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살아야 당도 산다” 민주당, ‘좌동훈 우상민’ 때리며 활로 모색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좌), 한동훈 법무부 장관(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좌), 한동훈 법무부 장관(우)

- 친명·법사위 주축인 한동훈·이상민 탄핵 TF 구성 움직임
- ‘이재명 리스크’ 관리 총력...사정 정국 尹정부 기선 제압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사법 기조를 대표하는 법무부‧행정부와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좌동훈 우상민’(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하며 현 정권발 사정 한파에 강경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국무위원 탄핵’ 시도로 거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 예봉을 꺾어야 한다는 의지가 더욱 강하다. 더욱이 ‘이재명 지도부’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잠정 야당 대표를 보호하자는 의도가 깔린 만큼, ‘유턴(U-Turn)’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으로선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을 추진하며 거물 정치인으로 급부상 중인 한 장관이 눈엣가시다. 민주당의 ‘탄핵’ 승부수는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는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검‧경 수사권을 둘러싼 정치논리가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 국면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정치권이 또 다시 검찰 수사권을 놓고 정쟁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숙원사업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전면 백지화 수순에 돌입하면서다. ‘한동훈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축소됐던 검찰 수사권을 복구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민주당은 ‘법률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시행령 쿠데타’라고 반발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2일 비대위회의에서 “겸손한 자세로 국민 여론을 따라야 할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만든 법을 무력화시키면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무리수를 범하고 있다”며 “한 장관의 무소불위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야당은 이렇듯 법무부의 직진 행보를 ‘국회와의 전면전’으로 규정하며 당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행법을 재개정하는 등의 법적 대응엔 현실 제약이 있어 ‘한동훈 탄핵’ 극약처방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같은 맥락으로 경찰 감리 기구인 ‘경찰국’ 신설을 주도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민주당의 탄핵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더군다나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지도부 입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권 복구는 민주당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이재명 리스크’가 ‘민주당 리스크’로 동조화할 경우 오는 2024 총선까지 그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 

민주당은 8.28 전당대회 완료로 내부 교통정리를 마치고 대여‧대정부 투쟁으로 시야각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야당발 ‘한동훈‧이상민 탄핵’ 뇌관에 여야 간 극한의 사정(査定)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동훈 포비아’ 민주당, 극약처방으로 탄핵 검토

야당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현 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검수원복’을 시도한 데 대해 모법(母法) 위배라며 법무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한 장관을 질타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당시 한 장관이 ‘꼼수 개정’으로 검찰 직접 수사권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한 장관이 검수완박 국면에서 ‘꼼수 탈당’ 논란이 일었던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사례를 들며 맞받아치자, 민주당에선 한 장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급기야 탄핵설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현역 장관 탄핵론을 띄운 것은 민주당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이다. 김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장관에 대해 해임 건의를 넘어 탄핵까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법사위에서의 한 장관 발언이나 답변 태도 같은 것들을 보면 최소한의 예의나 회의 규칙조차 따르지 않으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논리상으로 (탄핵, 해임이) 다 거론될 수 있다”며 “다만 책임 있는 자세, 전술적 유연함도 함께 갖고 여러 가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장관 탄핵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선 새 지도부 출범 후 사정 정국을 대비해야 한다는 기류가 일었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잠정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면서 그와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심장부인 법무부를 타격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것.

게다가 유력 당권주자인 이 후보도 지난 8월 23일 당 대표 경선 TV토론에서 경찰국 신설 등 현 정부의 사정 행보가 민주주의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이상민 장관 탄핵도 고려해야 한다”고 적극 호응한 만큼, 지도부 구성 직후 탄핵소추안 발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 후보도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한 검·경의 고강도 수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판단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민주당에선 윤석열 정부 양대 장관 탄핵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포착된다. 당 사정에 밝은 민주당 당직자는 “김용민 의원을 비롯한 친명(친이재명)계가 한동훈·이상민 탄핵 TF(태스크 포스)를 전격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고, 해당 안건에 대해 내부적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조직화가 이뤄질 경우 친명·법사위 의원들이 주축 멤버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도 지난달 24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한동훈·이상민 장관의) 시행령 문제와 국회에서의 입법부 무시 문제 등에 대해 뭔가 결단할 수 있는 근거가 차곡차곡 잘 쌓이고 있다”면서 “다각도로 지도부와 (탄핵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고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바도 있다.    

