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여권 내 파워 게임이 한창이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대통령실, 이른바 검찰 인사들의 파워 게임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 이후 윤핵관들이 당·정을 장악하는 듯했으나 이준석-윤핵관갈등 등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 됐다. 이로 인해 윤핵관-검찰간 파워게임이 정치권을 뒤덮은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 기조에 변화를 예고했다. 기존 실세그룹인 윤핵관 대신 검찰에 힘을 실어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한 대통령실 내 윤핵관 라인들을 제거하려는 움직임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실 내에선 윤핵관-검찰간 파워 게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윤핵관과 검찰 세력의 정면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윤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돼 국정 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윤핵관-검찰세력 간의 파워게임,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회의중 물마시는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회의중 물마시는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 대통령실, “일급정보 흘려 대통령실 흔드는 윤핵관 잘라야..”
윤핵관 빈자리, 관료·검찰 라인이 대통령실내 실세 부상 회의적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지난 31일 당내 혼란에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당의 혼란상에 대해 여당 중진 의원으로서, 인수위 시절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이제는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은 다른 윤핵관들의 2선 후퇴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거취 표명이 예정된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의 퇴조가 가시화할 경우 검찰·관료 그룹으로 여권의 무게추가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 국정기조 변화, 대통령실 윤핵관 정조준

사실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은 윤핵관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을 떠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른바 가신 세력'을 꾸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부를 구성하면서 윤핵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다양한 정치인들의 라인을 타고 정부가 꾸려지면서 윤석열 정부 국정을 위한 인사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 한 관계자는 어떤 인사는 권성동, 어떤 인사는 장제원 라인을 탔고 이철규, 안철수 라인을 통해 대통령실에 들어온 인사들도 많다비서실장부터 말단 행정요원까지 윤핵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간의 갈등이 표출하면서 윤핵관 내부 권력다툼이 일어난 데다 이준석-윤핵관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도 떨어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 분위기는 당 혼란으로 인해 국정 운영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당이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뒷받침을 잘해줬다면 지금처럼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권력의 균형추가 윤핵관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탓일까.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계기로 국정 운영 기조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여권 내에선 윤핵관이 저물고 검찰라인들이 실세가 됐다는 말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인사는 대통령실 근무하는 인사들에 대해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업무 기술서을 작성했으나 이와는 무관하게 윤핵관-검찰갈등으로 갈 경우 대통령실을 떠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80명까지 교체할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상 윤핵관 라인들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대통령실이 전체 직원 420여명 가운데 80여명을 집중 점검 대상으로 선정해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교체 검토 직원은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거나 비위 의혹이 제기된 비서관급 이하 직원들이다. 10월 이후에는 수석급 이상에서도 일부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사실상 대통령실 개편에 나선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실 인사 라인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업무 역량이 부족하거나 비위 의혹이 제기된 직원 80여 명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이중 문제가 확인된 사람들은 10월까지 차례로 교체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무수석실 소속 홍지만(정무 1)·경윤호(정무 2) 비서관이 최근 사의를 밝혔다. 정무수석 밑 비서관 3명 중 2명이 사표를 낸 것으로 사실상 경질성 인사다. 대통령실은 또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고 내부 문건 유출 관련 책임을 물어 임헌조 시민소통비서관 면직을 의결했다. 시민사회수석실 A 비서관도 사의를 밝혔다. 이와 함께 윤핵관과 가까운 김무성 전 의원의 경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회의장 내정 철회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최근 정무,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비서관과 행정관 등 10여명이 권고사직 형태로 대통령실을 떠났다. 이 중에는 이른바 윤핵관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뉴시스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뉴시스

윤핵관 측에 대통령 , 내부 정보 유출 의혹

이처럼 여권의 권력 지형 변화를 불러온 배경에는 윤핵관 보좌진 출신 행정관과 행정요원들의 휴대전화가 결정적이었던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내부 감찰 결과 이들의 휴대전화에서 대통령실 내부 정보가 윤핵관 측으로 수시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7월경 민간인의 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 동행 문제에 이어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고, 대통령실 내부 문건까지 유출되자 감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윤핵관 의원실 출신 A 씨 등 관련자들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벌였다. 이들이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의원 보좌진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화방에서 수시로 대통령실 내부 자료를 공유하고, 각종 국정 관련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시 감찰 결과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선 대통령실에 대통령의 비서가 아니라 윤핵관의 비서들로 가득 찼다는 탄식이 나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감찰 결과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대통령실 내부에선 문제가 된 직원들이 대통령 비서가 아니라 사실상 윤핵관 비서라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감찰 확대 과정에서 추가 제보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당시는 윤핵관으로 불리는 여권 실세들 간에 미묘한 이견이 부각되는 게 국정운영에 부담 요소로 부상하던 시기라며 초기 대통령실을 구성하면서 윤핵관들의 추천에 상당수 의존했던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수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은 윤핵관 내부 권력다툼 등에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윤핵관들의 논란에 대해 실망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실에 윤핵관 색채가 퇴조하고 권력구도의 재편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그동안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윤핵관이 짐이 된 측면이 있다김대기 비서실장이나 다른 수석들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서실이 윤 대통령의 허락이 아니라 윤핵관의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비서실장과 수석이 자율권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윤핵관 후퇴로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대통령 비서실의 국정 장악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대통령실 내에서 검찰 라인만 건재한 것에 대한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3개월 일했는데 업무기술서에 쓸 게 뭐가 있겠느냐대선에 기여도가 크지 않았던 검찰 출신들이 인상 평가로 여의도 출신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 건제 불만 속출, 윤핵관과 물밑소통할까

한덕수(가운데) 국무총리, 국민의힘 권성동(오른쪽) 원내대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정-대 참석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2022.08.28. 뉴시스
한덕수(가운데) 국무총리, 국민의힘 권성동(오른쪽) 원내대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당-정-대 참석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2022.08.28. 뉴시스

이와 함께 관료·검찰 라인이 대통령실 내 실세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들만으로 대통령실이 정국을 주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 경험이 없는데다 국민의힘과의 연결고리가 확실하지 않은 만큼 윤 대통령이 물러난 윤핵관과의 물밑 소통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당선까지 여정을 함께한 권 원내대표나 장 의원 등이 주요 당직을 맡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적 소통을 이어가는 이상은 국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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