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사실상 받아들였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출범하자마자 붕괴할 처지에 놓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하세월이다. 결국 국민의힘 내부는 재차 친윤계와 이준석 대표간 내홍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체제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관련해 법원 심리를 마친 후 차에 오르고 있다. 2022.08.17.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체제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관련해 법원 심리를 마친 후 차에 오르고 있다. 2022.08.17. 뉴시스

- “진짜 비상상황” 맞이한 국힘...이준석계 김용태최고 대행? 
-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 변수 차기 지도부 변화 불가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8월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전국위원회 의결 중 비상대책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고 봤다.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초과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 “국힘 ‘비상상황’ 아니다” 판단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이 ARS 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위법하거나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봤으나,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로 전환할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 당 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기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최고위·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은 당사자적격이 없어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다.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 그룹과의 권력 투쟁에서도 반격의 기반을 잡게 됐다. 당 지도부 붕괴를 초래한 최고위원 줄사퇴와 윤리위 결정 등에도 정치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이준석 당 대표는 ‘6개월 당원권 중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당 대표직 직함을 돌려받았지만 권한은 행세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됐었다. 하지만 각종 논란을 겪으면서 대표 권한대행에서 물러나면서 주호영 비대위원 체제가 들어섰다. 이런  과정속에 주 위원장은 당헌.당규를 고쳐 이준석 대표직함을 박탈했다. 

주비대위원장 ‘직무정지’ 이준석 ‘무늬만’ 당대표 복귀

법원의 이준석 대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직무정지됐다.. 뉴시스
법원의 이준석 대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직무정지됐다.. 뉴시스

그래서 언론에서는 이준석 당대표에서 전 대표로 직함을 바꿔서 내보냈다. 하지만 법원이 일부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주 비대위원장 직무는 정지됐다. 무늬만 당대표지만 다시 ‘이준석 당 대표’로 회귀한 것이다. 

결국 향후 지도부체제의 모습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게 됐다. 일단 당 지도부에서 차례로 사퇴한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은 당 대표직 권한대행을 맡을 수 없다. 남은 선출직 최고위원은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 유일하다. 따라서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체제를 맡지 않는다면 김용태 최고위원이 대표직 권한대행체제를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친윤계 입장에서는 친이준석계인 김용태 최고가 당대표직 권한대행을 맡는 다는 것에 부정적이다. 결국 이준석발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인용에 따라 차기 지도부는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의 선택이 중요하게 됐다. 

당헌.당규상 국민의힘은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린 권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난 후 다시 맡는다면 그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의힘에서는 의총을 통해 권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던지고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가 당 대표직 권한대행을 맡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그동안 대통령 문자 유출사건, 의총후 술좌석 파문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라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본인이 백의종군해 원내대표직을 던지고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해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임하도록 길을 터주는 게 상식”이라고 본지와 통화에서 밝혔다. 

그는 “원내대표가 당헌당규상 당대표 사고시 권한대행을 맡게 돼 있는데 ‘안한다’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한 집안의 가장이 부인이랑 사이가 안좋다고 더 이상 가장의 역할을 하지  않겠지만 자식들에게 아빠로서의 역할은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국힘 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결자해지”

한편 친윤계 일각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사퇴를 하지 말고 권한대행체제를 맞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당안팎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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