한편 민주당에겐 ‘한동훈 트라우마’가 뼈아프다. 지난 인사청문 정국에서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 오른팔의 내각 입성만큼은 결사 저지하겠다며 집중 공세를 폈지만, 당시 한 장관 후보자의 빈틈없는 논리와 대응에 곤욕을 치르며 판정패했다. ‘청문회 스타’로 일약 발돋움한 한 장관은 최근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도 왕왕 지목된다. 

이후 정가와 관가에선 심지어 야당이 ‘한동훈 포비아(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마저 돈다. ‘한동훈 탄핵’ 구상도 이러한 방어기제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현직 장관 탄핵이라는 극단적 방법론을 택한 것도 한 장관에 대한 강한 경계심이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개문발차(탄핵 시도)할 경우 검수완박에 못지않은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민주당 이재명 의원 [뉴시스]
민주당 이재명 의원 [뉴시스]

‘이재명을 사수해야 당이 산다!’ 민주당의 특명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이 굳은 민주당에선 어느덧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곧 ‘민주당 리스크’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민주당 박용진 후보가 20%대 득표율로 저공비행을 이어가고 있어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이렇듯 ‘이재명 지도부’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 채비에 일찌감치 나선 모양새다. 다만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이 풀어야 할 난제다. 

검·경은 현재 이 후보의 ‘6대 의혹’에 대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중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및 쌍방울그룹 횡령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김혜경 씨 경기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은 기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여기에 이 후보는 지난 3.9 대선 정국을 관통했던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대선캠프 거점화 의혹 등으로도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이다. 

최근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재명이 살아야 민주당이 산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해당 혐의점이 사실로 밝혀지며 이 후보가 금고형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게 될 경우 민주당으로선 치명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 지도체제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의석수 기준 제1정당의 위신과 당위성마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2년 뒤 총선 여파도 야당에서 우려가 터져 나오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앞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2019년 ‘조국 사태’로 여전히 ‘내로남불당’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이재명 방탄용’ 논란에도 당헌 개정을 강행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검찰의 실질적 ‘윗선’인 법무장관을 견제해 수사 예봉을 꺾어야 한다는 정치 논리로 연계된다.     

한편 민주당은 새 지도부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당초 민주당 비대위는 부정 여론을 의식해 지난 8월 24일 ‘기소 시 당직 정지’를 명시한 당헌 80조를 개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 이튿날(8월 25일) ‘당헌 개정 불가’ 방침을 불과 하루 만에 뒤집고 당헌 80조 절충안을 재상정했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 등 비명(非明)계의 반발에도 당 지도부는 당헌 개정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헌법상 국무위원 ‘탄핵소추 규정’은

탄핵소추에 대한 규정은 헌법 65조 1항에 명시돼 있다. 해당 조항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 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탄핵소추안 발의는 국회 재적의원 1/3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본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소추안에 찬성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의 경우 소추안 발의는 재적 의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하고, 재적 의원의 2/3 이상이 소추안에 찬성하면 본회의 가결이 이뤄진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탄핵 대상자는 최종 심판까지 모든 직무가 정지되고 탄핵이 결정되면 파면된다. 파면된다고 해도 민사·형사상 책임은 유지된다. 

‘골리앗 야당’ 민주당은 169석 입법 지분을 활용해 탄핵소추안 단독 발의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당장 법사위 단계에서부터 장기전이 예상된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만약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면 민주당의 탄핵소추안이 무산될 수 있다.

역대 국회에서 현직 국무위원이 탄핵된 사례는 없다. 20대·21대 국회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발의된 바 있으나, 미표결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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