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마치 우리나라를 식민 통치하는 총독처럼 지침을 내렸다. 왕이 부장은 8월9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의에서 박 장관에게 5가지를 요구했다. ①‘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② ‘서로 중대 관심 사항을 배려해야 한다’ ③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 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④ ‘내정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⑤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왕이의 5가지 지침은 명백히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이었다. 대한민국을 식민지배하는 총독의 지시와 다르지 않았다. 조선조 시대 중국 청(淸) 나라가 침입해 인조 대왕을 항복시키고 공물을 받아가며 청의 대외정벌에 조선조 군대를 동원했던 때를 연상케 한다. 왕이의 5개 사항은 그가 조선조 시대 한반도를 종주국으로 다스렸던 지배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반영한다.  

‘독립자주’를 지키고 ‘외부의 영양’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왕이의 주문은 미국편에서서 중국을 견제하지 말라는 압박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6.25 남침 때 피 흘려 북한과 중국군을 격퇴시켜 준 미국편에 서야 한다. 또 왕이는 ‘서로의 중대 관심사항을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침은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 배치 말고 ‘3불’(사드 추가 배치 않고 미국의 MD체계에 불참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에 가입하지 않는다)을 준수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드 추가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방어키 위한 안보 주권행사이다. 또 ‘3불’은 문재인 정권 때 구두로 전한 것으로서 문 정권 당사자의 지적대로 국가간의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다. 단순한 ‘입장’ 표명일 뿐이었다. 그밖에도 왕이는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 수호, 내정 불간섭, 유엔 헌장 취지 원칙 견지 등을 요구했다. 이것들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 망 협력체인 ‘칩4’에 참여하지 말고 대만 문제에 간섭하지 말며 미국의 유엔 통한 제재에 동참하지 말라는 지침이었다. 모두 내정 간섭이다.

박 장관은 왕이에게 두 나라가 “상호 존중에 기반한 협력적 관계를 해야 한다.”며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박 장관의 당부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아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중국은 북이 대화 대신 핵·미사일을 계속 증강시켜 미국을 위협하기 바란다. 중국은 북한이 남한을 적화통일 하길 원하며 핵·미사일을 증강하면 할수록 한국과 미국이 대북 핵 견제를 위해 중국에 더욱더 매달리게 된다는 걸 외교적으로 이용코자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권이 5년 동안 친중 했지만 도리어 중국에 얕잡혀 보였다는 사실을 잊어선 아니 된다. 중국은 문 정권의 친중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을 계속했다. 중국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도발할 때마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방해했다. 왕이는 문 대통령의 팔을 치는 등 식민국 총독처럼 군림했다. 이제 중국에 대한 대응책은 분명해졌다. 미국·일본·유럽연합·호주처럼 중국을 혼내줄 땐 혼내야 한다. 실상 중국은 경제·정치적 후원국이면서도 막가는 북한엔 꼼짝 못한다. 덩샤오핑(鄧少平)은 북한을 설득해달라는 서방의 부탁은 비현실적이라며 중국은 “북한 입장을 전달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한국 정치권과 학계에선 중국만이 북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라고 헛짚는다. 윤 정권은 그런 허상 속에 중국에 눌려 지내선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윤 정권은 경제보복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대한 경제보복은 중국에도 독이 된다. 총독질하면 단단히 혼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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