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가 이재명 당대표 선출로 마무리 됐다. 이제 이재명 대표는 대권재수를 위한 필요조건을 갖췄다. 현재까지 이 대표를 대적할 당내 마땅한 대권 경쟁자도 없다. 이 대표의 대선패배(2022.3.9)->국회의원 출마(6.1)->당대표(8.26)->대권재수 도전(2027.3.9) 수순은 과거 이회창 전 총재를 떠올리게 한다.

이회창 전 총재는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득표율 1.53%포인트 39만표 차이로 졌다. 당 명예총재로 정치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던 그는 이듬해 지방선거(199864)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선거지원을 하면서 당권 도전 몸 풀기에 돌입했다. 이 전 총재는 199883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 총재로 선출되면서 대선 패배 후 8개월여 만에 완벽하게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이어 1999년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 보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총재로 당권을 장악하고 총선 공천권을 행사했다.

야당 당수였던 그는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선두였고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이었다. 그는 5년여 동안 여의도 대통령으로 군림했고 무난히 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혜성처럼 나타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2.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에게 0.73%p(247077) 차로 패배한 후 6개월도 안돼 거대 야당의 수장이 됐다. 이 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총선을 통해 친명(친이재명)계를 대거 여의도에 입성시켜 세력을 불린다면 2027년 대선에 재도전할 것은 불보듯 훤하다.

또한 두 사람은 사법 리스크 또는 가족의 도덕성 논란 등으로 외연 확장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 대표는 대선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후원금, 김혜경 법인카드 유용 등 각종 의혹을 받았고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에서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 이른바 병풍파문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 대표는 이 전 총재의 길을 걸을까? 필자는 변수를 민주당 경선결과에 따라 이회창의 길을 갈 수도 안 갈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가 대권 재수할 때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노무현은 상대당에서 나왔다. 만약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대세론을 누를 후보가 배출된다면 이 대표는 정권 교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정치인으로 남을 수 있다. 박빙의 경선을 통해 어렵사리 이 의원이 져 백의종군하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대항마가 부재해 당 대표 선거처럼 어대명’, ‘확대명이 난무한다면 이회창의 길을 걸을 공산이 높다. 단지 대권도전사가 비슷해서 이회창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측은 아니다. 두 사람이 보이는 독선과 아집 때문이다. 이 전 총재는 이회창 대세론5년동안 지속되자 거만해졌다. 당내 최대 우군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푸대접했다. 선가 막판 여론이 뒤집히는 결과가 나오자 부랴부랴 권철현 비서실장을 통해 박 전 대표에게 눈물의 삭발식을 부탁했지만 박 전 대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후보가 직접 부탁해도 될까말까한데 비서실장을 보낸 것도 오만의 극치였다.

이 대표 역시 최근까지 보여준 행보를 보면 이회창식 독선이 엿보인다. 사정당국의 검풍에 맞서 철갑을 이중삼중으로 쳤다. 당내 여론이 들끓어도 그는 국회의원, 당대표에 거대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됐다. 결국 이 대표가 이회창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닐 것인지는 오롯이 본인의 처신과 마음가짐에 달린 셈이다. 그 첫 번째 시험대는 2024년 자신의 휘두를 총선 공천권이 될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편집국장겸 정치부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