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서 ‘머리’ 아닌 ‘칼’ 맞댄 與野, ‘사법 쟁점’ 놓고 사생결단

김건희 여사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민생 현안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입을 모았던 여야 정치권이 ‘사법 쟁점’에 극한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시작된 21대 후반기 정기국회도 전운을 휘감은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도화선이 됐다. 이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검찰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소환조사를 통보받았다. 이에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 야당탄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야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김건희 특검(특별검사)법’, ‘대통령실 국정조사’, ‘현직 장관 탄핵’ 등 대여 압박 카드를 동시 다발로 구사하며 전선 확장에 나섰다. 심지어 불소추 특권이 있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병행했다. 이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수사 정국이 본격화되는 것을 막으면서 역으로 집권 당정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범죄와의 전쟁’을 언급하며 검·경 수사에 힘을 실으면서도 야당의 행보가 “역대급 물귀신 작전”이라고 맹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민생 현안이 논의돼야 할 정기국회가 사정 이슈에 매몰된 여야 정쟁으로 얼룩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의도 국회가 ‘사정 칼바람’에 휘청거리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한 민주당의 대반격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형국이다.

검찰은 제1야당 대표가 취임한 지 불과 4일 만에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이 대표가 3.9 대통령후보 시절 ‘백현동·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적시한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檢출석 ‘불응’...민주 “尹정권의 정치·야당 탄압” 

이렇듯 검찰이 야당 신임 대표의 소환조사를 요구한 데 대해 야당에선 거센 반발 기류가 일었다. 이 대표의 ‘한 마디’를 시작으로 야당이 대통령실과 김건희 여사를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면서 정국이 급랭하는 모양새다. 야당과 검찰 간 극한 대치도 정기국회 파행을 부추기는 요소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광주에서 검찰 소환에 대해 “아주 오랜 시간 경찰과 검찰을 총동원해서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를 잡은 것 같다”라며 “국민들께서 맡긴 권력을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민생을 챙기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써야지 이렇게 먼지 털이 하듯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걸 갖고 꼬투리 잡고 적절하지 않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가 이렇듯 검찰 소환에 부정적 소견을 내비친 만큼, 친명 정당으로 탈바꿈한 야당은 즉각 ‘정치탄압·야당탄압’ 슬로건을 내걸며 리더십 엄호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국정이 아니라 사정이 목적이었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속내가 명백해졌다. 정치 검찰이란 윤석열 정권의 호위 무사를 동원해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사상 초유의 일을 정기국회 첫 날에 발표했다”라며 “국정감사 답변과 언론 인터뷰의 내용을 놓고 더구나 사실관계도 확인된 발언을 문제 삼아 야당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정치탄압”이라고 규정하며 당 차원의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결국 민주당은 비상 의원총회를 거친 끝에 지난 6일 이 대표의 ‘검찰 불출석’ 방침을 확정했다. 앞서 이 대표가 검찰 서면조사 요구에 서면진술 답변을 한 만큼, 출석요구 사유가 소멸됐다는 게 소환 불응 근거다. 

의총 전 야당에선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직접 소명에 나서 사법 리스크를 조기 해소해야 한다는 정면 돌파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 이 대표를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만으로도 부정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는 반론이 압도적이었다는 게 당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검찰 소환 보이콧 방침을 굳힌 가운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인 김건희 여사를 저격하며 환기에 나섰다. 이 대표에게 집중됐던 사법 이슈를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 여사에게 돌리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 요구에 '야당탄압'이라며 규탄에 나섰다. [뉴시스]

