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00억 투입된 '뉴딜펀드' 축소...'혁신성장펀드'에 3000억 투입 예고

제공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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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뉴딜펀드' 인기가 시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 분야 핵심 정책인 '한국판 뉴딜'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가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동력 자체이 약해지고 있다. 예산도 일부 삭감되면서 폐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이 추진한 펀드 조성 사업이 바뀐 정권에서 힘을 못 쓴 사례가 있었던 만큼 '뉴딜펀드'도 현 정권이 '전 정권 지우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낸다.   

- 뉴딜펀드 애초 20조 원 모을 계획...새 정권 들어서면서 지지부진 
- MB '녹색성장펀드' 박근혜 '통일펀드' 등도 정권 바뀌면서 '사향'


'뉴딜펀드'는 뉴딜 관련 상장 및 비상장 기업을 비롯해 메자닌 금융상품(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등)에 투자하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다. 공모를 통해 펀드에 투자할 사람과 투자금을 모집해 사모펀드로 운영되는 10개 자(子)펀드의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선순위 투자자인 일반 투자자는 최대 21.5%까지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다. 손실이 발생해도 후순위 원금을 먼저 손실로 차감하고 남은 손실 범위만 부담한다. 반면 수익이 발생했을 때는 선순위 투자자에게 먼저 배분한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이 때문에 '뉴딜펀드'는 국민 참여 판매를 시작한 지 7일 만에 모두 소진됐다.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펀드 출범 초기 "원금이 보장되고 수익률은 국고채 금리보다 더 높다"고 홍보해 많은 투자자를 모았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도 "(펀드)인기가 좋아 (상품을) 구매하지 못했다"고 전해 투자자들에 더 알려졌다.  

- 갈 곳 잃은 혈세 5100억 투입 펀드...투자금·수익률 급락

애초 뉴딜펀드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재정 및 정책출자 7조 원, 민간자금 13조 원 등 총 20조 원을 모을 계획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2021년 뉴딜펀드 조성을 위한 예산액이 51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제공 :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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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공공과 민간을 합쳐 6조1703억 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됐다. 하지만 실제 뉴딜 관련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1조5738억 원으로 펀드 결성액의 25% 수준에 그쳤다. 투자 집행률이 10% 미만인 운용사도 7곳이나 됐다. 일반 국민의 투자가 가능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의 수익률은 6월 말 기준 1.25%에 불과하다.

새 정부 들어서는 '뉴딜' 이라는 명칭마저 바뀌고 있다.  '뉴딜펀드'가 아닌 '혁신성장펀드'로 변경된다. 공공기관들도 '팀 명칭'을 변경 중이다. 금융위는 '뉴딜 금융과'를 '지속가능 금융과'로 바뀌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한국 성장금융 등도 각각 'ESG(환경·사회·지배구조)·뉴딜기획부'는 'ESG 기획부'로, '뉴딜펀드운용실'은 '혁신금융실'로 바꿨다.

투입 예산도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2023년 일반회계 세출 예산안'에 따르면  '혁신성장펀드'는 3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총 3조 원 규모(재정출자비율 10%)의 펀드를 조성한다. 뉴딜펀드가 6000억 투입한 것에 비교하면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뉴딜펀드와 관련한 질문에 "재정 투입을 줄인다든가 민간과 충돌 줄이고 투자를 민간 쪽에서 하는 쪽으로 제도를 보완해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뉴딜펀드)예산이 협의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사정상 원래 예상했던 금액만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새 정부 정책 방향과 여건에 맞춰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에서 전액 삭감까지 거론하는 분위기다. 

반면 혁신성장 펀드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맞게 디지털초격차기술 등 혁신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창업벤처기업이 초기성숙기를 거쳐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금융위원회 측은 설명자료에서 "2023년 예산을 통해 생산적 금융 강화와 금융 취약계층 지원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앞으로 국회심의 과정에서 예산의 필요성을 충실히 설명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 MBㆍ박근혜 정부 시절 조성된 펀드도 정권 바뀌면서 힘 잃어

한편 뉴딜펀드의 재편은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전 정부의 대표적인 투자정책 중 하나였던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 뉴딜펀드에 관한 관심이 낮았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성장펀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펀드 등 관제펀드 또한 정권이 바뀌면서 새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09년 출시된 녹색 펀드 출시 당시 ETF 들이 추종했던 MKF 그린지수로 비교해보면 2009년 5월 구체적인 계획안 발표 이후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20%까지 웃돌았다.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관련 출시펀드 수익률은 58.6%, 25%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권 말부터 성장 동력이 사라지며 수익률은 급격히 악화했다.

통일펀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4년 1월 "통일은 대박" 발언 이후 자산운용사들이 20여 개의 관련 테마 펀드를 내놨다. 통일펀드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나 세제 혜택이 별도로 없었지만 2년 가까이 코스닥, 코스피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북한 핵실험, 개성공단 철수 등 북한 리스크로 급격히 악화하면서 대부분이 청산했고 현재 설정액 10억 원 이상 통일펀드는 4개뿐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만나 "펀드 조성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공공기관 등이 나서서 뉴딜 사업 확정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모든 동력을 잃었다"며 "전 정권 눈치를 보다 투자 시기를 놓치거나 투자를 아예 안 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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