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하면서 미래 꿈꿀 수 있는 게 가장 뿌듯하고 행복해”

장승효 작가
장승효 작가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미술 분야 진출을 꿈꾸는 10·20대 청소년들의 멘토로 장승효 미디어 아티스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로 성공의 반열에 오른 장승효 작가는 외국에서는 ‘쇼장’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최근엔 메타 휴먼 아티스트 ‘마티쇼’라는 이름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27세 때쯤 데뷔했으나 무작정 작업에만 열중하며 달려가던 그는 약 33세 때 문득 큰 회의감에 빠지게 된다. 그때까지 코어 컨셉이라는 게 없이 작업한 느낌이랄까?

그는 당시 ‘도대체 너는 무엇을 위해서 어떤 작업을 하냐’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답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고민에 휩싸인다.

결국은 그때까지 작업했던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그러한 용기와 결단 덕분에 오늘날 빛나는 작가로 재탄생하게 된 장승효 작가는 요즘 정말 행복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21. 09. 03 ~ 09. 22  ‘Super Sympathy_초월적 공존’, 하남스타필드
2021. 09. 03 ~ 09. 22  ‘Super Sympathy_초월적 공존’, 하남스타필드

-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주로 어떤 작품을 창작하시나요.

▲미디어 아티스트라고 하면, 영상 작업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죠. 근데 저는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판화 등의 장르를 총망라해서 작업하는 작가예요. 한편에서는 이미지 조각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요즘은 앙리 마티스와 콜라보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어서 마티스랑 쇼장을 합쳐서 만든 ‘마티쇼’라는 메타 휴먼 아티스트로 불리기도 해요. 요즘은 메타버스 시대이기 때문에 가상 아티스트를 만들어서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거든요. 일종의 부캐라고 할 수도 있겠죠.

2021. 09. 03 ~ 09. 22  ‘Super Sympathy_초월적 공존’, 하남스타필드
2021. 09. 03 ~ 09. 22  ‘Super Sympathy_초월적 공존’, 하남스타필드

- 일반 아티스트와 다른 작품 세계를 추구하시는 것으로 유명하신데 작가님의 독특한 작품 기법은 무엇인가요.

▲일단 저 같은 경우는 주로 꼴라주 기법을 이용해서 작업하거든요. 제 주변의 모든 사진적 이미지들이 저에게는 물감이 되기에, 색깔·명함·형태 이런 것들을 사진 조각 파편들에서 찾기 시작했죠. 그중 제가 찍은 사진도 있고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도 있지만, 그 모두가 제 기억의 파편들인 만큼 그런 파편들로 작업을 하는 것. 그림도 그리고 조각도 하고, 설치도 하고, 비디오도 만들고… 뭐 이렇게 장르 구분 없이 융합적으로 작업하는 부분이 좀 독특한 거 같고요. 건축, 자재, 패션 등 생활에 쓰이는 모든 오브제를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다 보니까, 미술 쪽에서는 좀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하죠.

어쨌든 제가 항상 추구하는 거는 삶이 곧 예술이라는 것. 우리의 한 번뿐인 삶이 전부 예술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삶 속의 예술을 추구하는 편이죠.

예술관 같은 게 있다면, 저는 예술이 감탄사라고 생각해요. 영어로 ‘아~트!’, 한국어로는 ‘오~ 예술!’. 그러니까 뭔가 감탄이 쏟아져 나올 만한 모든 것이 다 예술이 된다고 보는 거죠. 그렇게 보면 순수 예술이라는 것을 벗어나서 스포츠도 예술이 될 수 있고 무용도 예술이 될 수 있는 거죠. 제가 하는 모든 작업은 삶의 모든 것들이 다 예술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의 작은 장르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2022. 02. 22 – 03. 31 Amulet_호령전, 청담 갤러리원&하남스타필드&부산 센텀시티

- 미디어아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렸을 때 저는 움직이는 그림을 상상하곤 했어요. 그래서 그림 속의 이미지가 정지돼있는 게 아니라 움직인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바닥, 천장, 벽 등 전부 다 미디어아트로 채워질 때 관람객은 진정으로 작품에 둘러싸이는, 작품 속 공간에 빠지는 체험을 할 수 있죠. 메타버스의 현실적 초기 단계 체험이랄까요. 나아가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의 하늘이 전부 미디어아트가 될 수 있고 상당히 큰 호수의 수면이 다 미디어아트가 될 수 있는, 그런 상상들을 펼치면서 영상 작업을 하곤 해요.

