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성접대와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7월8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았다. 6개월 당원권 정지로 대표직에서 밀려났다. 그 후 그는 지방을 떠돌더니 8월13일 처음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작금의 국가적 위기는 “당이 아니라 대통령의 위기”라고 했다. “저에 대해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려⋯ 참을 인(忍) 자를 새기며 뛰었다”면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고기를 팔았다는 자괴감에 몇 번 연을 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은 불태워버려야 한다.”고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성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가 “이 새끼 저 새끼⋯ 왜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 15일에도 라디오와 유튜브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성적은 “25점”에 불과하다고 했는가 하면, 윤석열 핵심 측근(윤핵관)들은 차기 공천의 “개혁 대상”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7.8 기자회견은 징계 후 처음 연 것이었던 만큼 자신의 성 비리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와 관련해 먼저 언급했어야 옳다. 하지만 그는 성 비리 의혹에 대해선 전혀 말 하치않았다. 그 대신 그는 지지율 20%로 대로 폭락한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에 편승, 국민의 관심을 자신의 성 비리 의혹에서 윤 대통령의 무능으로 쏠리게 했다. 

이 대표가 그렇게 한 데는 필시 까닭이 있다. 물론 이 대표로서는 성 비리 의혹과 관련, 수시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 당 윤리위 징계로 대표직에서 밀려난데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 윤리위의 징계는 상당한 자료에 바탕했고 이준석이 평당원도 아니고 당 대표라는 데서 피할 수 없는 조치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자숙 대신 자기 당 대통령과 당에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는 국가 위기는 “대통령의 위기”, 양두구육 윤석열 지지 후회, “이 새끼 저 새끼” 막말하는 대통령, 대통령의 성적은 “25점”이라고 공격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날 욕을 먹을 만큼 윤석열에게 부담을 주었던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작년 11월29일 이 대표는 선대위 인선과 선거 전략에 불만을 품고 페이스북에 ‘그러면 여기까지’라는 글을 남기고 당무를 중단했다. 그리고는 지방을 돌아다니며 윤 후보를 성토했다. 

이 대표의 당무 거부는 12월3일 윤 후보와의 ‘울산 회동’으로 봉합되었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2주 만인 12월21일 또다시 이 대표는 윤 후보와 대선 운동방식을 놓고 상임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선거운동에서 손을 떼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 대표로서 해선 안 될 적전분열이었으며 “내부 총질”이었고 몽니였다.

여기에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사이코 패스” “지질이 대표” “청년 꼰대”라며 비난했다. “청년”이어서 침신성을 기대했는데 “지질이 꼰대”로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일부 의원들이 자신에게 사퇴를 압박하며 대들자 2주 만인 2022년 1월6일 “다 잊고 힘을 합치자”며 윤 후보의 손을 잡았다.

이 후보가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두 차례나 몽니를 부렸던 사실을 상기하면 당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을 만했다. 

특히 이 대표는 박근혜 의원에 의해 정치권에 영입되었으면서도 박 대통령이 탄핵 위기로 몰리자 그를 떠나 탄핵 쪽에 섰다. 이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하자 그를 지지했던 걸 후해한다고 했고 자신을 당대표로 뽑아준 당을 “불태워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홍준표 시장의 지적대로 자기에게 “이 새끼 저 새끼”라고 왜 욕했는가를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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