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주주 이익 중심의 지배구조 변경 책임, 이사에게 물을 길 없어
- 금융정의연대, 시민 1894명 서명, 국회 법사위 전달하고 입법촉구 벌일 것  

[제공 : 금융정의연대]
[제공 : 금융정의연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기업들이 물적분할을 통해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나선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아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기업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회사 이사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제출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 소액주주 재산권 침해 막아야

지난 6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소통 관에서 ‘동학개미 울리는 지배주주 전횡 막는 상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서 이 의원은 “물적분할 후 신주 공모를 통한 자회사 상장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이에 따른 모회사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 재산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지희 금융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물적분할은 단순한 회사 지배구조 개편을 넘어서 알짜 사업부 분할 후 상장을 통한 대주주 지배력 강화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고 이를 통해 지배주주는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해당 사업부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일반 소액주주들은 주가하락 등으로 손해를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물적분할은) 이는 공정한 자본시장을 만드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된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동학개미들이 더는 지배주주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억울한 손해를 보지 않도록 국회가 일반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과하는 사업 재계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우리 증시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저평가 장세가 십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지배주주가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용우 의원은 지난 3월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회사에 영향이 없더라도 일반주주의 가치가 훼손됐다면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비례직 이익'이란 대주주와 소주주 모두 자기 주식에 비례해서 이익을 보장한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회사 이익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보호애햐 한다는 의무조항은 없다. 따라서 물적분할, 합병과 같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특정 주주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기업의 총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사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피해를 보아도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실제로도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ㆍ카카오페이,  DB하이텍, 후성 등이 물적분할을 실시했다. 이 중  DB하이텍, 후성 등이 최근 물적분할 발표 후 주가가 하락했으며 나머지 회사들 대부분도 모 회사의 주가가치가 급락했다. 현대모비스도 자회사 분할 소식만으로도 주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사에게 이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김은정 사무처장은 "미국은 물적분할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며 "일본도 상장 심사 과정에서 경영 독립성을 확인하고 싱가포르는 영업범위 중복성 심사를 통과해야만 상장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쪼개기 상장은 모회사 가치의 심각한 디스카운트(할인)을 초래해 소액주주의 재산손실을 불러온다”며 “상법 개정 캠페인을 통해 공감을 표한 시민 1894명의 목소리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하고 입법 촉구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이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소개한 해외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와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김 사무처장에 따르면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 트럭 사업부를 분할 상장하면서 트럭 신주 65%를 기존 모회사 주주들에게 배정했다. 프랑스의 다국적 미디어그룹인 비당디 역시 유니버설 뮤직을 분할 상장하면서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 60%를 배분했다. 

- 법 통과는 '과도하다' 의견도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부정 여론이 더 많다. 물적분할로 인한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 이익 보호를 넣은 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또 개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식매수청권, 신주인수배정권 등 회사의 이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 만큼 이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도 이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들의 의사결정을 위축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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