제 작품의 특징을 몇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미디어 고고학이에요. 우리가 ‘원시부터 메타버스까지’라고 생각해 봤을 때 원시시대의 주술사가 퍼포먼스를 하는 게 어떻게 보면 4D잖아요. 4D에서 주술은 매일 하는 행위가 아니기에 신성함을 유지하기 위한 소품으로 발렌도르프의 비너스 조각상 같은 게 발견되었죠. 그게 3D죠. 이후 알타미라 동굴 벽화같이 원시인들이 색이 나는 돌멩이를 주워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게 2D의 시대였고 문자의 발명이 1D, 1차원이고요. 요즘 디지털이 도트잖아요. 영과 일의 도트, 점이요. 그게 0차원, 그렇게 4차원부터 0차원까지의 대장정이 인류의 역사고, 그런 게 미디어의 고고학적인 측면이거든요. 즉, 디지털 시대, 0차원의 시대에서는 가상세계라는 게 펼쳐지는데 그게 바로 메타버스죠.

2022. 03. 20 ‘미디어 파사드, 예술을 꽃 피우다’, 마곡문화거리 스페이스
2022. 03. 20 ‘미디어 파사드, 예술을 꽃 피우다’, 마곡문화거리 스페이스

- 미디어 아티스트이면서 조각가이시기도 한데 조각이 더 매력 있나요, 아니면 미디어아트가 더 매력 있나요.

▲구분이 없어요. 조각도 표면에 붙어 있는 수많은 이미지가 다 미디어아트, 디지털 예술이라고 볼 수 있죠. 요즘은 페인팅과 디지털 기법을 섞기도 하므로, 저한테는 장르 구분 자체가 무의미한 느낌이에요.

20세기는 전문가의 시대였지만 21세기는 융합의 시대고, 또 20세기는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었다면 21세기는 상호작용 또는 소통의 시대예요. 20세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컬렉터들이 소유하는 시대였다고 하면 21세기에는 디지털의 속성 자체가 평등주의와 공유의 개념이 강하거든요. 그래서 소통, 공유 그리고 융합 이런 것들이 제 작업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조각이 더 좋다’든가 ‘회화가 더 좋다’라는 관념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요즘엔 회화에 좀 많이 빠져있어요.

2022. 02. 19 ‘STAY‘ 장승효 개인전, 삼정갤러리,부산
2022. 02. 19 ‘STAY‘ 장승효 개인전, 삼정갤러리,부산

- 작품을 창작할 때 어떤 면에 착안해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나요.

▲일단 제 삶 주변의 것들을 잘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삶 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이라든가 상대와의 관계 또는 자연을 관찰하며 그 속에서 느끼는 어떤 감성 같은 것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 그동안 창작하신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지난번 모터쇼에 등장했던 아트카를 굉장히 재밌게 작업했고, 그 전에 피아노가 있어요. 아트포르테라는 프로젝트에서 가나 갤러리가 기획했던 전시인데 그때 삼익 피아노랑 콜라보를 진행했거든요. 피아노가 참 좋았던 게 사람이 없으면 가만히 있는 물건이잖아요.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피아노·자동차 등과 같이 인간과 교감하는 어떤 오브제를 예술로 탄생시켰을 때 생명력을 갖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만든 피아노는 연주 시 캠코더가 장치돼 있어서 그걸 기록하고 그것이 피아노 뚜껑에서 상영되며, 피아노가 자동 연주되는… 뭐 이런 기능들을 부과해서 작업했었거든요.

예술 작품은 인간이 창작하는 물건이지만 하나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피아노나 자동차 같은 오브제에 굉장히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2021. 12. 09 ~ 12. 12 홈테이블 데코페어, 마비매트체어, 코엑스
2021. 12. 09 ~ 12. 12 홈테이블 데코페어, 마비매트체어, 코엑스

- 미디어아트의 전망은 어떠할 것으로 생각하나요.

