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오너가(家) 딸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1세대 창업주에 이어 부모 세대인 2세대 시대가 정점에 도달하면서 3·4세로 이어지는 가운데 그간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했던 오너가 딸들이 속속 등장, 입지 강화에 나선다. 창업주의 핏줄은 아니지만, 며느리로 여성경영 반열에 오른 총수도 있다. 

- 장자 승계 관행 깨고 오너딸들 전면에

최근 가장 주목받는 오너가 딸은 LG家'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다. 구 대표는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구광모 LG 회장의 동생이다. 오너 일가에서 여성의 경영 참여가 드물던 LG그룹에서 최근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해 LG에서의 ‘오너 여성 경영인’의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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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저신장 아동 성장호르몬제 기증식’에 참석했다. 저신장 아동 192명에게 15억 원 상당의 성장호르몬제를 지원하는 행사였다. 구 대표는 이날 지원 대상 아동에게 기증서를 전달하며 “성장호르몬제 치료를 통해 더 많은 저신장 아동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지난 4월1일 LG복지재단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와 미국 워싱턴대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굿네이버스, 다문화교육지원단체 글로브, 한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다양한 공익단체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오너가 딸들의 여성 경영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등이다. 이들은 여성 경영인의 물꼬를 튼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오너일가의 딸은 아니지만 며느리로 여성경영자에 이름을 올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한몫했다는 평이 많다. 그는 현재는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현대그룹의 재건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은 이미 경영자로서의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리틀 이건희’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냉철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2011년 호텔신라의 대표이사로 선임돼 현재까지 경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0.93%, 삼성생명 6.92%, 삼성물산 6.19%를 보유하며 그룹 내에서의 입지도 확실시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도 경영 능력이 빛을 밝히고 있다. 일명 '정유경표 럭셔리 효과'다. 지난 2016년 정 총괄사장이 이같이 밝힌 이후, 신세계는 단순한 '명품 백화점'을 넘어 화장품‧패션‧가구 등의 럭셔리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는 달리 '은둔형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진 오너가 차녀 조현민 사장은 올해 초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6월에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사내 영향력을 확장했다. 또한, 그는 이 자리에서 “물류를 좀 더 섹시하게 만들겠다”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한진은 국내 물류 업계에서 처음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가상 물류 공간을 구축한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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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수업을 통해 입지 강화에 나선 오너가 딸들도 있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력기획실 책임매니저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 정지이 현대무벡스 아시아지역 총괄 전무 등이다. 이들은 각각의 그룹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로 그룹 내 입지가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 이례적 행보서 당당한 여성경영인으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장자 승계가 우선시 되던 창업주 세대와 달리 아버지 세대 들어서는 딸들의 경영 참여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특히)LG가 방계그룹이 아닌 LG그룹 내 구연경 대표의 행보는 주목받을 정도의 이례적 행보로 보여진다"고 했다. 이어 "오너 일가에서 여성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경영 성적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재계 딸들 활약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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