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회장 승진 분수령?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연내 회장 승진 가능성이 높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검찰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삼성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삼성웰스토리(이하 웰스토리)'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그룹사의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미 '웰스토리'는 경제시민단체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총수 일가의 돈 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지적된바 있어 검찰의 이번 수사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공정위, '웰스토리' 부당지원 통한 수익 총수 일가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에 배당 
- 최근 김명수 삼성물산 사장 참고인 신분 조사...의혹 규명할 윗선 수사 본격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2일 김명수 삼성물산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김 사장은 2010년부터 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에서 전략 2팀장으로 근무했다.

미전실은 삼성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는 2012년 삼성전자 내부에서 웰스토리가 담당하던 급식의 질이 낮다는 불만이 제기돼 수익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운영회의에서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웰스토리는 이에 따라 자체 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고, 최지성 당시 미전실장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미전실의 개입 하에 사내 급식 물량을 웰스토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주고, 유리한 조건을 설정해 과도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 웰스토리가 총수 일가의 '돈줄' 역할 의혹

검찰은 지난해 8월 중순에도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소환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최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 사장은 앞선 공정위 조사 때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전략1팀 전무로 재직하던 2014년 웰스토리의 급식 물량 보전을 위해 삼성전자 내 4개 식당의 경쟁입찰을 무산시킨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공정위는 최 사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관계자들이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의 사내 급식 물량 전부를 웰스토리에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을 보장하는 계약을 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 4곳이 2013년 4월 웰스토리(당시 삼성에버랜드)와 식재료비 마진 보장, 소비자 물가ㆍ최저 임금과 연동한 식단가 인상 등 유리한 조건으로 급식 계약을 맺었고 계약 이후 웰스토리의 영업 이익률이 15.5%로 경쟁사 11곳 평균(3.1%)보다 5배 많았다.

공정위는 또 이 같은 내부거래로 수익을 올린 웰스토리가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제공 : 공정위
제공 : 공정위

웰스토리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웰스토리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물산에 배당금으로 2758억 원을 지급했다. 특히 2017년에는 당기순이익(811억 원)을 넘는 930억 원을 삼성물산에 배당했다. 삼성물산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97%),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6.19%),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6.19%),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0.96%) 등이 보유 중이다. 이들 지분을 합치면 30%가 넘는다.

앞서도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해 6월 4개 계열사가 웰스토리에 계열사 급식 물량을 몰아주는 식으로 부당지원했다며 총 2349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도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와 성남시 웰스토리 본사를 압수 수색을 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CCEJ칼럼을 통해 "웰스토리는 이재용 총수일가에 안정적인 수익(배당)을 주는 핵심적인 현금창고의 역할을 했고, 웰스토리의 성과는 경영권 세습과정에서 필요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합병 비율로 왜곡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며 "이렇게 심각한 불공정행위에 삼성 재벌의 미래전략실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제대로 된 조치를 충분하게 내리지 못했다. 주요한 범법행위자가 있음에도, 대부분 처벌되지 않았다. 과징금의 규모도 편취한 수익에 비해 미비한 수준이었다"라고 지적했다.

- 바짝 긴장한 삼성그룹,,,수사 결과 예의주시

검찰과 시민단체 등이 일감 몰아주기 수사를 넘어서 경영권 승계까지 연관 짓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삼성 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대해 아직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경제는 이 부회장이 오는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에 맞춰 회장으로 취임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재계도 이 부회장의 복권 후 연내 회장 승진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며 "이날 '제2의 신경영'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며 비전에는 앞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발전 전략과 바이오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 2012년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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