▲굉장히 밝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백남준의 후예잖아요. 백남준 선생님이 처음 데뷔했을 때는 미디어아트 열풍이 불었었으나 판매는 굉장히 힘든 콘텐츠였거든요. 왜냐하면, 그림이나 사진, 조각과 달리 물건으로 남기 힘들고 복제가 쉬우니까요. 근데 앞으로는 이런 것들이 공유될 수 있는 세상이라 기업들이 미디어아트 활용 방안을 많이 기획하고 있고 무엇보다 메타버스 NFT 등의 출연으로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특히 메타버스 같은 경우 기술적으로 어떤 구조들을 만든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공간을 아름답게 디자인해야 하고 콘텐츠 창작이 필요하므로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예술과 산업이 무한 융합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메타버스 NFT 등의 등장이 미디어아트의 미래를 굉장히 밝게 전망할 수 있게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작품을 구상하실 때나 작업하실 때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을 시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그냥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공상하기도 하고 예술과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그런데 무엇보다 제가 타인이 되어보는 것, 일종의 빙의라고 해야 할까요? 피카소로 빙의해보기도 하고, 또 백남준 선생님으로 빙의해보기도 하고… 그들이 이 시대의, 즉 디지털 시대의 젊은 청년 작가였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작업을 풀어나갔을까? 하고 자꾸 역지사지해보면 답이 나오기도 합니다.

2021. 11. 25 ~ 12. 05  2021 서울모빌리티쇼_메르세데스-벤츠, 킨텍스 제2전시장
2021. 11. 25 ~ 12. 05  2021 서울모빌리티쇼_메르세데스-벤츠, 킨텍스 제2전시장

-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형성된 철학과 소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 작업은 바탕에 자연주의 사상이 많이 깔려있어요. 심층 생태학적 관점에서 저는 인간이 주인공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 같은 것들이 저한테 영향을 많이 줬고 요즘은 주역 사상 같은 동양학에 많이 꽂혀 있어요. 노자, 장자, 공자, 맹자, 순자까지.

또한 이 세상의 본질인 어떤 신이 있다면, 그 신이 되어보자는 생각도 해요. 이게 되게 건방지게 들릴 수 있는데, 신에 도전하는 게 결코 아니에요. 신이 부모라면 부모를 닮으려고 하는 자식의 마음같이 창조주가 되어보자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메타버스는 어떻게 보면 신을 모방해서 창작자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는 거잖아요.

어쨌든 답변이 좀 복잡해졌는데 노자 사상, 이런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아 자연을 사랑하고요, 이걸 뭐 철학이라고 얘기할 순 없겠지만, 무엇보다 작업의 목적은 관람객들에게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 작품 제작 시 어떤 점을 가장 중요시하고 유의해야 하나요.

▲일단 저 같은 경우는 집중할 때가 참 좋아요. 무아지경이 된다고나 할까요?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시간이기도 한 작품 제작 시간은 집중하다 보면 한 30분 지난 것 같은데 3~4시간이 훅 지나가 버렸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하루종일 작업에 푹 빠져서 즐겁게 고민하는 것에서 저는 참 행복함을 느낍니다.

2020. 08. 14 ~ 08. 23 ‘거리로 나온 박물관(뮤지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2020. 08. 14 ~ 08. 23 ‘거리로 나온 박물관(뮤지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 작가님의 작품 감상 시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두고 감상하는 것이 좋은가요.

▲사전 정보 없이 자기 내면의 상상력이라든가 내면의 자기와 만나는 시간이 저는 작품 감상하는 시간이라고 보거든요.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적 현상이 저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작가의 의도나 작가의 생각에 크게 관여하지 말고 작품을 바라보면서 다가오는 내면의 느낌과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그와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감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아티스트로 활동하시면서 삶을 활기차고 뿌듯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작품 제작에 집중할 때가 제일 뿌듯해요. 집중할 때 무아지경 상태의 순간이 굉장히 즐겁거든요. 그리고 일 마치고 작업실에서 집에 갈 때 느끼는 뿌듯함과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가지고 있는 것. 항상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게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우리는 고흐가 되게 우울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그는 어떠한 희망의 끈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 나가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희망을 끝까지 가지게 하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고흐도 작업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는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작업을 한다는 것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거니까요.

