달렸다. 정국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임기 5년 내내 식물 대통령이라는 오명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최악의 정치적 고비에서 벗어나 국정운영의 고삐를 죄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의 선제적 관리는 물론 당정대의 인적쇄신과 시스템 개편에도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어 교육·연금·노동개혁 등 현 정부의 주요 국정 어젠다를 과감하게 추진해 대한민국의 고질병 개선에도 나설 전망이다. 아울러 대선 이후에도 강대강 대치전선으로 흐르고 있는 냉랭한 여야관계 극복을 위해 협치무드 조성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면서 전화위복에 성공할지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집필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백서를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인수위 전 행정실장 서일준 의원, 안철수 의원,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전 행정부실장 허성우 시민사회수석실 국민제안비서관. 2022.06.08.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집필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백서를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인수위 전 행정실장 서일준 의원, 안철수 의원,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전 행정부실장 허성우 시민사회수석실 국민제안비서관. 2022.06.08. 뉴시스

특별감찰관 임명, 처가 리스크 관리 ··인적쇄신
국가개혁 어젠다 추진 여야 영수회담 등 협치 제안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 20대 대선에서 가까스로 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 이후 상황은 국민적 눈높이에 미달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부터 공정과 상식을 강조했지만 검찰편중 인사와 장관 낙마로 융단폭격을 맞았다. 또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대내외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은 물론 수도권 폭우피해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인 817일을 전후로 친인척 리스크 관리 당정대 전면쇄신 주요 국정 어젠다 추진 여야 협치모드 시동 등 4대 승부수를 통해 정국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취임 초 지지율 폭락에 따른 위기에서 벗어나 국정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 처가 리스크 비선실세논란 차단특별감찰관 임명]

윤석열정부 초반의 지지율 하락은 친인척 리스크 관리의 실패다. 보통 정권말 레임덕 상황에서 불거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국민대 논문표절 논란에 이어 대통령실 관저공사 등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잡음은 물론 장모에 이어 오빠 리스크까지 불거지고 있다 게다가 무속인으로 알려진 건진법사의 이권개입 논란도 불거졌다. 이 때문에 세간에는 박근혜정부 당시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권력기반 약화를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여권 핵심부에 따르면 친인척 리스크의 해법으로 특별감찰관을 거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다. 직무수행에 필요한 범위에서 1명의 특별감찰관보와 10명 이내의 감찰담당관을 임명할 수 있고 총 20명 이내의 한도 내에서 감사원, 대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등 관계기관의 장에게 소속 공무원의 파견 근무을 요청할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2014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박근혜정부에서 최초 시행됐지만 문재인정부에서는 5년 내내 개점휴업 상태였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 폐지로 사정기능이 상당 부분 약화됐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도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특별감찰관 재가동을 지시하면서 친인척 리스크 근절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이와 관련, “여러 의혹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특별감찰관을) 빨리 임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더 공세적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최재성 전 의원도 김건희 여사 주변 논란부터 불식시켜야 지지율 붕괴를 막을 수 있다윤 대통령은 당장 야당으로부터 특별감찰관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당정대 혼란 극복전면쇄신으로 시스템 개편

윤 대통령이 처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여권발 내홍이다. 이른바 내부총질문자공개 파문 이후 여권은 격랑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었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전방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국민의힘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 그룹과의 볼썽사나운 전면전이 연일 언론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내각 또한 갈 길 바쁜 윤 대통령의 힘을 빠지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주요 현안에 대한 정무적 기능 미비로 인적쇄신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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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대 전면쇄신론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집권 여당내부에서조차 공개적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구원투수를 맡은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 인적쇄신 논란과 관련, “잦은 인사 교체가 갖는 단점을 많이 봤다면서도 변화 가능성이 없다면 교체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시사했다. 충청권 중진인 정우택 의원도 행정·정무적 감각을 가진 참모가 대통령을 모시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차기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달라진 모습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게 인적 쇄신이라면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권뿐만 아니라 야당의 요구는 더 직접적이다. 연일 대통령실 전면개편은 물론 내각총사퇴까지 요구할 정도다.

