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사람들] 저자 김동길 / 출판사 나남
역사가 놓친 숨은 영웅들의 진정한 성공담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문학, 역사, 철학에 정통한 언행일치 선비 정신의 대가이자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 김동길 교수의 책 ‘백년의 사람들’은 대한민국 현대사 100년의 스팩트럼을 넘나드는 대표적인 인물 100인을 직접 만나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을 들춰보기 전에 먼저 저자인 김동길 교수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93세인 교수는 1세기를 바라보는 현대역사의 산 증인으로 일제강점기에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나 치욕의 식민교육을 받으면서도 독립운동가들 지지해왔다. 해방 시점과 맞물려 자유를 찾아 월남했고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당대의 지식인들과 유신 체재를 비판하다 감옥생활까지 해야 했다. 1990년대에는 정계에 몸담기도 했지만 학자로서의 입지를 늘 염두하며 역사와 민족에 대해 고뇌하고 민주적 시대정신에 입각해 우리나라 현대사를 지켜온 장본인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시기를 지나 분단과 6.25 전쟁을 거쳐 군사정권에서 민주화 시대로 이어지는 과도기를 맞이하는 격동의 폭풍 속 정점에서 역사의 흐름을 주도한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이 책은 교수가 백 년이 가까운 생을 살아오는 동안 역사에서 놓친 영웅들의 진정한 성공담을 다룬 책이다. 사람을 바라보는 남다른 안목과 깊이로 해석한 우리나라 대표인물 열전이라 할 수 있다. 

국보급 마당발로 알려진 교수는 대통령에서 코미디언까지 각계각층의 인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인생 일대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현대사 한국인물 대표 열전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시대별로 구색을 맞췄다. 대통령, 학계, 정계, 재계, 문화계, 연예계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인물을 선별하고 그간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책을 채웠다. 

친일 기업인 행세를 했지만 알고 보면 독립운동가 안창호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화신백화점 사장 박홍식 이야기, 공산주의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향했던 황장엽의 이야기, 따뜻한 인간애와 도전정신을 지닌 대우 회장 고 김우중 이야기, 자신의 모든 것을 농촌교육을 위해 바치고 순교하면서 민족을 위해 사명을 다한 농촌운동가 강성갑 이야기 등이다.

숨겨진 영웅들의 휴먼스토리를 다루고 있지만 교수는 “한 번뿐인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만이 영웅은 아니다. 책에서는 승자나 결과만을 중시하는 역사가 놓친 숨겨진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진정한 성공이라는 잣대가 허울 좋은 겉치레가 아닌 인간 내면의 또 다른 측면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교수의 또 다른 저서로는 ‘하늘을 우러러’, ‘대통령의 웃음’, ‘영원히 남는 것’, ‘길을 묻는 그대에게, ‘하느님, 나의 하느님’, ‘내가 부르다 죽을 노래여’,  ‘내 마음의 노래’ 등이 있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저자 우스이 류이치로의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저자 김재원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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