2022. 02. 19 ‘STAY‘ 장승효 개인전, 삼정갤러리,부산
2022. 02. 19 ‘STAY‘ 장승효 개인전, 삼정갤러리,부산

- 그동안 진행했던 전시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전시는 무엇이고 특히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가장 중요했던 전시는 부산에 설립했던 ‘뮤지엄 DAH(Digital Art House)’라는 전시였어요. 지금은 ‘뮤지엄 ONE’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제가 그 뮤지엄의 설립자예요. 약 700평 규모의 디지털 아트 하우스로 꾸며진 뮤지엄의 전체 전시 작품도 제 작품이었어요.

당시 ‘우리 삶의 가장 축소판인 집을 한번 지어보자’, 즉 ‘가상세계의 집 한 채를 툭 떼어다가 현실 세계로 옮겨온 것 같은 집을 실제로 한번 만들어 보자’하고 시작한 게 ‘뮤지엄 다’예요. 거실, 안방, 부엌 그리고 화장실 등 모든 것이 다 있는 뮤지엄이었는데, 거기서 2년 반 동안 크게 두 번의 전시를 했었죠. 그게 가장 크게 기억에 남아요. 뮤지엄 DAH에서 DAH가 Digital Art House의 줄임말이에요.

그리고 가장 큰 비하인드 스토리는 코로나의 출현이죠. 굉장한 난항을 겪다가 겨우 ‘뮤지엄 다’를 만들어 2019년 8월14일에 오픈하고 약 6개월 동안은 서울 제주 다 합쳐서 전국 사전 예매율 1등을 거의 독차지했었어요. 그러다가 코로나 터지고 나서 700평 규모의 뮤지엄에 하루에 7~10명 들어오니까 버틸 수가 없었어요. 2년 반을 버티다가 투자자와의 양수도 계약을 통해 저는 운영은 더이상 하지 않는 설립자로 남게 되었죠. 투자자를 잘 만나서 정말 고맙게도 잘 해결할 수 있었어요. 그때의 코로나 출현이 정말 큰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그것이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돼 지금은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이제는 새로운 작업들을 하며 다시 새로운 뮤지엄을 더 기획하고 있습니다.

2020. 09. 12 ~ 2021. 08. 31 ‘수퍼네이처’ museum DAH:
2020. 09. 12 ~ 2021. 08. 31 ‘수퍼네이처’ museum DAH:

-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이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좀 심각하게 대중주의예요. 고매한 어떤 비평가나 소수의 컬렉터 또는 화랑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가치가 있다기보다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품이 가장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음악으로 치면 레코드 기술이 나오기 전에는 음악이 귀족들이나 왕의 소유물이었어요. 그들이 초청하는 뮤지션들이 라이브로 공연할 때만 가치가 있었고, 그것을 돈으로 환산해서 가치를 매겼었죠.

하지만 레코드 기술이 등장하고 나서는 대중의 사랑을 받기만 하면 어마무지한 뮤지션으로 인정받을 수 있잖아요. 그러한 레코드 기술에 비견되는 기술이 저는 미술에서는 메타버스 등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기술 같아요. 이제는 미술시장에서도 현대의 음악처럼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그런 예술이 탄생하게 될 거고. 그런 작품들이 정말 가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작품은 그 스스로 존재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존재 가치가 빛난다고 봅니다.

장승효 작가
장승효 작가

- 마지막으로, 미디어 아티스트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티스트의 길은 사실 굉장히 힘들어요. 초반에도 힘들고 성장하면 성장할 때마다 또 힘들고 성공했다고 남들은 생각해도 나름대로 또 힘들어요. 근데 힘든 것을 다 잊게 해주는 게 창작하는 즐거움이거든요. 창작에 미치고 즐겨야 하며 고통이 따르는 순간들이 있더라도 즐거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고통을 견뎌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반드시 나는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아까 한 말과 비슷한데 미래에 대한 믿음, 미래에 대한 꿈, 미래에 대한 희망, 이런 것들을 완전히 믿어야 해요. 그걸 의심하기 시작하면 고통이 시작된다고 보면 돼요. 그걸 추호도 의심하지 않으면 현실에서 좀 고통이 따라도 웃으면서 잘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젊은 작가들이 항상 믿음을 가지고 욕망을 넘어선 소망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무엇보다 자기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이 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예술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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