野 ‘김건희 특검법’ 추진 등 對與 파상공세 돌입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검·경 사정 압박이 현실화하자, 현 집권 당정의 취약 지점으로 지목되는 ‘김건희 리스크’를 집중 부각시키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와 함께 대통령 집무실·관저 공사 특혜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대통령실 국정조사’도 투트랙으로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 조기 발의 수순을 밟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당은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 임명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오늘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허위경력·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겠다”며 “무혐의와 불송치로 가려지는 진실에 민심의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국민적 의혹을 더는 덮을 수 없다”며 “김 여사는 대국민 사과는 물론이고 학위논문을 자진 철회하고 각종 법령위반 의혹에 따른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당도 특검법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또 앞서 지난 6일에는 ‘뉴스타파’가 보도한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의 녹취록을 토대로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의혹과 관련해 허위 해명을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 여사가 증권사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분할 매입한 정황이 담겼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이상현 부장검사)로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직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이 부여된 만큼, 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이후에나 수사 착수가 가능해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이번 대통령 고발은 실질적 수사보다 윤 대통령 부부를 압박하기 위한 상징적 공세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도 야당의 핵심 공세 소재다. 지난 3.9 대선을 관통했던 해당 의혹은 지난달 국민대 조사위원회가 김 여사의 논문은 ‘연구 부정행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국민검증단이 김 여사의 논문에 문제를 제기한 대국민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이하 검증단)’은 지난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보고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들을 검증한 결과 표절의 집합체이며 학위논문으로 부적절하다”며 “내용과 문장, 개념과 아이디어 등 모든 면에서 광범위하게 표절이 이뤄진 수준 미달의 논문”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여당은 국민검증단이 단순 학술 단체가 아닌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 단체라고 반박에 나섰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내고 “학술적인 걸로 포장하지만, 이재명을 지지하는 정치단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흡사 검증단은 명칭 등에서 학계를 대표하여 해당 검증이 학술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이들은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를 지지하는 정치 단체에 불과하다”라며 “사교련, 민교협, 국교련 단체의 주요 임원을 역임했거나 현재 임원인 인사들이 지난 3월 1일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을 지지선언 했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검증을 주도한 양성렬 사교련 이사장은 같은 날 애국지식인 10만 명을 대표한 33인으로 선정되어 이재명 후보 지지에 앞장서기도 했다”고 김 여사 논문을 검증한 범학계 국민검증단의 정치 편향성을 꼬집었다.  

이밖에도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현직 국무위원 탄핵도 고려하고 있다. 당초 야당 강경파가 제안한 극단적 구상이었으나, 민주당 안팎에선 ‘대여 전쟁’을 선언한 만큼 이마저도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로 장관 탄핵론을 최초 제기한 김용민 의원 등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에선 최근 법무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개정 시도가 위법하다며 법무장관 탄핵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법무부장관 탄핵에 여러 의견이 존재하지만 신속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탄핵을 의결하면 장관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위법한 시행령 통치에 급제동을 걸 수 있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뉴시스]

국힘 “범죄 감싼 野, 와해 자처...특검법 추진, 물귀신 작전”   

반면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과 ‘대통령실 국정조사’를 동시 추진 중인 민주당의 행보에 “역대급 물귀신 작전이자 정치 공세”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 수사에 대해선 ‘범죄와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라며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전면 부각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의원의 숱한 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당 대표로 만들었다”며 “당 대표 자리를 범죄의혹 방탄조끼로 사용했으니 와해의 길을 택한 것은 민주당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고 하는데 뭐가 정치보복이냐”라며 “선거 과정에서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허위 사실에 대한 것을 판단하는 것인데 그게 왜 정치보복이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쌍방울 측과의 음성적 유착 관계를 의심하며 “이런 부분을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밝히면 더 입지가 튼튼해질텐데 왜 그런 것들을 정치보복이라고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을 놓고 특검법 발의에 나선 데 대해선 “대선 후보로 나섰던 사람이 선거법 위반에 대해 당연히 조사받아야 할 일을 김 여사하고 왜 연관을 짓나. 소가 웃을 일이고 민주당 유전자는 ‘물귀신 작전’의 유능함을 갖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일각에선 민주당이 국조와 격리된 대여 공세에 치중하는 사이 민생 현안이 공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법은 특검법이고, 국조는 국조다”라며 “특검법은 특검법대로 추진하고 국조도 국민의힘 내홍이 수습되는 대로 협의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야당 민생 격리설과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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