윤 대통령은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대로 정치권의 인적쇄신 요구에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이후 첫 도어스테핑에서 인적쇄신 요구에 모든 국정동력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 인적쇄신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이다.

역대 보수정부도 집권 초반 강력한 인적쇄신 드라이브를 건 바 있다. 집권초 위기탈출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첫해 광우병 쇠고기파동으로 지지율이 10%대로 폭락하자 취임 4개월을 전후로 청와대 수석 전원교체과 3개부처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취임 첫해 여름휴가 복귀 이후 이른바 윤창중 파문과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 등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 5명 등 참모진 전격 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대통령실뿐만 아니라 여권 상황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 이준석 전 대표의 윤리위 징계 이후 폭발한 여권 내부의 갈등상황 해소를 위해 윤핵관의 2선 후퇴라는 충격 요법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 대선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분류되는 윤핵관을 읍참마속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정부 시절 대선 최대 공신이었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2선 후퇴와 유사한 흐름이다.

# 교육·연금·노동개혁일 통해 국정동력 되찾기

인적쇄신뿐만 아니라 주요 국정 어젠다의 추진 여부도 주목할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교육·연금·노동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5월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는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우선 연금개혁과 관련,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루어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지속 가능한 복지 제도를 구현하고 빈틈 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로 연금개혁의 골자는 더 내고 덜 받은 구조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 없는 정책이다. 역대 정부가 실패한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대신 기초연금을 늘리는 임시방편을 선택했다. 다만 4차국민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현행 9%의 보험료율과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면 2042년 국민연금은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엔 적립기금도 고갈될 상황이다.

이어 노동개혁과 관련,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4차산업혁명의 도래와 세계적인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동유연성 강화는 절박하다는 인식의 소산이다. 교육개혁도 시급하다.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불리며 한국경제의 든든한 밑바탕이 됐지만 최근 개천에서 용나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낙후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학생들에게 기술 진보 수준에 맞는 교육을 공정하게 제공하려면 교육개혁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언급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의지대로 연금·노동·교육개혁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한 데다가 갈등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늘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소극적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도 올해 정기국회에서 3대 개혁과제의 속도감 있는 추진에 나서며 위기탈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층의 격렬한 반대를 뚫고 한미 FTA를 추진했다지금 되돌아보면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 중 하나다. 윤 대통령 역시 특유의 뚝심으로 주요 국정과제 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 사전 환담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2.05.16.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 사전 환담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2.05.16. 뉴시스

# 꽉막힌 여야영수회담 제안 등 여야협치 강조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여야관계는 최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대 대선이 0.73% 포인트 차이의 박빙 승부였던 것은 물론 곧바로 6.1 지방선거 국면까지 이어졌다. 게다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는 청와대 이전에 따른 용산 대통령실 시대 개막을 놓고 여야는 전면전을 불사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의원을 정조준한 각종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민주당의 반발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가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 제안 등 협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8.2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라이벌이었던 이재명 의원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면서 향후 정국은 윤석열 대통령 vs 이재명 민주당 대표구도의 20대 대선 시즌2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의원이 전대 과정에서 여야 영수회담 의지를 내비친 만큼 윤 대통령도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은 지난 9CBS라디오 주최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협력과 견제 두 가지는 야당 본연의 역할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진퇴양난 상태에 빠지는 거 같은데 이럴 때 국민의견도 전달하고 우리가 협력해서 민생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반드시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또는 17일로 예상되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전격적인 여야협치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적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가동, 여야 영수회담 제안 등의 조치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역대 정부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정국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식물 대통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최근 레임덕 수준의 위기상황은 이명박정부 시절 광우병 쇠고기와 같은 단일 악재가 아니라 크고작은 복잡다단한 이슈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초심을 되새겨 본인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잡음은 집권 내내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특별감찰관의 조속한 임명 등 고강도 대처가 필수적이라면서 정치적으로는 여권발 갈등이슈의 안정적 관리와 더불어 여소야대 현실을 인정해 야권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여기고 협치 강화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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