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빌딩 후 입주까지' 2630억 지원…행정절차 변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지난 1월 인사 사고가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광주  붕괴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행정처분을 앞두고 강력한 처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지난 3월 30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해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신속전담조직을 구성해 6개월 이내에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행정처분은 다음 달에 나올 전망이다. 정몽규 회장은 붕괴 참사 114일 만인 지난 6월 4일 입주 예정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화정아이파크 1·2단지 전면 철거·재시공 방침과 금융지원 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와의 마찰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이번 참사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 현산 붕괴 사고 후 주거지원대책 내놨지만, 신뢰 추락 
- 경실련 건설기업노조, 서울시의 강력한 행정조치 촉구 


지난 2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는 경실련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건설산업기본법 상에서 보면 고의나 과실에 의해서 부실시공한 경우 그리고 그것이 공공의 중대한 위해를 가하면 등록말소나 영업정지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이 돼 있다”며 “아마 다음 달에 서울시 행정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거기에 앞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부실시공 사고에 대해서는 현행법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정처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순관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2021년 합동 재개발 현장에서 현대산업개발은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고 발생) 9개월도 되지 않아 또다시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가 났다"며 “이들(현산)은 그 과정 안에서 어떤 변화도 없었다. 두 번의 참사가 9개월 만에 났다는 것은 경영진 일부가 바뀌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산은 대형 인명사고를 내고도 지난해 사내 비정규직 비중이 45.6%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대 건설사 중 사내 비정규직 비율이 40%를 넘어선 회사는 현산이 유일하며 인건비와 관리비를 절감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현장이 잘 관리 되었으리 만무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지금까지 현산이 받은 제재는 고작 과징금 4억 원뿐"이라며 "더는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유족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가장 강력한 행정처분을 부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현산 청문회 개최...서울시 조치는 다음달 예정

서울시는 하루 전인 지난 22일 현산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서울시는 외벽 붕괴사고에 관한 책임을 물어 현산에 대한 행정조치를 예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시청 본청에서 현산 관계자와 외부 주재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 참석자들은 부실시공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문제를 두고 질의와 소명을 이어갔다. 현산은 지난 3월과 4월 서울시로부터 모두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붕괴사고는 지난 1월 11일 발생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층~38층이 무너지면서  건설노동자 6명이 죽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 수사 결과, 구조검토 없이 39층 바닥 시공법을 변경하고 39층 타설 시 36~38층 지지대를 미리 철거한 것 등이 사고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에도 광주 학동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철거 중 건물이 도로로 무너지며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치는 등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에 현산은 지난 11일 붕괴 사고와 관련해 계약자의 주거지원을 위한 2630억 원 규모의 종합대책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산에 따르면 지난 5월 아파트 전체 철거 후 재건축을 결정한 후 계약자들이 입주할 때까지 광주시 서구 인근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대책안을 내놨으며 2630억 원의 지원금액은 전세자금 확보 등을 위한 주거지원비 1000억 원과 중도금 대위변제 금액인 1630억 원으로 구성된다.

특히 주거지원비 1000억원은 계약자들이 입주까지 남은 61개월간 전세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무이자 대출금액이며, 입주 시까지 지원금에 대한 금융비용은 현산에서 모두 부담한다. 만약 계약자의 주거지원비 대출을 받지 않을 경우, 해당 지원금에 대해 입주 시까지 연리 7%를 적용한 금액을 분양가에서 할인받게 된다.

나머지 1630억 원은 4회차까지 실행된 계약자들의 중도금 대출액을 대위변제하는데 사용 될 예정이다. 이 지원책을 통해 계약자들은 화정 아이파크 계약 때문에 발생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벗어나 추가 대출이 가능해지는 등 재무적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산 관계자는 "화정 아이파크의 대표 평형인 115.5m2(35평)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번 주거지원 종합대책으로 가구당 약 3.3억 원의 금융지원금이 마련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6월 분양 후, 애초 22년 11월 입주 예정이었으나 전체 동 철거 및 리빌딩 기간이 추가돼 2027년 12월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현산이 이자 부담만 가중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산의 이번 대책을 살펴보면 전용 84㎡ 계약자가 은행에서 빌린 중도금 대출 2억2000만 원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계약자는 DSR상환 규제 등에 걸리지 않고 전세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은행에 내던 이자를 현산에게 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 협의과정에서 5~6%대 금리까지 거론되면서 입주예정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존 은행 중도금 대출 이자율 2.7%보다 두 배가량 높아 오히려 현산이 이자 장사를 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승엽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 모임 대표는 한 매체를 통해 " 귀책사유가 100% 현산에 있는데 이자 부담은 저희한테 부담하라고 하니까 반발이 지금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산이) 건설업을 하는 게 아니라 대부업을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현산은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고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 '전면 재시공' 통 큰 결단으로 회생 반전 이룰까
 
한편 정 회장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 회장은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또한, 화정동 아이파트 8개 동을 전면 철거하고 새로 짓기로 하면서 벼량 끝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도 이번 결정에 적잖이 논란 기색이다.

애초 현산은 모든 건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마친 뒤 재시공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정 회장이 '전면 철거 후 새로 짓는 것이 고객 신뢰 회복의 가장 빠른 길'이라며 결단을 내리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시공으로 현산의 손실은 늘겠지만, 오히려 입주민의 신뢰는 얻게 됐다"며 "안전한 재시공이 현산 기업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붕괴 사고에 대한 손실추정액으로 반영된 1754억 원 외 추가 비용은 약 2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화정 아이파크 전체 단지의 공사비는 약 2500억 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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