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까지 부정할 것은 아냐”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의 개념이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제2조제1항제1호)은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반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에서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에 헌법 상 보장된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노동조합법에서 정하고 있는 다양한 권리도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특수고용직(이하 특고직)처럼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경우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동조합을 설립해,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단체행동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노동3권 보장 필요성이 있다면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로 판명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 개념은 통상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다.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는 ① 직업이나 직종의 구별 없이 모든 근로자의 개념이 포함되며 ② 근로자로서 타인에게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하고 그 보수로서 받는 것이라면 임금, 급료 등 명칭과 관계가 없고 ③ 이러한 임금 등 수입을 통해 생활을 영위하는 자를 의미한다. 종전에는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에 대해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좁게 해석해 직접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봤으나, 최근에는 그 개념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 법원의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 판단 기준 

실제로 최근 정수기 등 환경가전제품 방문판매 업체 A사의 코디, 코닥으로 구성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B코디, 코닥지부는 2019년 11월에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2020년 7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코디’를 별도 교섭단위로 분리해 줄 것을 신청했다.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다른 근로자들과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에 차이가 존재한다”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의 신청을 인정했다. 이후 회사가 재심 신청을 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같은 결정을 했다. 결국 해당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2020년 11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했다.  

당시 법원(서울행법 2020구합85085, 2022.7.21. 선고)은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 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노무제공계약이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법원은 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 내용이 다르다고 봤고,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⑦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실질에 있어서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면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코디’ :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로 인정 

또한 코디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첫째, 원고(사용자)와 코디가 방문판매업무 위임계약을 체결할 때, 원고 측에서 미리 만들어 둔 정형화된 양식의 계약서를 사용하고, 반면에 코디는 계약서 또는 부속 규정의 개별 조항을 취사선택하거나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없고, 다만 위임계약의 체결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원고와 코디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 내용을 원고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판단했다. 

둘째, 코디가 담당하는 방문판매업무는 원고가 영위하는 환경가전제품 판매업에 필수불가결한 노무로 보아야 한다고 봤다. 

셋째, 코디는 고객 방문 일정과 업무 시작·종료시간, 업무 내용 등을 원고가 만든 앱에 실시간으로 입력하고, 고객 응대 화법과 작업 방식, 복장 등을 매뉴얼로 만들어 따르도록 했으며, 코디의 업무 성적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해 등급별 혜택을 각각 달리 적용하기도 하는 등 실제로 원고는 코디의 업무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넷째, 위임계약상 코디의 겸업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더라도, 다른 경쟁업체의 방문판매업무를 겸업하는 것만큼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위임계약의 해지사유가 된다. 원고와 코디 사이의 위임계약관계는 전체적으로 보아 일정한 지속성과 전속성도 갖추었다고 봤다. 

다섯째, 원고와 사이에 위임계약을 체결한 코디는 해당 계약기간에 다른 동종 업체의 제품을 취급하는 것이 금지되므로, 그동안 원고의 제품으로 방문판매업무를 수행하는 것 외에는 달리 환경가전제품 판매 시장에 접근할 방법이 없고, 이는 코디가 원고의 사업에 종속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라고 판단했다. 

여섯째, 코디가 원고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는 기본적으로 방문판매업무의 성과에 비례해 지급되는 보수라고 볼 수는 있으며, 코디의 수수료는 코디가 업무에 투입한 시간에 대한 보상의 성격도 겸유하는 것이므로, 이를 코디의 노무 제공에 따른 대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끝으로, 위임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수수료의 산정 기준을 비롯한 전반적인 계약조건은 원고 일방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또한 위임계약이 진행되는 동안에 각 코디별로 관리하는 계정의 수는 원고의 매출과 코디의 수입 규모에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계정 수의 분배를 둘러싸고 원고와 코디 사이 또는 코디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사정이 위와 같다면, 코디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원고와 대등한 위치에서 위임계약의 조건, 계정 수의 분배 기준 등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 할 것이므로, 설령 원고에 대한 코디의 전속성이나 소득 의존성이 강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거나 코디가 근로기준법에 규정한 근로자의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보더라도, 이를 들어 코디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까지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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