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선 누적 득표율 78.35%로 박용진 압도...'확대명'
민주 전대 경선 호남 투표율 저조...친명 영향력 확대 방증?
'권리당원 우선시' 당헌 신설 움직임에 '이재명 방탄' 논란
'친문→친명'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팬덤정치 무한 반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팬덤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정당에서 주요 사안마다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거세게 작용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임 정권에선 친문(친문재인)이 당내 여론을 주도했고,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시계가 빨라진 지금은 친명(친이재명)이 당심을 뒤흔들고 있다는 게 중평이다. 특히 8.28 전당대회 국면에서 '개딸' 등 강성 친명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민주당이 당헌 개정을 남발하는 등 정당정치가 특정 팬덤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민주당 8.28 전당대회 판세는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지역 순회 권리당원 투표에서 무려 득표율 75% 이상을 얻으며 '1인 체제'가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 이 후보는 지난 20~21일 호남 경선을 마친 현재 누적 득표율이 78.35%로, 21.65%를 득표한 박용진 후보를 압도하며 당 대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수도권 권리당원 투표를 남겨두고 있지만, 막판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친명계 의원 4명이 최고위원 당선권에 진입해 이 후보에게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에 '이재명 지도부' 출범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 전통 지지층인 호남권 권리당원의 투표율(35.49%)이 전국 누적 투표율(46.43%)을 밑돈 것으로 나타난 만큼, 강성 친명이 당심을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호남의 투표율이 이처럼 저조하다는 것은 반대급부로 친명 강성 지지층이 빠르게 세포 분열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이 후보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또 다시 팬덤 정치의 장(場)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분출한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번 호남 경선은 민심보다 친명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이 입증된 결과"라며 "권리당원의 목소리를 높이자는 취지의 당헌 개정으로 이재명 후보의 지도부 입성을 못 박자는 것 아니겠나. 이러다가 당 정강 정책까지 일부 팬덤에 휘둘리는 것 아닌지..."라고 우려했다.     

'친문'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도 지난 22일 경선 중도하차 의사를 밝히며 "우리 당의 뿌리인 전남과 전북, 광주의 처참하게 낮은 전당대회 투표율은 지금의 민주당을 향한 마지막 경고 신호"라며 "호남이 민주당을 버릴 만큼 지금의 우리가 병들었다는 증거"라고 탄식했다.

친명계에선 이같은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은 "호남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이 후보에 우호적인 표심과 무관하게 이미 경선 대세가 굳어져서 그런 측면이 있다"라며 "올해 권리당원 신규 유입이 유독 많았다. 이 때문에 경선 후반에 치러진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친명 부상론에 대한 과잉 해석을 경계했다.  

문제는 전대 경선 투표율을 차치하더라도 민주당의 제2 당헌 개정 움직임이 '이재명 방탄용' 논란에 재차 휩싸이면서, 팬덤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지난 19일 '전국대의원대회 의결보다 권리당원 전원투표를 우선시한다'는 당헌 조항 신설 방침을 밝혔다. 당 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의 의사결정권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는 두터운 당원 팬덤을 보유한 이 후보에게 유리한 조항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특정 후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일축했으나, 이 후보의 당권 경쟁자인 박용진 후보가 "일부 강성 목소리만 과대 대표될 것"이라고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실제로 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문재인 정권에서 공분이 일었던 '조국 사태'에 대한 무비판적 옹호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을 3.9 대통령선거와 6.1 지방선거 패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은 차기 지도부 선출 국면에서 '기소 시 직무정지'가 골자인 당헌 80조 개정에 이어 권리당원 전원투표에 힘을 싣는 당헌 조항 신설까지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재명 사당화' 우려가 증폭되는 실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대한민국 정당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친문이든 친명이든 민주당이 이번 전대에서 강성 지지층과 선을 긋지 않는다면, 향후 정당정치가 아닌 팬덤정치로 전락하며 민심과 영영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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