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대통령싱을 나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통령실에 근무하던 중 사직을 권고받은 행정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것이 영광으로 여겨졌던 시절은 지났다. 이젠 가시방석이 됐다. 언제 사직을 권고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인적쇄신을 향한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위해 무보수로 대선캠프에 활동했던 인사들까지 권고 사직 대상에 오르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항간에는 임기 말,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윤핵관으로 불렸던 장제원 의원은 2선 후퇴를, 권성동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는가 하면 윤핵관 라인으로 대통령실에 들어왔던 인사들도 대통령실을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이 MB(이명박)인사들과도 거리두기에 나서며 친이계 내부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윤정부에서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한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윤정부에서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한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장제원 형님.동생김무성 평통부의장 추천했다 철회
-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이하 교체 다수가 친이계 참모들

윤석열 정부의 실세로 군림했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저물고,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검찰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데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도 8일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이에 따라 원조 윤핵관들은 당분간 당 전면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와 당 지도부 간의 갈등이 불거지자, 이들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윤핵관을 겨냥하며 2024년 공천 불출마까지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윤핵관, 즉 친이계 출신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이계 윤석열 거리두기, 김무성 내정철회로 이어져

사실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는 친이(명박)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정치인 배제를 권고한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강하게 주장했다. 실제 권 원내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을 때도 사면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위신을 좀 세우는 차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저는 여러 차례 얘기했듯이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영어의 몸이 됐다가 한 분(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을 통해 석방됐는데, 또 다른 한 분은 그대로 둔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불발되자 비공개석상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예로 들며 형평성에 대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상임고문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제외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이 고문은 취임 첫 사면이기 때문에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정치인·경제인 할 것 없이 대()사면이 돼야 했다고 생각한다정치인이 한 사람도 안 들어가지 않았나"라며 "경제가 중요한 건 사실인데 정치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서는 좋을 게 있겠나. 80세가 넘었다고 전하며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비판을 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이 불발됐고, 친이계 라인도 대통령실에서 짐을 싸야 했다. 최근 진행된 대통령실 감찰에서 윤핵관 관계자들이 대통령실을 나왔기 때문. 실제 대통령실 시위 집회 상황을 분석한 내부 문건이 유출되면서 대통령실은 대대적인 감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윤핵관 의원실 출신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벌였고, 그 결과 수시로 대통령실 내부 자료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토대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감찰 범위와 대상을 크게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와의 윤핵관의 갈등 등이 확산되면서 윤 대통령은 윤핵관들 논란에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윤핵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대대적인 인사 개편에 나섰다. 이와 함께 부산대 출신인 경윤호 대통령실 정무2비서관을 비롯해 행정관 등 윤핵관 라인들이 윤석열 정부 취임 100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김무성 카드 내세워, 이석현 내치기 성공?

'부총리급' 민주평통 부의장에 내정됐다가 철회를  당한 김무성 전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부총리급' 민주평통 부의장에 내정됐다가 철회를 당한 김무성 전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늘공들은 대통령실을 나와도 원대 복귀를 하면 되지만 어공들은 하루 아침에 실직을 해버리게 된다윤 대통령 당선을 위해 무보수로 활동했던 캠프 인사들까지 짐을 싸게 되면서 윤석열 정부를 향한 불만이 내부에서부터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윤석열 정부 당선에 힘을 보탰던 인사들이 등을 돌리게 되면서 윤석열 비토론에 힘을 실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 불똥은 결국 김무성 전 의원에게까지 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의 경우 윤핵관으로 불리는 여권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핵관 뒤에 김 고문이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돌았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의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 가짜 수산업자 사건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김 전 의원에 대한 비토 기류가 형성됐고, 결국 수석부의장 임명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김 전 의원에 대해 정밀 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내정 철회 검토는 김 전 의원이 지난해 가짜 수산업자에게 차량을 무상제공받아 이용한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 전 의원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등과 가깝다는 점에서 윤핵관 색 빼기혹은 검사 출신 대통령실 참모들의 윤핵관 견제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사실 대통령실 및 국민의힘 주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전 의원은 민주평통수석부의장을 고사했다. 그러나 야권 출신 인사들이 김 전 의원을 설득했고, ‘사퇴 고사를 했던 이석현 전 부의장도 김 전 의원이 맡으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 결과 김 전 의원은 민주평통수석부의장 자리를 맡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여권에서 벌어진 인적쇄신, 윤핵관 갈등 등 일련의 상황들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이 이석현 전 민주평통부의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김 전 의원 카드를 띄웠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설마라는 기류가 강하면서도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말을 아끼고 있으나 주변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구나 이진복 정무수석이 윤 대통령에 보고해 김 전 의원 내정 철회 여부 등 김 전 의원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친이계 불만높지만 임기초라서...” 정중동

퇴원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8.15 특별사면을 기대했지만 윤 대통령은 정치인 사면은 배제했다. 뉴시스
퇴원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8.15 특별사면을 기대했지만 윤 대통령은 정치인 사면은 배제했다. 뉴시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여권 내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도 따르고 있다. 대통령실을 떠난 인사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데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부정평가가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정권이 출범한 지 6개월도 안됐는데, 마치 4년차가 된 것 같다”,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라는 여의도 관계자들의 말처럼 윤석열 정부를 바라보는 여권 내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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